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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추모 물결 속 침공당한 이라크선 "신의 심판받을 것"

송고시간2021-10-19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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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18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별세한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을 애도하는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파월 연설'이 도화선이 된 미국 침공으로 큰 상처를 입은 이라크에서는 고인을 비판하는 목소리까지 나오는가 하면 일각에선 고인을 기리는 등 상반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영국 언론 가디언이 전했다.

이런 참극의 잉태에 파월 전 국무장관의 책임이 적지 않은 터라 전쟁 후유증으로 신음해온 이라크의 대다수 시민은 추모 물결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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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는 전쟁 후유증으로 비판 vs 쿠르드족은 "민족 대의에 기여" 애도

파월, 이라크전쟁 정당화한 유엔 연설 '오점' 인정하기도

84세로 타계한 흑인 최초 미 국무장관 콜린 파월
84세로 타계한 흑인 최초 미 국무장관 콜린 파월

(워싱턴 AP=연합뉴스)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이 2001년 5월 21일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흑인 최초로 미군 합참의장과 국무장관을 지낸 파월은 18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합병증으로 별세했다. 향년 84세. jsmoon@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18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별세한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을 애도하는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파월 연설'이 도화선이 된 미국 침공으로 큰 상처를 입은 이라크에서는 고인을 비판하는 목소리까지 나오는가 하면 일각에선 고인을 기리는 등 상반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영국 언론 가디언이 전했다.

2003년 미국이 대량살상무기(WMD)를 명분으로 시작한 이라크 전쟁은 대규모 사상자를 비롯해 종파갈등, 경제침체 등 이라크에 대대적인 후유증을 안겼다.

난민 양산은 차치하고라도, 이라크인 20만명, 미군 4천여명의 막대한 사망자를 낸 이 전쟁으로 미국은 전세계적인 비판을 받았다.

이런 참극의 잉태에 파월 전 국무장관의 책임이 적지 않은 터라 전쟁 후유증으로 신음해온 이라크의 대다수 시민은 추모 물결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이라크 언론이나 정가에서는 대체로 침묵이 이어졌지만 특히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파월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다.

이라크전 이후 3년 가까이 이슬람국가(IS)와 전쟁까지 치러 폐허가 된 제2 도시 모술 주민들은 고인의 이력을 거론하며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붓고 있다.

한 주민은 파월 전 장관이 이라크전 직전 유엔에서 한 연설로 미국이 자국을 침공할 근거 없는 이유를 제시했다면서 "그는 이라크에 혼란을 가져왔다. 미국은 이라크 전체를 파괴해 우리 사정을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다른 주민도 파월 장관의 당시 연설에 분개하며 "그 전쟁으로 사촌을 잃었고 가족들은 3년 동안 난민촌을 전전해야 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승리냐"고 반문했다.

파월 전 장관은 2003년 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연설자로 나서 이라크 침공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그는 당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 은닉 등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며 사담 후세인 정권이 WMD를 보유하고 있고 알카에다와 연루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안보리 승인은 얻지 못했지만 한 달 뒤 미국은 이라크 침공을 감행하면서 후세인 정권을 축출했다.

그러나 전쟁의 명분이었던 WMD는 결국 발견되지 않아 전쟁의 서막을 열었던 '파월 연설'을 비롯해 미국은 국제사회의 큰 비판을 받았다.

파월 전 국무장관은 2005년 "평생 내 이력에 남을 것"이라며 "고통스럽다"고 말해 이를 오점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후세인 정권이 축출되는 것을 목격했으나, 연합군 핵심 거점으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한 바그다드 등 남부 지역에서는 파월 전 장관을 향한 반응이 다소 엇갈렸다.

한 사업가는 "자유가 찾아온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기까지 오는 데 너무 많은 고통이 따랐다. 12만명이 넘는 이라크 시민이 목숨을 잃고 수백만명이 터전을 잃었다. 그가 눈을 감기 전 자신이 한 일에 대해 반성한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시민은 "신의 심판이 기다릴 것"이라며 냉랭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이라크전을 계기로 오랜 숙원이던 자치의 꿈에 다가선 쿠르드족 통치 지역은 파월 전 장관 애도에 동참했다.

쿠르드자치정부가 들어선 이라크 북부에서는 고인이 독재정권을 축출하고 민족 대의에 기여했다고 평가하며 추모했다.

후세인 정권의 오랜 탄압을 받아왔던 소수민족 쿠르드족은 전쟁 당시 미국을 도와 이라크군과 맞섰다. 이들은 1991년 걸프전 이래 미국의 도움으로 쿠르드자치정부를 꾸린 이후 독재정권 붕괴에 힘입어 독립을 꿈꾸고 있다.

마스로르 바르자니 자치정부 총리는 고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쿠르드 지역과 이라크의 오랜 친구였던 파월 전 국무장관이 세상을 떠나 슬프다"며 애석해했다. 그는 "우리는 독재 정권을 축출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했다"며 "난 그가 이 지역의 항구적인 평화를 추구했다는 것을 안다"고 말하며 고인을 기렸다.

살라딘대학에서 국제법을 가르치는 쿠르드족 교수는 고인에 대해 "쿠르드족이 1991년 자치권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파월 덕분"이라며 "쿠르드족과 다른 이라크인에게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추모했다. 파월 전 국무장관은 당시 합참의장으로서 '파월 독트린'을 내세워 걸프전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른 쿠르드족은 다소 상반된 평가를 내놓았다.

연구원인 고란 살람은 고인에 대해 "이라크에 자유와 민주주의를 도입하는 데 기여했지만 동시에 이곳의 안보가 파괴됐다"며 미국 때문에 ISIS(이슬람국가 IS의 옛 이름)나 알카에다 등을 중심으로 역내 테러 활동이 증가했다며 복합적인 평가를 내렸다.

파월 전 국무장관 추모 조기 내건 미 의사당
파월 전 국무장관 추모 조기 내건 미 의사당

(워싱턴 AP=연합뉴스) 미국 워싱턴DC의 의사당에 18일(현지시간) 타계한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을 추모하는 조기가 걸려 있다. jsmoon@yna.co.kr

한편 미국 등 서방 지역 중심으로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파월 전 장관은 미국을 강하게 하는 민주적 가치에 헌신했다. 그는 자신과 정당, 그 무엇보다 조국을 최우선에 두었다"며 "그는 위대한 미국인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라고 추모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그는 국무부에 경험과 애국심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며 "그는 우리에게 품위를 주었고, 국무부는 그를 사랑했다"고 했다.

첫 여성 흑인 부통령인 카멀리 해리스는 그에 대해 "존엄과 품위를 갖추신 분"이라고 추모했다.

최초의 흑인 국방장관인 로이드 오스틴 장관은 "세계는 가장 위대한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을 잃었다"며 "그는 오랫동안 나의 멘토였다"고 기렸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지지했던 토니 블레어 영국 전 총리는 "수년간 미국 군사 및 정치 지도부 내 뛰어난 인물이었다"고 애도했다.

kite@yna.co.kr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vRhi4SFi5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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