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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8장 유동규 공소장…남욱에게 "땅 못사면 내가 해결"

송고시간2021-10-23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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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유동규(52)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과거 대장동 민간 개발을 추진하던 남욱 변호사에게 '공사 설립을 도와주면 민관개발 사업권을 주겠다'는 취지로 제안하고 뒷돈을 받은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다.

23일 일부 공개된 A4용지 8장 분량의 유 전 본부장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으로 일하던 2012년 남 변호사에게 "공사 설립을 도와주면 민간사업자로 선정돼 민관합동으로 대장동을 개발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유 전 본부장은 2013년 2월 최 전 의장 주도로 공사 설립 조례안이 통과된 뒤엔 남 변호사에게 "대장동 개발사업 구획 계획도 너희 마음대로 다해라. 땅 못 사는 것 있으면 내가 해결해 주겠다"는 취지로 말하며 "2주 안에 3억원만 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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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설립 도와주면 사업권"…"너희 마음대로 해라" 화천대유 유리한 사업 설계

검찰, 녹취록·관련자 진술 의존해 공소사실 구성…변호인 "입증 안 된 내용"

화천대유 김만배 - 성남도시개발공사 유동규 (PG)
화천대유 김만배 - 성남도시개발공사 유동규 (PG)

[홍소영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유동규(52)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과거 대장동 민간 개발을 추진하던 남욱 변호사에게 '공사 설립을 도와주면 민관개발 사업권을 주겠다'는 취지로 제안하고 뒷돈을 받은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실제 공사 설립 후 민관 개발이 추진되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측에 각종 편의를 제공해주고 그 대가로 700억원을 받기로 약속했다고 결론내렸다.

23일 법조계와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그는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으로 일하던 2012년 남 변호사에게 "공사 설립을 도와주면 민간사업자로 선정돼 민관합동으로 대장동을 개발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유 전 본부장은 당시 최윤길 성남시의회 의장을 통해 남 변호사를 소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본부장은 2013년 2월 최 전 의장 주도로 공사 설립 조례안이 통과된 뒤엔 남 변호사에게 "대장동 개발사업 구획 계획도 너희 마음대로 다해라. 땅 못 사는 것 있으면 내가 해결해 주겠다"는 취지로 말하며 "2주 안에 3억원만 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남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정재창씨가 각각 돈을 마련해 그해 4월∼8월 강남 룸살롱 등에서 유 전 본부장에게 3억5천200만원을 전달했다. 검찰은 이 돈에 대가성이 있다고 보고 특가법상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A4용지 8장 분량으로 정리된 유 전 본부장 공소장에는 남 변호사 등이 공사 설립을 위해 어떤 도움을 줬는지는 적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왼쪽부터) 김만배-남욱-유동규
(왼쪽부터) 김만배-남욱-유동규

[연합뉴스 자료사진]

검찰은 공사 설립 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실제 화천대유 측에 편파적으로 일이 진행됐다는 점도 공소장에 적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남 변호사로부터 사업자 선정에서 편의를 봐달라는 부탁을 받고, 2014년 11월 기획본부 산하에 전략사업실을 신설해 남 변호사의 대학 후배인 정민용 변호사, 정 회계사 지인인 김민걸 회계사를 채용한 뒤 사업을 주물렀다고 봤다.

실무진이 제기한 초과 이익 환수 조항 필요성을 무시한 채 공모지침서를 작성·공고하게 하고, 정 변호사를 사업자 선정 심사 위원으로 넣어 화천대유 측에 유리한 심사를 진행했다고 봤다. 화천대유 측과 맺은 사업협약·주주협약에도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넣지 않아 민간 사업자에게 거액의 이익이 돌아가게 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그래픽] 대장동 개발 핵심 4인방 거래 의혹
[그래픽] 대장동 개발 핵심 4인방 거래 의혹

검찰은 이후 유 전 본부장이 지난해 10월 분당의 한 노래방에서 김씨에게 대가를 요구했고, 김씨가 "그동안 기여를 고려해 700억원 정도를 주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봤다.

김씨는 700억원 지급 방식으로 ▲ 유원홀딩스 주식 고가 매수 ▲ 천화동인 1호 배당금 직접 지급 ▲ 천화동인 1호 배당금 김씨 수령 후 증여 등을 거론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 변호사가 천화동인 1호를 두고 명의신탁 소송을 내 돈을 받아 간 뒤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하는 방법도 제시된 걸로 검찰은 파악했다.

검찰은 이들이 올해 2∼4월 여러 차례 논의 끝에 700억원에서 세금 공제 후 428억원을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보고 유 전 본부장에게 부정처사 후 수뢰 약속 혐의를 적용했다.

이 같은 공소사실은 정 회계사의 녹취록과 남 변호사가 제출한 녹음 파일, 당사자들 진술에 의존해 구성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장에 적시한 내용도 그간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 수준을 크게 뛰어넘진 않았다.

그러나 구체적인 물증이 없는 데다 유 전 본부장이나 김씨가 이 같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법정에서는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혐의를 구성하는 데 중요한 부분인 공사 설립 과정의 도움도 빠져 있다.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은 이날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고, 공소사실도 모두 입증되지 않은 내용이라 재판과정에서 다툴 예정"이라고 밝혔다.

변호인 측은 특히 검찰이 핵심 증거로 삼고 있는 정 회계사 녹취록의 증거 능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다.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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