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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만 방어", 대만총통 "미군 주둔" 공개한 의도는?

송고시간2021-10-2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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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잇따라 '천기누설'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40여 년간 견지해온 '전략적 모호성'에서 벗어난 '대만 방어 약속' 발언을 한 직후 차이잉원 총통이 기다렸다는 듯 '미군이 대만에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볼티모어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때 미국이 방어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Yes)라고 답한 뒤 "우리는 그렇게 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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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무력 사용 옵션' 거론에 미국내 '전략적 모호성' 탈피 목소리 커져

대만 총통, '대만 방어 보장' 쐐기 의도

바이든 대통령, 시진핑 주석, 차이잉원 총통
바이든 대통령, 시진핑 주석, 차이잉원 총통

[EPA·신화 사진 합성]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잇따라 '천기누설'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40여 년간 견지해온 '전략적 모호성'에서 벗어난 '대만 방어 약속' 발언을 한 직후 차이잉원 총통이 기다렸다는 듯 '미군이 대만에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에 따라 대만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더욱 증폭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 두 번의 '말실수'로 '대만 방어 보장' 속내 드러낸 바이든

국제사회는 최근 미국과 대만 지도자가 잇따라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놓고 내놓은 발언에 주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볼티모어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때 미국이 방어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Yes)라고 답한 뒤 "우리는 그렇게 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오랫동안 유지된 '전략적 모호성'에 변화를 선언한 것이 아니며 미국의 정책에 변화가 없다고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월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이 잇따라 '말실수'를 한 것은 맞지만 감춰둬야 할 속내를 드러내는 '천기누설'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군 통수권자인 바이든 대통령의 '대만 방어 약속' 발언은 중국의 대만 위협이 날로 거칠어지는 가운데 미국 조야에서 미국이 대만 문제과 관련한 '전략적 모호성' 기조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지난 7월 대만해협 통과하는 미군 구축함 벤폴드함
지난 7월 대만해협 통과하는 미군 구축함 벤폴드함

[미 7함대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군 인도태평양 사령관을 지낸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대사는 전략적 모호성 원칙 재고를 강력히 주장하는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지난 9월 일본 교도통신과 인터뷰에서 미군 장성들이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경고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미국이 이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적절한 대비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고 대만과 단교하면서 '대만관계법'을 제정, 대만에 방어 무기를 제공하고 중국의 침공 등 유사시 대만을 군사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때 실제로 군사개입을 할지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 원칙을 유지해왔다.

이는 중국의 대만 침공을 억제함과 동시에 대만이 정치적인 독립 선언을 해 중국의 침공을 초래하는 사태를 억제하는 두 가지 효과를 모두 노린 것이었다.

하지만 미중 신냉전 와중에 중국이 대만 '무력 통일'을 기도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중국의 침공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분명히 대만 방어에 나설 것이라는 점을 미리 밝혀둬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하고 있다.

중국은 대만을 전쟁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수복해야 할 자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한다.

앞서 중국의 건국 기념일인 '국경절' 연휴 기간인 1∼4일 중국 군용기 총 149대가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들어가 전례 없는 대규모 무력 시위를 벌이면서 대만 일대의 군사적 긴장이 급속히 고조되기도 했다.

'대만 수복'을 자신이 중국 역사에 남길 수 있는 가장 큰 치적이 될 것으로 여기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2019년 1월 '대만 동포에 고하는 글 발표 40주년 기념회' 연설에서 노골적으로 '무력 사용 옵션'을 거론한 바 있다.

◇ 신중한 차이잉원, '미군 주둔' 작심 공개…미국 관여 굳히기

이런 가운데 나온 차이 총통의 27일(현지시간) CNN 인터뷰는 대만 방어 보장으로 흐르는 미국의 여론에 쐐기를 박으려는 차원의 전략적 행동으로 분석된다.

차이 총통은 이번 인터뷰에서 미군이 대만 방어를 도울 것으로 "정말로 믿는다"고 말하면서 겨우 수습되는 듯하던 바이든 대통령의 지난 21일 '대만 방어 약속' 발언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나아가 차이 총통은 대만 역대 지도자 중 처음으로 대만 땅에 미군이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사실 작년부터 대만 현지 언론과 각종 외신을 통해 미국 특수부대원이 대만에서 대만군의 일부 훈련을 지원하는 내용이 사진과 함께 전해진 바 있다.

미군과 훈련 중인 대만군 블랙호크 헬리콥터(노란색 원)
미군과 훈련 중인 대만군 블랙호크 헬리콥터(노란색 원)

이 사진은 작년 11월 공개됐다가 논란이 일자 삭제됐다. [미군 제1특전단 페이스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미국과 대만 당국은 비밀에 부쳐진 이런 활동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바가 없었다는 점에서 차이 총통의 이번 발언은 파격적이다.

차이 총통은 대만 독립을 강령에 넣은 대만 민진당 소속이지만 집권 후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대외적으로 '현상 유지'에 방점을 찍되 실질적으로는 탈중국 정책을 펴는 매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 그가 미군 주둔 사실을 공개적으로 확인한 것은 계산된 행동으로 볼 수밖에 없다. 외교가에서는 차이 총통이 미군 주둔 사실 공개를 통해 미국의 대만 관여를 기정사실로 만들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관영 베이징일보가 운영하는 인터넷 매체인 '창안제즈스'(長安街知事)는 28일 "차이잉원이 능동적으로 미군이 대만에서 (대만군) 훈련을 돕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은 미국과 중국 간의 긴장을 더욱 심화시켜 미국이 대만 문제에서 더욱 진일보한 입장을 내놓도록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필요시 대만을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되찾으려는 중국에 미국의 '대만 방어 약속'과 '미군 주둔 사실 공식화'는 도저히 수용하기 어려운 '중대 현상 변경'이라는 점에서 중국의 거친 반발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마샤오광(馬曉光) 중국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27일 브리핑에서 "미국과 대만이 최근 밀착해 도발하는 배후에는 '대만을 이용해 중국을 억제한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며 "미국에 기대어 독립을 도모하려는 계산법을 타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국이 최근 미국과 고위급 접촉 과정에서 대만 문제를 자국의 최우선 '핵심 이익'이라고 강조한 만큼 '대만 방어'라는 극도로 민감한 주제와 관련된 미국의 태도 변화 가능성은 향후 미중 관계에 큰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안 그래도 대만의 유엔 기구 참여 문제, 미국 주재 대만대표부의 명칭 변경 문제, 12월 미국에서 열리는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만 참가 여부 등 미국과 중국이 '대만 문제'를 놓고 정면 대립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화성 강한 이슈들이 산적해있는 상황이다.

대만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간의 날 선 대립이 계속 격화할 경우 바이든 행정부 들어 어렵게 구축된 미중 간 '갈등 속 대화' 흐름 유지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향후 이번 두 지도자의 발언이 미국, 중국, 대만의 삼각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rhzmdlCVF40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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