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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만든 넷플릭스, 지원군인가 먹튀인가 [팩트체크]

송고시간2021-10-19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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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세계적인 흥행 속에 갖가지 화제를 낳고 있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대한 관심이 수익배분 문제로까지 옮겨가면서 설왕설래하는 모습이다.

국정감사가 한창인 정치권에선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의 지식재산권(IP)을 모두 가져가는 바람에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기는' 상황이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반면 네티즌들 사이에선 "수익 면에선 아쉬울 수 있으나 넷플릭스라는 플랫폼 때문에 우리나라 문화와 콘텐츠를 크게 알렸다" "리스크 안고 투자한 건데 더 뭘 바래" 등 넷플릭스의 투자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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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자체 평가한 '오징어 게임' 가치는 1조원…제작사 마진은 20억~50억원

콘텐츠 제작 기여에도 지식재산권 독점은 문제 "제도적 개선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달고나, 영희 인형, 딱지치기, 초록색 트레이닝복…

세계적인 흥행 속에 갖가지 화제를 낳고 있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대한 관심이 수익배분 문제로까지 옮겨가면서 설왕설래하는 모습이다.

국정감사가 한창인 정치권에선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의 지식재산권(IP)을 모두 가져가는 바람에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기는' 상황이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반면 네티즌들 사이에선 "수익 면에선 아쉬울 수 있으나 넷플릭스라는 플랫폼 때문에 우리나라 문화와 콘텐츠를 크게 알렸다" "리스크 안고 투자한 건데 더 뭘 바래" 등 넷플릭스의 투자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크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은 지난달 17일 공개한 지 한 달도 안 돼 전 세계 1억1천100만 가구가 시청했다. 넷플릭스의 간판 흥행작인 '브리저튼'(8천200만 가구), '뤼팽'(7천600만 가구) 등을 크게 앞지른 것으로 넷플릭스 시리즈 역대 최다 시청 기록이다.

이 같은 흥행 성적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드라마 '오징어 게임'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오징어 게임'이 만들어낸 수익은 얼마?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은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으로 220억~240억원의 투자액 대비 1천166배에 달하는 28조원의 경제적 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넷플릭스의 시가총액이 '오징어 게임' 공개 하루 전인 9월16일 2천600억달러였다가 3주 뒤인 10월6일 2천830억달러로 230억달러 늘었는데 이를 원화로 환산하면 약 28조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오징어 게임'이 거둔 실제 수익으로 보긴 어렵다. '오징어 게임'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해도 '오징어 게임'만으로 넷플릭스의 주가가 움직였다고 볼 순 없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넷플릭스 내부 문건을 근거로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의 가치를 8억9천110만달러(약 1조원)로 평가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 역시 실제 수익과는 거리가 있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블룸버그의 보도를 '오징어 게임'의 경제적 가치 근사치로 신빙성 있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는 세계적인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흥행 성적과 견주어도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역대 흥행 1위 영화인 '아바타'는 28억달러(약 3조1천800억원), 2위인 '어벤져스:엔드게임'은 27억9천700만달러(약 3조1천700억원)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넷플릭스 한국지사는 블룸버그 보도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넷플릭스는 매월 일정한 회원비만 내면 보유한 모든 작품을 무료로 시청할 수 있는 월 정액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작품별 수익을 산출하지 않고 있으며 산출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는 190여개국에 2억900만개의 유료 구독자 계정을 보유하고 있는데 가장 저렴한 베이식 요금이 한국은 월 9천500원, 미국 8.99달러, 일본 990엔이다.

넷플릭스 한국지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광고 없이 정액 회원제로만 운영되고 IPTV(인터넷TV)처럼 추가 비용을 부과하지도 않기 때문에 특정 작품을 몇 명이 시청하든 수익에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 '오징어게임' 넷플릭스 역대 최단기간 최다시청 기록
[그래픽] '오징어게임' 넷플릭스 역대 최단기간 최다시청 기록

(서울=연합뉴스) 장예진 기자 = 넷플릭스는 현재까지 전 세계 1억1천100만 구독 가구가 '오징어 게임'을 시청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는 첫 공개된 지 28일만에 시청 가구 8천200만을 달성한 영국 로맨스드라마 '브리저튼'을 제친 것이다.
jin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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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비 200억~253억원…제작사 마진은 20억~50억원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투자액이나 제작사 마진도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이에 대해선 좀 더 정확한 추정이 가능해 보인다.

