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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in제주] 아열대 어종·산호류 급증 화려해진 제주 바다의 그늘 '사막화'

송고시간2021-10-3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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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해녀들은 울상이 된 지 오래며, 어류의 은신처와 산란처가 되는 해조류 숲이 사라지자 자리돔과 옥돔 등 주요 어종의 어획량도 급감해 어업인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반면 산호와 어류 등 제주 바다의 생물들은 나날이 화려해져 가고 있다.

따뜻한 해류를 타고 아열대 생물이 북상해 제주 앞바다에 정착하는 경우가 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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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간 제주 바다 수온 2도↑, 동계 수온은 3.6도↑…온난화 속도 빨라

감태, 미역 등 난대 해조류 급감…소라, 전복, 성게 등 줄어 해녀 '비명'

(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최근 수년간 마라도와 가파도에서는 대표 특산물인 미역과 톳이 자취를 감췄다.

영역 넓히는 경산호와 고사 직전의 감태
영역 넓히는 경산호와 고사 직전의 감태

(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10월 23일 제주 서귀포시 보목동 섶섬 앞바다에서 호박돔 한 마리가 유영하고 있다. 호박돔 아래엔 아열대 경산호가 영역을 넓혀가고 있고, 오른쪽에 보이는 감태는 죽어가고 있다. 2021.10.28

제주도 전역에서 감태와 미역, 톳 등이 급격히 줄면서 해조류를 먹이로 하는 전복, 오분자기, 소라, 성게 등도 줄어들었다.

해녀들은 울상이 된 지 오래며, 어류의 은신처와 산란처가 되는 해조류 숲이 사라지자 자리돔과 옥돔 등 주요 어종의 어획량도 급감해 어업인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반면 산호와 어류 등 제주 바다의 생물들은 나날이 화려해져 가고 있다. 따뜻한 해류를 타고 아열대 생물이 북상해 제주 앞바다에 정착하는 경우가 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화려한 이방인들 덕에 전국의 스쿠버다이버들이 제주로 몰려들고 있다.

도대체 제주 바닷속에선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연합뉴스 기자가 제주 바닷속 생태계 변화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이달 23일부터 27일까지 스쿠버다이빙 장비를 메고 서귀포 바다 곳곳을 직접 들어 가봤다.

5일간 살펴본 수중 풍경을 정리해 30일 독자들에게 전한다.

연산호와 열대 어종 황붉돔
연산호와 열대 어종 황붉돔

(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10월 23일 제주 서귀포시 보목동 섶섬 앞바다 연산호 사이 열대 어종 황붉돔이 머리를 내밀고 있다. 2021.10.28 jihopark@yna.co.kr

◇ 섶섬 앞바다에 관상용 '섹시 새우'의 출현

제주의 대표적 특산 어종인 자리돔의 주산지로 유명한 보목포구. 이 보목포구가 몇 년 전부터 스쿠버다이빙의 메카로 변신했다.

문섬과 범섬이 전통적 다이빙 '성지'였다면 이제 섶섬을 앞에 둔 보목포구가 메카의 자리를 꿰찬 셈이다. 다이버들은 장비를 착용하고 물에 들어가고 나가기 편리하도록 개조된 다이빙 전용 선박을 타고 수시로 섶섬의 포인트 곳곳으로 나갔다.

23일 오전, 마치 공장 컨베이어벨트에서 제품이 생산되듯 여러 척의 다이빙 전용 선박들이 수시로 포구를 드나들며 지체 없이 10여 명 안팎의 다이버들을 연신 실어날랐다.

배를 타고 5분가량 나가자 이날의 다이빙 포인트인 섶섬 인근 속칭 '작은 한개창'에 도착했다.

표층 수온은 무려 25도. 10월 말임에도 바닷물이 조금도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BCD라 불리는 부력조절장치의 공기를 배출시키며 서서히 하강했다.

