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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부작용 그후] ③ "석 달 병원비만 7천151만원인데…"

송고시간2021-11-04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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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부작용에 대해 "정부로부터 보호받지 않고 개인이 피해를 일방적으로 입게 되는 일이 있지 않을까 이런 염려는 전혀 하시지 않아도 된다"며 정부에서 전적으로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 후 건강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는 이들 중에는 "대통령을 믿고 백신을 맞았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하는 사람이 적잖다.

취재팀은 백신 접종 후 갑작스럽게 중증환자가 됐지만 정부로부터 적극적인 피해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이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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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거 잃고 파산한 후에야 정부 도움받을 수 있나요"

지원금 심의에만 90일 걸려…정부 "의료비 지원 늘리겠다"

백신접종 이상반응 모니터링
백신접종 이상반응 모니터링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권선미 기자 문혜원 인턴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부작용에 대해 "정부로부터 보호받지 않고 개인이 피해를 일방적으로 입게 되는 일이 있지 않을까 이런 염려는 전혀 하시지 않아도 된다"며 정부에서 전적으로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백신 피해 신고자들에게는 이런 '대통령의 약속'과 현실이 달랐다. 백신 접종 후 건강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는 이들 중에는 "대통령을 믿고 백신을 맞았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하는 사람이 적잖다.

지난달 28일 기준 백신 접종 7천528만7천995건 중 이상반응이 나타나 신고한 사례는 33만8천261건(0.45%)이었고, 이 중 2천287건(0.67%)에 대해 보상이 결정됐다.

정부는 백신 접종 후 인과성 근거가 불충분해 보상에서 제외된 중증 또는 특별관심이상반응 환자에 대해서도 1인당 1천만원까지 진료비 등을 지원하고 있으나, 지원대상으로 확정된 인원은 49명이며 이 중 7명에게 지원금 지급이 완료됐다. 정부는 내년부터 의료비 지원을 1인당 최대 3천만원까지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취재팀은 백신 접종 후 갑작스럽게 중증환자가 됐지만 정부로부터 적극적인 피해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이들을 만났다.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는 지수복씨 남편 안병두씨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는 지수복씨 남편 안병두씨

[안병두씨 제공]

◇ 피해보상금은 최대 1천만원…석 달 병원비만 7천만원

'입원 중간진료비 금액을 알려드리오니 확인 후 수납해 주시기 바랍니다. 입원진료비 : 60,739,350원.'

경남 함안에 사는 안병두(51)씨는 지난달 7일 병원에서 온 이런 문자를 보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안씨의 아내 지수복(48)씨는 지난 7월 6일 화이자 백신을 맞은 후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고, 백신을 맞은 지 불과 5일 뒤 입원했는데 급성 심근경색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보름 뒤 심장 이식 수술을 했다.

병원비는 이후 11일 동안 500만원이 더 불었다. 3개월여간 병원 치료비로 나온 금액이 총 7천151만원에 달한다. 안씨는 이 중 600만원만 낼 수 있었다.

동네 어르신들을 방문해 돌보는 일을 하는 요양보호사였던 아내는 백신 우선 접종 대상자로 지난 4월 20일 1차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을 때는 사흘간 미열이 났지만 컨디션은 괜찮았다고 한다.

안씨는 심근염이 화이자의 대표적인 이상 증상이라는 사실을 인터넷을 통해 알고 보건소에 역학조사를 신청했다. 그러나 보건소에서는 "살아 있는 사람은 생체 검사를 할 수 없다"며 접수를 거부했다.

안씨는 "아내가 떼어낸 심장으로라도 검사를 해달라"고 질병관리청에 요청했고, 검사 비용은 안씨가 모두 지불해야 했다.

병원에서는 소견서에 '코로나19 화이자 백신 접종 후 급성 심근염 발생함. 백신과의 연관성을 배제할 수 없음'이라며 아내 지씨의 상태를 상세히 기재했다.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역학조사관이 지씨의 질병이 백신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해 질병청으로 서류를 보냈다.

그러나 지난 8월 안씨가 질병청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으로부터 받은 피해 조사 심의 결과는 '4-1' 판정이었다.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이 발생한 시기가 시간적 개연성이 있으나 백신과 이상반응에 대한 자료가 충분치 않아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4-1에 해당하는 경우 최대 1천만원까지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마저도 정확히 얼마를 지급할지 심의하는 데만 90일이 걸린다.

아내의 병원비로 순식간에 빚더미에 앉게 된 안씨는 질병청에 "의사도 인과관계를 인정했는데 무슨 근거로 '근거 불충분'이라는 결론을 낸 건지 평가 자료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질병청은 끝내 자료를 보여주지 않았다.

