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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zine] 당진에서 영덕까지…우리가 몰랐던 국토의 속살 ①당진

송고시간2021-11-04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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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모든 걸 훌훌 버리고 떠나고 싶은 마음만 가득한 요즘이다.

당진-영덕 고속도로의 양쪽 끝에 있는 두 고장은 거리두기 수칙을 지키면서 다닐 수 있는 여행지들이 많다.

다소 언밸런스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주위환경과 기막힌 조화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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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찍한 야외공간 매력…거리두기 최적의 여행 매력 '즐비'

(당진=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모든 걸 훌훌 버리고 떠나고 싶은 마음만 가득한 요즘이다.

그래서 떠나봤다. 서쪽 끝에서 동쪽 끝까지.

당진-영덕 고속도로의 양쪽 끝에 있는 두 고장은 거리두기 수칙을 지키면서 다닐 수 있는 여행지들이 많다.

당진의 삽교호놀이동산에는 런던의 '빅 아이'를 떠올릴 수 있는 대관람차가 수확철을 맞은 황금 들판을 배경으로 세워져 있다.

다소 언밸런스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주위환경과 기막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는 왜목마을, 김대건 신부의 신앙이 꽃피운 솔뫼성지 등 차분하게 가을을 맞을 곳들이 산재해 있다.

흰 구름 두둥실…아름다운 신리성지 [사진/성연재 기자]

흰 구름 두둥실…아름다운 신리성지 [사진/성연재 기자]

◇ 영혼 쓰다듬는 천주교 순례지, 이제는 비대면 여행지로…

올해는 당진 출신인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다.

조선에서 처음으로 신부 서품을 받은 김대건 신부는 1846년 서울 용산에서 순교했다.

당진시는 김대건 신부의 뜻을 기리기 위해 합덕읍의 주요 천주교 순례지를 연결하는 '버그내 순례길'을 조성했다.

버그내는 삽교천으로 흘러와 만난 물길을 뜻한다.

이 길은 김대건 신부 탄생지 솔뫼성지를 출발해 천주교 박해기 신자들 만남의 공간이었던 버그내 시장과 합덕성당, 조선 시대 3대 방죽 중 하나인 합덕제를 지나 무명 순교자 묘역을 거쳐 신리성지까지 가는 13.3㎞ 코스로, 걸으면 4시간가량 걸린다.

김대건 신부의 고향이기도 한 이곳은 천주교 신자가 많았다.

수탈과 핍박에 시달리던 농민들은 가톨릭과 서학을 통해 평등사상에 눈을 뜨게 됐고, 그들에게 큰 빛이 됐다.

1868년 일어난 독일인 상인 오페르트의 흥선대원군 아버지 남연군 묘 도굴 미수 사건에 천주교인들이 연루된 사실이 알려지자 대규모 박해가 발생한다.

솔뫼성지 내 김대건 신부 동상 [사진/성연재 기자]

솔뫼성지 내 김대건 신부 동상 [사진/성연재 기자]

2014년 방한한 프란체스코 교황은 우강면 송산리의 솔뫼성지를 찾아 머리를 숙이며 예를 표했다.

솔뫼성지 한쪽에 자리 잡은 김대건 신부의 생가에는 당시 교황이 머리 숙여 예를 표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동상이 있다.

종교 유무나 종류를 떠나 꼭 한번 찾아봐도 좋을 법한 곳이다.

무엇보다 거리가 널찍하다. 사람들끼리 부딪힐 일이 별로 없다.

더 좋은 것은 어디에 휴대전화기를 들이대더라도 사진이 잘 찍힌다는 점이다.

합덕제는 드넓은 예당평야에 쓰일 농업용수를 대기 위해 신라말에 축조된 연못으로, 예당제라고도 불린다.

합덕제를 지나면 야트막한 언덕 위에 고딕양식의 합덕성당을 만날 수 있다.

1929년 프랑스 선교사였던 페랭 신부가 지은 합덕성당은 언덕 위에서 합덕 평야를 내려다보고 있어 가슴이 탁 트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때마침 노란 국화가 만발해 짙은 가을 향기를 전해줬다.

다음으로 빼놓지 않아야 할 곳은 신리성지다.

드넓은 잔디밭이 인상적인 신리성지는 선교사들의 비밀 입국처로 활용된 지역이었다.

그래서 '조선의 카타콤'(로마 시대 비밀교회)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넓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넓은 잔디밭 가운데 작은 쉼터가 곳곳에 있는 이 성지는 사실 젊은 여행자들의 이른바 '인스타그래머블 플레이스'로 손꼽힌다.

발아래로 들판이 내려다보이는 합덕성당 [사진/성연재 기자]

발아래로 들판이 내려다보이는 합덕성당 [사진/성연재 기자]

◇ 거리두기에 최적인 아미 미술관

해발 350m의 순성면의 아미산 자락에는 낡은 폐교를 개조해 미술관으로 쓰고 있는 아미 미술관이 있다.

1990년대 프랑스 미술 유학 시절 만나 서울에 정착했던 박기호 씨 부부는 서울 생활을 접고 1994년 당진으로 내려왔다.

부부는 그때부터 폐교를 예술의 향기 가득한 공간으로 꾸몄다.

폐교 복도 천장을 가득 채운 것은 핑크빛 나무들이다.

근처 석문방조제 둑에서 자라다 간벌되어 버려진 것들을 가져와 하나하나 씻은 뒤 핑크빛 페인트를 칠해 생명력 넘치는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잔디와 어우러진 핑크뮬리 [사진/성연재 기자]

잔디와 어우러진 핑크뮬리 [사진/성연재 기자]

전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건물 바깥쪽에서 창문 안쪽으로 뻗어 들어온 푸른 담쟁이다.