제주도에 정착한 쏠배감펭
제주도에 정착한 쏠배감펭

(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10월 23일 제주 서귀포시 보목동 섶섬 앞바다에서 쏠배감펭이 유영하고 있다. 2021.10.28 jihopark@yna.co.kr

섬 벽을 타고 내려가자 가장 먼저 연산호류인 분홍색의 수지맨드라미와 쏠배감펭, 자리돔, 방어, 멸치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화려하고 긴 지느러미를 자랑하는 쏠배감펭은 제주 바다에 토착화한 지 오래됐다.

바닥을 향해 내려가는 동안 강렬한 원색과 무늬로 다이버들에게 사랑받는 아열대 어종들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범돔, 세동가리돔, 청줄돔, 파랑돔, 노랑거북복과 거북복, 호박돔, 아홉동가리, 황붉돔 등이 눈을 즐겁게 했다.

바닥으로 내려가자 말미잘 군락이 펼쳐졌고, 말미잘과 공생하는 흰동가리, 샛별돔 등이 보였다. 흰동가리는 인기 애니메이션 '니모'의 주인공으로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유명해진 대표적인 아열대 어류다.

제주 바다에서 흔해진 청줄돔
제주 바다에서 흔해진 청줄돔

(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10월 23일 제주 서귀포시 보목동 섶섬 앞바다에서 열대 어종 청줄돔이 유영하고 있다. 2021.10.28 jihopark@yna.co.kr

100㎜ 접사렌즈를 장착한 수중카메라로 말미잘 군락을 살피고 다니던 중 전에 볼 수 없었던 말미잘 공생 새우가 눈에 들어왔다.

흰동가리와 비슷하게 주황색 몸통에 하얀 점이 있는 길이 약 2㎝의 '섹시 새우(Sexy Shrimp)'다. 꼬마새우과에 속하는 이 새우의 학명은 'Thor amboinensis'로 하체를 들고 있는 특유의 포즈 때문에 '스쿼트 새우'로도 불린다.

관상용으로 키우는 이 섹시 새우가 서귀포 앞바다에서 다이버들에게 발견된 것은 불과 한두 달 전이라 한다. 국내 미기록종이다.

'섹시 새우'의 제주도 입성
'섹시 새우'의 제주도 입성

(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10월 23일 제주 서귀포시 보목동 섶섬 앞 수심 20m 지점에서 포착된 아열대 새우인 '섹시 새우', 학명 'Thor amboinensis'의 모습. 2021.10.28 jihopark@yna.co.kr

말미잘 군락을 살펴본 뒤 상승하는 과정에선 청황문절의 무리도 마주쳤다. 네온 빛 파란색의 긴 몸체에 길고 하늘하늘한 실 같은 꼬리지느러미 덕에 청황문절은 다이버에게 인기 있는 피사체다.

2000년대 초중반엔 어쩌다 한두 마리 정도 만날 수 있었지만, 요즘엔 10마리 이상씩 무리 지어 다니는 모습이다.

둘째 날인 24일까지 이 해역에서 관찰한 어류와 새우류, 연산호 등 대부분의 바다 생물은 대표적인 아열대 바다 생물들이다.

청황문절의 우아한 유영
청황문절의 우아한 유영

(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지난 10월 23일 제주 서귀포시 보목동 섶섬 수중에서 아열대 어종인 청황문절이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유영하고 있다. 2021.10.29 jihopark@yna.co.kr

20년 이상 이곳 바다에서 다이빙해온 이들은 관찰되는 아열대 생물의 종류와 개체 수를 고려해볼 때 서귀포 바다가 따뜻해지는 속도가 최근 몇 년간 무섭게 빨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섶섬 앞바다에 무성했던 감태밭은 거의 사라졌다.

◇ 범섬 바닷속은 형형색색 산호 군락 '산호정원'

25일 오전 9시 서귀포시 강정동 제주민군복합관광미항에서 배를 타고 10분 정도 나가 범섬 앞 해상에서 일명 '산호정원'이라 불리는 다이빙 포인트로 입수했다. 수심 20m 안팎에서도 수십m 앞이 훤히 보이는 청명한 시야가 확보됐다.

