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피처] '바다의 우유' 굴로 파도를 막는다고?…방글라데시 쿠투브디아섬
송고시간2021-10-17 09:00
(서울=연합뉴스) 영양분이 많아 '바다의 우유'로 불리는 굴. 가을부터 겨울철에 맛이 최고조에 이르는 수산물이죠.
이번 주말 날씨가 부쩍 쌀쌀해지면서 바야흐로 굴의 계절이 돌아왔음을 실감하게 되는데요.
이 굴을 식재료가 아닌 방파제의 재료로 활용해 해수면 상승으로부터 마을을 지키는 곳이 있다고 합니다.
BBC 등 최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방글라데시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위험에 처한 대표적인 저지대 국가 중 하나인데요.
해수면 상승으로 2050년까지 방글라데시 국민 7명 중 1명이 난민이 될 것으로 추정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네요.
이 방글라데시 남쪽에 있는 쿠투브디아 섬은 굴 암초로 방파제를 만들어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섬의 부두에 있는 콘크리트 기둥에 굴이 무리를 이룬 것을 보고 2014년부터 굴 방파제를 구축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굴 암초를 활용한 방파제는 이점이 여럿 있는데요.
우선 굴 암초는 개체 수가 늘거나 껍데기가 쌓이면서 위로 높아지는 특성이 있어 해수면 상승에 대응이 용이합니다.
다 자란 굴 하나는 하루에 약 190ℓ의 물을 정화할 수 있어 수질 개선에도 도움을 줄 수 있고요.
굴 방파제는 인공 방파제보다 어류의 생활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해주기 때문에 현지 어민들의 잠재적인 소득 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답니다.
새로운 개체가 자라면서 손상된 굴이나 굴 껍데기의 공간을 대신해 유지ㆍ보수 비용도 따로 들지 않는다고 하네요.
이런 까닭에 굴을 이용한 방파제 사업은 다른 나라에서도 여러 사례를 찾아볼 수 있는데요.
미국 뉴욕에서는 70여 개의 식당에서 수집된 굴 껍데기를 가라앉혀 새로운 굴이 자라도록 해서 뉴욕 항구에 굴 암초를 복원하는 프로젝트가 2014년부터 시작돼 2035년까지를 목표로 진행 중이고요.
루이지애나주에서도 2016년 현지 식당에서 버려진 굴 껍데기 170만 파운드로 방파제를 건설해 해안 습지의 침식 속도를 절반으로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고 합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는 해수면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굴 방파제를 시험 활용하고 있고, 네덜란드에서도 홍수를 막기 위해 굴을 이용한 방파제를 만든 바 있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이렇게 굴을 이용해 자연 친화적인 방파제를 만들고 해수면 상승에 대비하고 있는데요.
식재료로만 생각했던 '바다의 우유' 굴, 알고 보니 여러모로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수산물이네요.
유현민 기자 문정 김민주 인턴기자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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