'오징어 게임' 제작비는 당초 200억원으로 알려졌으나, 블룸버그는 투자액을 이보다 25%가량 늘어난 2천140만달러(한화 253억원)로 특정해 보도했다.

이에 대한 업계 전문가들의 해석은 다소 갈린다.

우선 200억원을 순수 제작비로 보고 여기에 더해진 53억원의 대부분을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 제작사에 지급한 마진으로 보는 해석이 있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처럼 제작비 전액을 대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경우 통상 총제작비와 10~30%의 마진을 추가로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영화인 '승리호'의 경우 총제작비 240억원에 마진 30%를 더한 310억원을 제작사에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달리 당초 '오징어 게임' 제작비로 알려졌던 200억원에 제작사 마진까지 포함된 것으로 보는 해석도 있다. 이 경우 실제 제작비 160억~180억원에 20억~40억원의 마진이 더해졌고, 나머지 53억원은 넷플릭스가 가외로 지출한 마케팅 비용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해석들을 종합해 보면 '오징어 게임' 제작사인 싸이런픽쳐스에 돌아가는 확정 마진은 20억~50억원 수준으로 추산해 볼 수 있다.

해외에서 보이는 '오징어게임' 열풍.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프랑스 파리에 들어선 오징어게임 팝업스토어, 오징어게임을 체험하기 위해 모여든 파리 시민들, 오징어게임에 등장한 전통놀이인 딱지치기를 하는 멕시코인들, 중국 상하이에 들어선 달고나 가게. [연합뉴스 자료사진]

해외에서 보이는 '오징어게임' 열풍.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프랑스 파리에 들어선 오징어게임 팝업스토어, 오징어게임을 체험하기 위해 모여든 파리 시민들, 오징어게임에 등장한 전통놀이인 딱지치기를 하는 멕시코인들, 중국 상하이에 들어선 달고나 가게. [연합뉴스 자료사진]

◇ 넷플릭스, 제작사에 유리한 환경 제공…IP 독점은 개선 필요

블룸버그 보도에 비춰보더라도 넷플릭스가 자체 평가한 '오징어 게임'의 가치 1조원에 비하면 제작사가 손에 쥐는 20억~50억원의 수익은 터무니없이 작아 보인다.

이를 두고도 넷플릭스와 싸이런픽쳐스 간의 계약이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 국정감사장에서 거론된 '오징어 게임' IP 문제는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의 판권 등을 독점함으로써 흥행 대박이 났는데도 제작사는 추가로 수익을 배분받을 길이 원천봉쇄된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인 흥행에는 넷플릭스와 과감한 투자와 막강한 플랫폼의 역할이 컸고, 투자 계약 당시는 지금과 같은 흥행을 예측하긴 어려웠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2008년 처음 작품을 기획했으나 제작자를 찾지 못하다 넷플릭스의 투자로 작품화할 수 있었다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싸이런픽쳐스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넷플릭스와 투자 계약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불만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넷플릭스 한국지사 관계자는 '오징어 게임'의 수익을 독식한다는 지적에 대해 "넷플릭스는 한국 시장에 2016~2020년 5년간 7천700억원을 투자했고 올해도 5천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며 "넷플릭스는 러닝개런티(수익배당금)가 없어 특정 작품이 크게 흥행해도 제작사나 배우에게 추가로 수익을 배분하진 않지만 다음 시즌을 제작할 가능성이 커져 그때 반영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IP 독점과 국내 콘텐츠 산업의 종속 문제는 정책적 견제와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유건식 KBS 공영미디어연구소장은 "10년 동안 투자사를 찾지 못한 작품을 살려낸 넷플릭스의 역할이 있지만 IP 부분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며 "저작권은 창작자를 보호하고 경제적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넷플릭스처럼 자본의 힘으로 밀고 들어와 독점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제도적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제작사가 최소 마진도 보장받기 힘들었던 과거 국내 콘텐츠 제작 관행에 비해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환경을 업계에서 나쁘지 않게 인식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 디즈니 등의 국내 진출로 OTT 플랫폼사 간의 경쟁이 활발해지고 역량 있는 국내 제작사들의 협상력이 향상되면서 IP를 좀 더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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