범섬 앞의 다이버들
범섬 앞의 다이버들

(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10월 25일 서귀포시 법환동 범섬 앞에서 다이버들이 출수하고 있다. 2021.10.28 jihopark@yna.co.kr

이 정도 깊이의 바닷속에서는 사물의 원래 색이 보이지 않지만, 수중카메라에 장착된 라이트를 비추자 환상적인 연산호 군락의 자태가 드러났다.

바닥에 깔린 커다란 바위들 위에는 해송, 수지맨드라미, 진총산호, 둥근컵산호, 가시산호 등 형형색색 산호류가 빛을 발했다. 별명 그대로 '산호정원'이었다.

범섬 앞 산호정원의 비경
범섬 앞 산호정원의 비경

(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10월 25일 서귀포시 법환동 범섬 앞 '산호정원' 포인트에서 연산호 군락 위로 자리돔 떼가 지나고 있다. 2021.10.28 jihopark@yna.co.kr

함께 들어간 다이버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산호 군락 위로 자리돔과 줄도화돔 무리가 유영하는 모습은 환상 그 자체였다.

30여 년 전부터 이곳을 찾았다는 한 베테랑 다이버는 연산호 개체 수가 크게 늘어 군락이 확장됐다고 말했다. 최근 10여 년 사이 태풍의 위력이 강해지면서 감태가 떨어져 나간 것이 연산호 개체 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 다이버들의 수중 정화 활동 '깨끗海지구파'

26일 오전 8시 30분 제주 서귀포항 동방파제.

제주를 대표하는 밴드 '사우스카니발'의 리더 강경환 씨 일행과 폐어구 등 쓰레기를 수거하는 수중정화 활동에 동행했다.

제주 연안 해양 쓰레기 오염 심각
제주 연안 해양 쓰레기 오염 심각

(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26일 오전 제주 서귀포항 동방파제 앞바다에서 '2021 환경개선프로젝트 깨끗海지구파'의 일환으로 도내 예술인들이 다이빙 장비를 착용하고 직접 폐어구 등 쓰레기를 수거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2021.10.26 jihopark@yna.co.kr

이날의 활동 포인트는 서귀포항 동방파제 동편 수중 17m 지점. 서귀포항에서 출발해 10분 정도 배를 타고 자구리 앞 해상에 도착했다.

코발트 빛 바다로 뛰어들어 서서히 하강해 바닥으로 내려가니 한쪽은 모래밭 한쪽은 암반 지대가 나타났다. 청명했던 날씨처럼 바닷속 시야도 수십m에 달했다.

감태는 절멸 상태였다.

감태가 무성하던 그 자리는 열대 종인 거품돌산호와 그물코돌산호, 빛단풍돌산호가 촘촘히 세를 불려가고 있었다.

암반 뒤덮은 거품돌산호와 그물코돌산호
암반 뒤덮은 거품돌산호와 그물코돌산호

(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26일 오전 제주 서귀포항 동방파제 앞바다에서 '2021 환경개선프로젝트 깨끗海지구파'의 일환으로 도내 예술인들이 다이빙 장비를 착용하고 직접 폐어구 등 쓰레기를 수거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바닥 암반 위를 거품돌산호와 그물코돌산호가 덮고 있다. 2021.10.26 jihopark@yna.co.kr

감태와 같은 해조류가 없으니 당연히 소라나 전복 따윈 보일 리가 없었다. 돌산호가 없는 암반엔 하얗게 석회류가 쌓여 있었다.

다이버들은 수년 전부터 석회류가 바위를 뒤덮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위틈 사이에선 낚싯줄과 추납 등 폐어구뿐만 폐타이어, 의류, 신발, 페트병, 기름통 등 온갖 종류의 쓰레기가 잔뜩 끼어 있었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잘게 부서져 바닥에 떠다니는 모습도 보였다.

