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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훈장받는 '암벽여제' "코스 완등하듯 '지금'에 집중하려 했다"

송고시간2021-10-1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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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이달 15일 체육훈장 청룡장을 받는 스포츠클라이밍 스타 김자인(33)에게 소감을 묻자 돌아온 답이다.

체육계에서 큰 공을 세워 국가 발전에 이바지한 공적을 인정받는다는 의미다.

'암벽 여제'로 불리는 김자인은 주요 국제대회에서 금메달 29개를 받는 등 스포츠클라이밍계에서 세운 공로를 인정받아 2021 체육발전 유공자 포상에서 청룡장의 영예를 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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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훈장 청룡장 영예 김자인 "열심히 생활한 데 대한 응원이라 여겨"

올 3월 득녀…"출산 후에도 운동 다시 시작한 건 올림픽 도전 꿈 때문"

김자인 선수
김자인 선수

[탈잉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가문의 영광 아닐까요."

이달 15일 체육훈장 청룡장을 받는 스포츠클라이밍 스타 김자인(33)에게 소감을 묻자 돌아온 답이다.

청룡장은 5개 등급인 체육훈장 가운데 최고 등급이다. 체육계에서 큰 공을 세워 국가 발전에 이바지한 공적을 인정받는다는 의미다. 그동안 일제 강점기 '마라톤 영웅' 고(故) 손기정 옹(사후 추서)을 비롯해 엄홍길(산악), 박세리(골프) 등 각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낸 체육인들이 청룡장을 받았다.

'암벽 여제'로 불리는 김자인은 주요 국제대회에서 금메달 29개를 받는 등 스포츠클라이밍계에서 세운 공로를 인정받아 2021 체육발전 유공자 포상에서 청룡장의 영예를 안게 된 것이다. 부모와 두 오빠 모두 클라이밍과 인연이 있는 터라 '가문의 영광'이라는 말이 어색하지는 않다.

지난 13일 경기도 일산의 한 스포츠클라이밍 연습장에서 그를 만났다. 김자인은 "너무 감사하고 감격스럽다"며 "그동안 열심히 선수 생활을 한 데 대해 보내주신 응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자인은 주요 대회 메달 획득과 '롯데월드타워 맨손 등반' 등 이색 도전으로 국내에서 스포츠클라이밍의 대중화를 이끈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그가 느끼기에도 스포츠클라이밍에 대한 대중적 인지도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그는 "과거에는 클라이밍을 한다고 하면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떨어지면 죽는 것 아니냐'고들 했지만 지금은 광고 촬영장 배경에도 인공암벽이 등장할 정도"라며 "커플들이 스포츠클라이밍 일일 체험으로 이색 데이트를 하는 모습도 많이 보이는 등 문화 자체도 달라져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혹시 모를 부상 우려로 주저하는 이들에게 김자인은 이렇게 말했다.

"제가 겁이 엄청 많거든요. 제가 무모해서 그런 게 아니라, 클라이밍이 큰 힘이 필요하거나 과격한 운동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리 큰 비용이 드는 운동도 아닌 것 같고요."

스포츠클라이밍 하는 김자인 선수
스포츠클라이밍 하는 김자인 선수

[대한산악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자인은 키 152㎝로 클라이밍 선수치고는 작다. 단신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가장 효율적인 자세와 루트를 찾는 데 집중하는 그의 등반 스타일은 삶의 태도와도 무관하지 않다.

"살면서 큰 목표를 정해놓고 그걸 쫓아가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눈앞에 있는 코스를 완등하는 데 집중하고 싶어하는 스타일이라, 인생의 최종 목표보다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려는 편이고 사는 것도 루트 하나하나를 완등하는 데 최선을 다하듯 하는 것 같아요."

스포츠클라이밍은 올해 도쿄올림픽에서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긴 했지만 여전히 '주류 종목'은 아니라는 인식이 많다. 특정 스타 선수의 등장을 계기로 '반짝인기'를 구가했다가 얼마 안 가 시드는 비인기 종목도 적지 않다. 김자인은 프로 선수층 확대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그는 "동호인들 쪽에서는 클라이밍이 계속 활성화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아직 인프라가 많지 않다"며 "물론 서채현 등 훌륭한 선수가 있지만 뒤를 떠받칠 탄탄한 선수층이 만들어지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괄목할 성과를 보이는 후배 서채현(18)을 두고는 '나무랄 데 없다'는 평가를 했다. 다만 "나이가 어려 앞으로 더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을 텐데 그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며 "잘 이겨내리라 믿고 응원해주고 싶다"고 했다.

김자인은 올 3월 딸을 출산한 엄마이기도 하다. 임신 8개월까지 운동을 계속하며 '클라이밍 태교'를 했고, 출산 후에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그는 "아직 클라이밍보다 재미있는 걸 못 찾아서 그 재미있는 기분을 뱃속 아기도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그게 태교에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2017년 5월 롯데월드타워 등반 당시 김자인
2017년 5월 롯데월드타워 등반 당시 김자인

[연합뉴스 자료사진]

555m 롯데타워를 맨손 등반했을 때와 출산할 당시 느낀 육체적 고통을 비교할 수 있는지 묻자 "당연히 출산이 훨씬 더 고통스러웠다"는 답이 왔다. 김자인은 "엄마가 정말 위대하다는 걸 느꼈다"며 "운동을 계속한 덕분에 순산에 도움이 된 것 같지만 차원이 다른 고통이었다"고 했다.

"선수로서는 감사하게도 생각한 것 이상으로 많이 이뤘다"는 김자인에게도 목표는 남아 있다. 올림픽 참가다. 그는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 당시 부상에 따른 부진과 이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주요대회 취소 여파로 도쿄올림픽 출전 기회를 놓쳤다.

"출산 후에도 운동을 다시 시작한 게 올림픽에 꼭 한 번 더 도전하고 싶어서였어요. 실패가 되든 성공이 되든 제힘으로 마지막 마무리를 하고 싶습니다."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GreiBaYTCT0

pul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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