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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시의원 첫 당선 한국계 마르셀 홉 "교육불평등 타파"

송고시간2021-10-1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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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민당 후보중 득표율 2위…"교육기회 균등해지면 아래로부터 체제 변화"

"독일 OECD 국가중 부모의 사회적 배경, 자녀교육 영향 가장 많은 축"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어떤 가정에서 태어났건 아이들에게는 교육을 받을 기회가 똑같이 주어져야 합니다."

베를린 시의회 첫 당선 한국계 마르셀 홉 의원
베를린 시의회 첫 당선 한국계 마르셀 홉 의원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지난 26일 치러진 독일 베를린시의회 선거에서 압도적 득표율로 시의원에 당선된 한국계 마르셀 홉 사회민주당 의원이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1.10.7

지난달 26일 치러진 독일의 수도 베를린시 지방선거에서 압도적인 득표율로 노이쾰른 4지역구 시의원에 당선된 한국계 마르셀 홉 사회민주당(SPD) 의원.

이번에 처음으로 시의원에 도전한 그는 36.3%를 득표해 27.1%를 득표한 기독민주당(CDU) 후보를 큰 차이로 제치고 당선됐다.

사회민주당(SPD) 베를린시장 후보인 이웃 지역구 프란치스카 기파이 의원의 40.2%에 이어 사민당 후보중 득표율 2위를 기록하면서 화려하게 시의회에 입성했다.

그는 147명의 시의원 중 4선인 베네딕트 룩스 녹색당 의원에 이어 두 번째 한국계다.

1988년 태어나서부터 살아온 고향의 시의원이 된 그의 직업은 고등학교 교사다.

2015년부터 노이쾰른 지역 클레이 고등학교에서 독일어와 역사, 정치, 윤리를 가르쳐온 그가 시의원이 된 이유는 더 많은 아이에게 공정한 교육의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그는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아이나 똑같은 교육의 기회를 얻도록 하는 것은 나를 움직이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면서 "부모의 벌이, 이민자인지 여부 등과 관계없이 아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삶에서 무엇인가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베를린 시의회 첫 당선 한국계 마르셀 홉 의원
베를린 시의회 첫 당선 한국계 마르셀 홉 의원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지난 26일 치러진 독일 베를린시의회 선거에서 압도적 득표율로 시의원에 당선된 한국계 마르셀 홉 사회민주당 의원이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1.10.7

홉 의원의 지역구에서 아이 2명 중 1명은 가난 속에 산다.

그가 초등학교 6학년이었을 때, 같은 반 학생 24명 중 대학진학을 위해 김나지움에 진학한 학생은 그와 다른 1명 등 2명뿐이었다. 다른 학생들은 가정형편이 어렵고, 부모의 지원을 받지 못해 실업학교에 진학했다.

베를린에서는 초등학교 6학년에 대학진학을 위해 김나지움에 갈지, 아니면 실업학교에 갈지가 결정된다.

홉 의원은 "이런 순간과 경험은 깊이 각인됐다"면서 "교육은 지금까지 나의 무게중심이고, 더 나은 교육과 교육 기회균등을 위해 교육정책에 직접 관여하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일에서는 지방정부가 교육을 책임진다. 베를린시의 교육정책은 시의회 관할이다.

내달 4일 베를린의 새로운 시의회가 출범하면 그는 교사직을 휴직하고 5년간 시의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그는 "16살 때부터 교사가 되는 게 꿈이었고, 교사가 된 이후 지난 7년간 아이들과 토론하고, 그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이해하게 되면서 교직을 더욱 사랑하게 됐는데, 당분간 아이들과 떨어져야 한다는 게 솔직히 힘들다"고 털어놨다.

홉 의원은 "하지만, 독일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중 부모님의 사회적 배경이 자녀의 교육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국가 중 하나"라면서 "아이들 책임이 아닌데도 부모가 돈이 없고 교육 수준이 낮으면 자녀가 안 좋게 학업을 마칠 가능성이 큰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의원으로서 교육정책을 개선하고 교육을 바꿀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엄청난 특권"이라며 "교육기회 균등을 향해 방향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면, 아래로부터 체제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 있다.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관철하는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홉 의원은 시의원이 되면 베를린에 1∼13학년까지 대학진학을 위한 김나지움과 실업학교가 합쳐진 공동체 학교를 확대하는 데 먼저 힘을 쏟을 계획이다. 현재 베를린의 750개 초중고교 중 공동체 학교는 23곳에 불과하다.

선거운동하는 마르셀 홉 베를린시의원 당선인
선거운동하는 마르셀 홉 베를린시의원 당선인

[마르셀 홉 베를린시의원 당선인 트위터 갈무리·재판매 및 DB 금지]

홉 의원의 어머니는 파독 간호사로, 40여년간 노이쾰른의 종합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다가 최근 은퇴했다. 아버지는 철물 기술자다. 그는 주말마다 베를린 한글학교에 다니며 한글을 배웠다. 그는 베를린 훔볼트대학에 다니던 22살 때부터 사민당 청년위원회에서 활동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식탁에서 토론을 많이 하며 자랐다"면서 "부모님이 자신의 권리를 위해서는 나서서 싸워야 하며, 부당한 일을 참고 견디면 안 된다고 가르치신 데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그의 부모와 동생은 선거운동을 할 때도 든든하고 강력한 지원군이 돼 줬다. 홉 의원은 연초부터 선거운동을 시작했고, 지역구 내 2만4천 가구 중 4곳 중 1곳인 6천 가구를 방문했다. 선거홍보 부스를 세우고 주민들을 만날 때는 어머니를 비롯해 가족들도 함께했다. 부모님 집 근처 투표소에서 그는 42.5%를 득표했다.

그는 동서독 통일의 상징 베를린시의원으로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기여할 방안과 관련해서는 "한국은 독일이 동서독 통일 과정에서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보고 교훈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 통일에 있어서 가장 큰 실수는 옛 동독을 경제적으로 재건하지 못한 상황에서 서독이 와서 취한 것이라며 이로 인해 많은 구동독 사람들이 정치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통일은 같은 눈높이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무엇보다 사람들과 함께 가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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