"깨끗한 제주 바다 함께 만들어요"
"깨끗한 제주 바다 함께 만들어요"

(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26일 오전 제주 서귀포항 동방파제 앞바다에서 '2021 환경개선프로젝트 깨끗海지구파'의 일환으로 도내 예술인들이 다이빙 장비를 착용하고 직접 폐어구 등 쓰레기를 수거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2021 환경개선프로젝트 깨끗海지구파'는 제주메세나협회가 주관하고 있다. 2021.10.26 jihopark@yna.co.kr

강씨 등은 연신 쓰레기들을 거뒀지만 이내 손이 모자라 더는 수거하지 못하고 수면으로 떠 올라 배에 올랐다.

◇ 가파도 해녀의 한숨 "바다가 죽어간다"

27일 오전 9시 대정읍 운진항에서 가파도로 가는 정기여객선에 몸을 실었다. 가파도 해녀들이 한동안 중단했던 물질을 시작해 동행 취재하기 위해서다.

가파도에 도착해 트럭에 다이빙 장비와 촬영 장비를 옮겨 싣고 물질 현장으로 향했다.

이날 작업 현장은 가파도 서북쪽 해안 수심 8m 이내 지점. 갯바위에서 다이빙 장비를 착용하고 일찍부터 작업 중인 한 해녀의 뒤를 쫓았다.

해녀들은 수면에 테왁을 띄워놓고 아래 망사리를 걸어 해산물을 채취해 망사리에 집어넣는 방식으로 조업한다.

취재 대상인 1년 차 해녀 김모 씨는 이날 소라를 잡았다. 작업 시작 2시간여 만에 망사리의 절반이 소라로 찼다.

소라 채취하는 해녀
소라 채취하는 해녀

(가파도=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27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도 서북쪽 해안에서 해녀가 소라를 채취하고 있다. 2021.10.27 jihopark@yna.co.kr

작업 장소 주위엔 감태 등 해조류가 듬성듬성 보였다. 기자의 눈엔 서귀포항 동방파제 앞바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나아 보였다.

이날 조업에 나서진 않았지만 수십 년간 가파도에서 물질을 해온 김씨의 어머니는 가파도 바다도 죽어가고 있음이 느껴진다고 했다.

그는 4∼5년 전부터 감태 등 해조류가 줄어들기 시작해 몇 년 전부터 미역과 톳이 아예 나지 않는다고 했다.

해조류가 줄면서 예전보다 소라나 전복, 성게를 잡는데 시간이 곱절 이상이 들어간다고 했다. 가파도엔 미역 가공공장이 있지만, 수년째 미역이 나지 않아 공장은 정지 상태다. 예전엔 미역 400g에 3∼4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해녀로선 큰 손해가 아닐 수 없다.

국토 최남단 섬 마라도의 사정도 비슷하다. 마라도엔 수십 명이던 해녀가 이제 7명밖에 남지 않았다.

가파도 해녀의 물질
가파도 해녀의 물질

(가파도=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27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도 서북쪽 해안에서 해녀가 소라를 채취하고 있다. 2021.10.27 jihopark@yna.co.kr

돈벌이가 되던 미역과 톳은 사라졌고, 소라도 크게 줄었으며, 성게도 속이 빈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란다.

김씨는 올봄 마을 해녀들과 함께 미역의 포자가 갯바위에 잘 붙도록 이물질을 청소하는 '갯닦기'를 했다. 하지만 내년에 미역을 수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크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빨라지는 지구 온난화 그리고 바다 갯녹음

2019년 발행된 국립수산과학원의 '수산 분야 기후변화 평가백서'에 따르면 한국의 연근해 연평균 표층 수온은 1968년부터 2018년까지 50년간 1.23도가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 세계 연평균 표층 수온 상승률 0.49도의 2.5배에 달한다.