지수복씨 심의결과 안내문
지수복씨 심의결과 안내문

[안병두씨 제공]

화물차 운전자였던 안씨는 아내의 병간호를 위해 일을 그만둬야 했다. 당장 먹고살기도 어려워져 고등학교 3학년, 중학교 2학년인 아들들의 학업은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안씨는 "아내와 맞벌이를 하다가 (이제) 경제 활동을 하는 사람이 없으니 빚만 쌓여가고 있다"며 "아내가 백신 접종만 하지 않았어도 우리 가족이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고 말했다.

안씨와 두 아들은 지씨가 쓰러진 뒤 정부에서 '나 몰라라'하는 행태를 보고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안씨의 아내 사례는 국정감사장에서도 거론됐다. 지난달 7일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은경 질병청장은 "현재 심근염에 대해서는 4-1로 분류하고 있는데, 근거가 더 명확해지고 부작용으로 인정이 되면 정식 피해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 순식간에 사지 마비된 어머니…질병청 "다른 원인으로 인한 것"

인천 부평구에 사는 이현희(52)씨는 3년 전부터 일주일에 세번씩 혈액 투석을 하는 장애 2급 남편과 공사 현장에서 보일러 설치 작업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대학에서 기계학을 전공한 아들은 아버지의 건강이 악화한 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부모님의 일을 도우며 월 150만 원씩 생활비를 받았다.

소박하게 살아온 이씨 가족에게 불행이 시작된 건 지난 7월 6일이었다. 코로나19 1차 백신으로 아스트라제네카를 맞았던 이씨의 친정어머니 차영숙(75)씨는 2주 뒤 화이자를 교차 접종했는데 접종 8일 뒤 갑작스럽게 다리에 힘이 풀려 몸을 일으킬 수 없게 됐다. 곧장 손자에게 업혀 응급실로 갔으나 상태가 급격히 악화했다. 병원에서는 "빨리 수술하지 않으면 하반신이 마비될 수 있다"고 했다.

차씨는 바로 수술을 받았지만 다리 마비 증세는 악화했고, 손을 움직이는 것뿐만 아니라 물을 삼키는 것도 어려워졌다. 급기야 자가호흡까지 불가능해지자, 의료진은 척수염·반응검사를 진행했다. 결과는 '길랑-바레증후군'(감염 등에 의해 몸 안의 항체가 말초신경을 파괴해 마비를 일으키는 신경계 질병)으로 나왔다.

의료진은 이씨에게 "어머니가 말초신경 손상이 심해 언제 사망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차씨가 응급실에 간 지 불과 열흘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주치의는 "차씨처럼 길랑-바레증후군이 급격히 진행돼 식물인간처럼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했다.

차씨가 입원 치료를 받게 되자 이씨 가족이 부담해야 하는 병원비는 한 달에 10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늘었다.

차씨는 전혀 차도를 보이지 않았고, 3개월이 지나자 병원에서는 전원(轉院)을 요구했다. 위급 환자가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를 중환자실에 장기간 입원시킬 수 없다는 이유였다. 길랑-바레중후군은 치료 방법이 없어 병원에서도 인공호흡기와 욕창 관리 외에는 더는 할 수 있는 조치가 없었다.

이씨는 어머니가 화이자 백신 주사로 인해 이런 증상을 겪게 됐다고 생각하고 7월 11일 보건소에 역학조사를 신청했다. 주치의는 진단서에 '환자의 병력이나 시간관계 등을 고려해 볼 때 화이나 백신 접종과 길랑-바레증후군 발생과의 연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이라고 기재했다. 역학조사관은 이씨에게 "어머니가 백신 후유증으로 길랑-바레증후군이 발생했다는 근거 자료를 모두 수집해 질병청으로 넘겼다"고 전했다.

차영숙씨 심의결과 안내문
차영숙씨 심의결과 안내문

[이현희씨 제공]

이씨는 "당연히 백신과의 인과성을 인정받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하지만 두 달여 뒤 질병청에서 나온 결과는 4-2 판정이다.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이 발생한 시기가 시간적 개연성이 있지만 백신보다는 다른 이유에 의한 가능성이 더 높아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였다.

이씨가 역학조사관에게 "백신보다 가능성이 더 높은 '다른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으니 조사관은 "아스트라제네카나 얀센 백신은 외국에서 길랑-바레증후군을 부작용으로 인정한 사례가 있지만, 어머니가 맞은 건 화이자 백신이라서 부작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다른 이유'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았다. 질병청에 관련 자료를 요구해도 "이의 제기를 하라"고만 할 뿐 이유를 알 수는 없었다.

"우리 가족은 지금 사는 게 사는 게 아닙니다. 차라리 엄마가 의식이 없어서 고통이라도 느끼지 못하셨다면 마음이 이렇게 아프지는 않았을 거예요. '엄마와 함께 죽으면 남편과 자식은 짐을 덜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모든 것을 잃고 파산한 후에는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fortuna@yna.co.kr/mhw0116@yna.co.kr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em0NDgWhb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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