흰색 실내 복도에 푸른 담쟁이 잎이 묘한 대조를 이뤄 특히 이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찾는 젊은이들이 많다.

미술관 위쪽에는 또 다른 독특한 공간이 있다. '메종 드 아미'라는 이름의 건물이다.

다른 작가들의 작품들을 초빙해 계절별로 주제전을 열고 있다. 작가의 소품과 기념품도 판매되고 있다.

야외에는 설치미술이 전시된 야외전시장과 골프장 잔디를 떠올릴 만큼 아름다운 잔디정원이 있다.

운동장이었던 곳을 잔디정원으로 꾸몄다.

박기호 관장의 작품 '나의 정원… 모두의 정원' [사진/성연재 기자]

박기호 관장의 작품 '나의 정원… 모두의 정원' [사진/성연재 기자]

가장자리에는 핑크뮬리가 활짝 펴 묘한 대조를 이룬다.

잔디운동장 한쪽에는 붉은 벽돌로 된 지베르니 카페가 있다.

기존 학교 건물은 아니었지만, 야외조각장이었던 건물에 지붕을 얹고 제대로 된 카페로 꾸몄다.

모네 지베르니 정원에서 이름을 따왔다.

박 씨의 아내이자 부관장인 구현숙 씨를 이곳에서 만나 미술관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구씨는 "최근 코로나 영향 때문인지 공간이 넓은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면서 "넓은 공간에서 편하게 미술품을 관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내로 타고 들어온 담쟁이 [사진/성연재 기자]

실내로 타고 들어온 담쟁이 [사진/성연재 기자]

◇ 일몰과 일출을 볼 수 있는 왜목마을

동해 일출과 서해 일몰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자연의 섭리다.

그러나 당진에는 서해를 배경으로 일출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석문면의 왜목마을이다.

왜목마을은 화성의 궁평항과 마주하고 있는 지리적 특성 덕분에, 서해 위로 뜨는 해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일몰까지 바라볼 수 있다.

왜목마을이라는 지명은 왜가리의 목처럼 생겼다 해서 유래했다는 설이 가장 설득력 있다.

해변 물속에는 초대형 왜가리 조형물인 '새빛왜목'이 서 있다.

2018년 세워진 이 조형물은 높이 30m, 너비 6.6m에 달하는 대형 조형물이다.

꿈을 향해 비상하는 왜가리의 모습을 표현한 상징물의 외형은 특히 아침 해가 뜰 때 그 빛을 발한다.

은빛 거대한 머리 부분이 역광에서도 선명하게 보인다.

왜목마을 서해 위로 해가 떠오르고 있다. [사진/성연재 기자]

왜목마을 서해 위로 해가 떠오르고 있다. [사진/성연재 기자]

이 조형물은 특히 2007년 허베이 스피리트호 유류오염 사고의 영향으로 감소한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20억 원이 투입돼 건립됐다.

새빛왜목을 만나러 가려면 오작교 아래를 지나야 한다.

연인들이 견우와 직녀의 애틋한 사랑을 상징하는 오작교를 건너면 사랑이 이뤄진다고 한다.

왜목마을의 일출을 보기 위해서는 가까운 곳에서 숙박하는 것이 편리하다.

왜목마을을 내려다볼 수 있는 언덕 위에 당진시에서 운영하는 작은 캠핑장이 있다.

샤워 시설 등이 완비돼 있고, 관리가 잘 되는 편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일출을 보기 위한 곳으로는 안성맞춤이다.

◇ 황금 들판 위 대관람차…어울리지 않는 아름다움

놀이동산은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곳이다.

놀이동산은 주로 고난을 겪는 주인공이 행복한 시간을 추억하는 장면에서 자주 등장한다.

조금 규모가 큰 놀이동산이라면, 런던 아이처럼 커다란 대관람차를 만날 수 있다.

1950년대 뉴욕, 대관람차로 유명한 유원지 코니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한 우디 앨런의 영화 '원더 휠'에서도 놀이동산의 관람차가 등장한다.

놀이공원은 극적인 요소가 매력적인 공간이다.

현실 세계와는 다른 허구의 세계처럼, 즐거움만 가득한 공간이다.

신평면의 삽교호 놀이동산은 들어선 지 20년이 된 전통 있는 곳이다.

이런 인적 드문 곳에서 대형 놀이동산이 운영돼 왔다는 사실도 놀랍다.

내부에는 배 모양의 바이킹을 비롯해, 회전목마 등 다양한 놀이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의 랜드마크는 누렇게 익어가는 황금 들판을 배경으로 돌아가는 대관람차다.

황금 들판을 배경으로 당진 삽교호 놀이동산의 대관람차가 돌고 있다. 기념 촬영하는 연인들의 마스크 쓴 모습이 안쓰러워 보인다. [사진/성연재 기자]

황금 들판을 배경으로 당진 삽교호 놀이동산의 대관람차가 돌고 있다. 기념 촬영하는 연인들의 마스크 쓴 모습이 안쓰러워 보인다. [사진/성연재 기자]

대도시 한가운데 있어야 할 놀이동산의 대관람차가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곳에서 돌아가는 장면은 비현실적인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일까. 이곳을 찾아 멋진 '인생 샷' 한 장을 건지려는 젊은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가장 완벽한 시간은 황혼 때다.

푸른 하늘빛과 붉은색 석양이 만나는 시간이다.

놀이동산의 대관람차에 불빛이 하나둘씩 켜진다.

자그마한 삼각대를 놓고 기념촬영을 하는 청춘들이 아름답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흰 마스크 차림이라는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 그들의 환한 웃음을 가리는 흰 천 조각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그래도 어쩌랴. 이 또한 지나가리라!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1년 11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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