제주 바다의 수온 변화는 더 극적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제주도 바다의 수온은 지난 36년 동안 2도가 상승했고, 동계 수온은 무려 3.6도나 상승했다.

바다 수온이 1도 오르는 건 육상의 기온이 5∼10도 이상 오르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고 한다. 해수 온도 2도의 변화가 기온 10∼20도 이상의 변화인 셈이다.

급격하게 오른 수온은 바다 생태계에 큰 변화를 줬다. 수온이 크게 오른 지금의 제주 바다는 아열대 어종이 겨울을 나기에 적합해져 대만, 필리핀, 오키나와 같은 아열대 바다와 유사하게 변하고 있다.

이미 제주 바닷속 물고기의 절반 정도는 아열대 어종으로 바뀐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 바다의 어종 170여 종 가운데 확인·기록된 아열대 어종의 수만 87종이며 속속 '섹시 새우'와 같은 국내 미기록종이 등장하고 있다.

바다 청소하는 다이버들
바다 청소하는 다이버들

(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26일 오전 제주 서귀포항 동방파제 앞바다에서 '2021 환경개선프로젝트 깨끗海지구파'의 일환으로 도내 예술인들이 다이빙 장비를 착용하고 직접 폐어구 등 쓰레기를 수거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2021.10.26 jihopark@yna.co.kr

거품돌산호와 그물코돌산호 등 외래종으로 불렸던 산호도 토착화해 제주 연안의 마을 어장 암반을 뒤덮고 있다.

제주수산연구소는 아열대 지표종인 그물코돌산호를 2014년부터 추적 관찰해왔는데 첫해 6.6cm였던 개체 크기가 지난해 27cm가 됐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가을에 포자를 뿌려 번식하는 돌산호가 겨울 바다 수온이 높아지면서 급격히 세를 불리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해수 온도 상승과 연안 개발 가속화, 오염물질 유입 등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해 탄산칼슘 성분 석회조류가 갯바위에 달라붙어서 바위가 하얀색 또는 붉은색으로 변하는 현상인 갯녹음(바다 사막화 또는 백화) 현상도 제주 바다에서 가속화하고 있다.

갯녹음에 황폐해진 바다
갯녹음에 황폐해진 바다

(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26일 오전 제주 서귀포항 동방파제 앞바다에서 '2021 환경개선프로젝트 깨끗海지구파'의 일환으로 도내 예술인들이 다이빙 장비를 착용하고 직접 폐어구 등 쓰레기를 수거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암반 위에 그물코돌산호가 붙어 있고, 갯녹음현상도 심각한 상황이다. 2021.10.26 jihopark@yna.co.kr

2020년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자료에 따르면 제주도 해역 조사대상 면적 1만5천㏊ 가운데 3분의 1가량인 5천㏊에서 갯녹음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다 사막화 발생에 대해 학계는 온난화로 대표되는 기후변화뿐만 아니라 영양염 부족, 담수 유입, 매립이나 연안 시설물 설치 등 개발에 따른 해양오염, 해조류를 먹이로 하는 성게 등 동물 개체 수의 증가 등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으나 아직 명확한 인과관계가 증명되진 않았다.

해양수산부는 2001년부터 기후변화 대응 해양수산부문 종합대책을 수립해 바다숲 조성 등을 추진하고 있고, 제주도 내에도 지속해서 여러 곳에 바다숲이 조성되고 있으나 바다 사막화 현상을 막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연산호와 아홉동가리
연산호와 아홉동가리

(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10월 25일 서귀포시 법환동 범섬 앞 '산호 정원' 포인트에서 연산호 군락 위로 열대 어종인 아홉동가리가 지나고 있다. 2021.10.28 jihopark@yna.co.kr

전문가들은 아열대화 추세가 심각한 제주 바다에 대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모니터링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바다숲의 복원, 어업구조의 변화에 선제 대응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ji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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