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윤 갈등 응집됐던 징계불복 소송, 1심은 尹 판정패
송고시간2021-10-14 16:01
秋 법무부가 내린 징계, 정당성 놓고 법적 다툼…집행정지 때와 다른 판단
(서울=연합뉴스) 박형빈 기자 = 법무부가 지난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게 내린 정직 2개월의 징계 의결에 대해 1심 법원이 적법하다고 14일 판결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재임 시절인 작년 12월 징계가 결정된 지 10개월 만이며, 지난 3월 윤 전 총장이 사임한 지 7개월 만에 나온 사법부의 본안 판단이다.
징계 불복 소송은 윤 전 총장과 추 전 장관이 재임 기간 내내 숱한 파열음을 내며 빚어온 갈등이 법적 다툼으로 응집된 사건이다.
윤 전 총장은 추 전 장관이 내린 징계의 부당성을 주장, 집행정지 인용 결정을 끌어내면서 승기를 잡은 듯 했지만 징계의 정당성을 심도 있게 다툰 본안 소송 1심에서는 이날 패소 판결을 받으면서 판세가 다시 뒤집혔다.
이 소송은 윤 전 총장과 법무부 측의 양보 없는 다툼이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에 대권 도전에 나선 윤 전 총장의 항소와 함께 본안소송이 2라운드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 취임부터 극한 갈등 드러낸 秋·尹…결국 징계 처분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돼 '적폐 청산' 수사 지휘로 이름을 날린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으로 승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19년 가을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일가에 대한 수사 때부터 정권과 파열음을 내기 시작했다.
여권에서는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를 이끌던 윤 전 총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자녀 입시비리 등 가족을 둘러싼 악재를 넘지 못한 조 전 장관은 취임 한 달여 만에 사퇴했다.
이후 추미애 전 장관이 지난해 1월 후임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하면서 윤 전 총장과 정권의 갈등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검찰 고위 간부급 인사를 두고 신경전을 벌인 윤 전 총장과 추 전 장관은 채널A 강요미수 의혹, 라임자산운용 로비 의혹, 윤 전 총장 가족 관련 사건 등의 수사·처리 과정을 두고 번번이 다른 입장을 보이며 서로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검찰 내부도 '친윤' '친추'로 나뉘어 간부들 사이의 내홍도 극심해졌다.
추 전 장관은 두 차례 윤 전 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을 발동했고, 결국 지난해 11월 '감찰 방해' '재판부 사찰 문건 작성·배포' 등 윤 전 총장의 비위가 다수 파악됐다며 징계를 청구한 데 이어 헌정사 최초로 검찰총장 직무 배제를 명령했다.
윤 전 총장은 법원에서 집행정지가 인용돼 업무에 복귀했으나 결국 다음 달 검사징계위원회에서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 집행정지에서 웃은 尹…1심 최종 승자는 秋
윤 전 총장은 직무배제·징계처분에 반발해 법무부를 상대로 각각 집행정지와 본안소송을 내는 등 총 4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앞선 두 건의 집행정지에선 윤 전 총장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을 수 있고, 그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인정된다며 법무부의 처분 효력을 중단시켰다.
징계처분 집행정지 재판부는 윤 총장에 대한 4가지 징계사유 중 '재판부 사찰 의혹 문건 작성·배포'와 '채널A 사건 감찰 방해'는 그 사유가 인정되지만, '채널A 사건 수사 방해'와 '정치적 중립 위반'은 징계사유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재판부는 당시 윤 총장 측이 징계위에 신청한 징계위원 기피 의결 과정에 명백한 결함이 있어 "징계 의결 자체가 무효"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판단은 윤 전 총장에 대한 징계를 밀어붙인 추 전 장관뿐 아니라 여권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추 전 장관은 작년 말 장관급 인사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하지만 이후로 본안 소송 심리는 이어졌고, 이날 1심 재판부는 집행정지 인용 결정 당시와는 결이 다른 판단을 내놓았다.
윤 전 총장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정치적 중립에 위반되는 발언을 했다는 점 외에는 모든 징계 사유가 인정되며 징계 절차도 적법했다는 것이다.
이는 추 전 장관의 법무부가 본안 소송에서 징계의 정당성을 인정받으면서 사실상 '판정승'을 거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 퇴임 후에도 이어진 악연…상급심까지 소송 이어갈 듯
추 전 장관과의 갈등을 동력으로 야권 대선 후보로 거론된 윤 전 총장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 취임 후 여권에서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는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입법 움직임이 보이자 지난 3월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사퇴했다.
잠행을 거친 윤 전 총장은 높은 야권 지지율을 기반으로 6월 대권 출마를 선언했고, 7월 국민의힘에 입당해 현재 홍준표 후보와 본선행 티켓을 두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역시 '윤석열 저격수'를 자처하며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로 출마한 추 전 장관은 최근 3위로 경선을 마쳤지만, 윤 전 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 등에 대해 여전히 공세를 펼치고 있다.
윤 전 총장으로서는 총장 재임 시절 검찰을 이끌었던 일련의 행위를 정치적 자양분으로 삼고 있는 만큼 이날 1심 판결에 승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징계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항소한 뒤 2심 판단을 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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