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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그라드는 대장동 수사…남욱·정영학 '여유만만'

송고시간2021-10-22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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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학, 대질신문서 김만배 압박…남욱은 취재진에 농담

유동규측 "뇌물 받은 적 없고 주범으로 잘못 몰려"…김만배는 침묵

(왼쪽부터) 김만배-남욱-유동규
(왼쪽부터) 김만배-남욱-유동규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이른바 '대장동 4인방'의 태도가 검찰 조사가 진행될수록 극명하게 엇갈려 결과가 정해진 수사 아니냐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는 검찰에 녹취록을 제출하며 동업자였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등을 몰아세우고, 유 전 본부장과 김씨 측은 수세적으로 대응하는 모양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전날 '대장동 4인방'을 불러 대질신문을 했다.

취재진의 눈에 띈 것은 남 변호사의 한층 더 여유로워진 태도다.

15일 공항에서 체포된 그는 석방 후 첫 조사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굳은 표정으로 답변을 피했다. 그러나 21일 조사가 끝나고 나오면서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마디 했다가 검사님한테 엄청 혼났다. 농담이다", "나중에 커피 한잔 사드리겠다"며 웃어 보이기도 했다.

그는 체포됐다가 풀려난 사람치고는 여유롭게 조사 중 청사 밖으로 식사하러 나갔다 들어오기도 하고, 기자들을 만나면 웃으며 "다시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남 변호사는 본인이 법조인인데다 2015년 대장동 개발로비 사건으로 한 차례 구속된 적 있어 '대장동 4인방' 중에서는 수사 절차를 가장 잘 아는 인물로 꼽힌다.

그가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는 것도 귀국 이후 조사를 받으면서 전담수사팀의 수사가 허술하다고 파악했기 때문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남 변호사는 2013년 위례자산관리 대주주 정재창 씨, 정 회계사 등과 함께 유 전 본부장에게 3억5천200만원을 전달했는데, 공소시효가 10년인 뇌물수수와 달리 해당 혐의(뇌물공여)는 공소시효 7년이 지나 자백하더라도 처벌받지 않는다.

검찰 재소환된 남욱 변호사
검찰 재소환된 남욱 변호사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성남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남욱 변호사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재소환돼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2021.10.22 hkmpooh@yna.co.kr

남 변호사와 2009년 대장동 민영개발을 추진했던 정영학 회계사도 전날 대질조사에서 김씨 등을 마치 수사관처럼 몰아붙였다고 전해진다.

정 회계사는 대장동 의혹으로 고발된 피의자 중 한 명이자 배임 의혹의 공범으로 입건돼 있지만, 참고인 신분으로 비공개 소환조사를 받아왔다.

정 회계사는 검찰에 김씨, 유 전 본부장 등과 대화한 여러 건의 녹취 파일을 제출했는데. 검찰은 이 녹취록에 나오는 각종 로비·특혜 배당 설계 정황을 토대로 김씨와 유 전 본부장을 추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와 별개로 남씨가 녹음한 파일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이 제출한 녹취록을 중심으로 수사가 이어지면서 유 전 본부장과 김씨 측은 점점 코너에 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유 전 본부장은 전날 대질조사에서 '내가 무엇을 했다고 700억원이나 주려 했다는 것이냐'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은 이날 오전 취재진에 입장문을 보내 "유씨가 심약한 성격이라 공직자로 채용된 이후 뇌물에 대한 경계심과 두려움이 남달랐다"며 "위례사업, 대장동 사업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씨가 자기에게 수백억을 줄 것처럼 이야기하자 맞장구치며 따라다니면 얼마라도 챙길 수 있겠다는 생각에, 녹음 당하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하다가 이번 사건의 주범으로 잘못 몰렸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법원에서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거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앞서 그는 녹취 파일에 담긴 로비 의혹과 관련해 정 회계사가 녹음하는 것을 알고도 일부러 허위사실을 섞어 발언했다는 석연찮은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검찰 유리벽 청소
검찰 유리벽 청소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2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관계자가 유리벽을 청소하고 있다. 2021.10.22 hkmpooh@yna.co.kr

상반되는 '대장동 4인방'의 모습을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가 검찰에 자신들이 보유한 증거를 제출하고 수사에 협조하는 대신 처벌 수위를 조절하는 일종의 '딜'을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전날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부정처사 후 수뢰 약속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도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수천억원대 손해를 끼쳤다는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는 제외했다. 뇌물 혐의도 구속영장 청구 때보다 줄었다.

검찰은 배임 혐의는 추후 처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대장동 4인방'이 공범으로 묶여 있는 배임 혐의를 유 전 본부장 공소장에 추가할 수 있을지가 수사 성패의 관건이 됐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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