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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부작용 그후] ④ 겨우 지원금 받아도, 치료비엔 턱없이 모자라

송고 2021년11월04일 06시10분

세 줄 요약

코백회 법률대리를 맡은 김기윤 변호사는 "감염병예방법은 백신과 피해 사이의 인과성 입증에 관해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국민이 백신으로 인한 피해 사실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백신 접종 후 발생하는 피해에 대한 인과성을 정부가 입증하도록 규정하지 않은 점은 헌법에 위반된다"라며 헌법소원 청구 이유를 밝혔다.

취재진이 만난 백신 피해자 중에는 정부 지원금은 받았지만 인과성은 끝내 인정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이 적어, 병원비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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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금 지원 대상 돼도 인과성 인정 안되면 최대 '1천만원'

의료비 청구금액 모두 받기 어렵고, 지급까지 수개월 걸려

슬픔에 잠긴 코로나19 백신 피해가족
슬픔에 잠긴 코로나19 백신 피해가족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피해구제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회원들이 슬픔에 잠겨있다. 2021.10.28 saba@yna.co.kr

(서울=연합뉴스) 권선미 기자 문혜원 인턴기자 = 지난달 28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 앞에서는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의 백신 피해 구제 헌법소원 기자회견이 열렸다.

코백회 법률대리를 맡은 김기윤 변호사는 "감염병예방법은 백신과 피해 사이의 인과성 입증에 관해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국민이 백신으로 인한 피해 사실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백신 접종 후 발생하는 피해에 대한 인과성을 정부가 입증하도록 규정하지 않은 점은 헌법에 위반된다"라며 헌법소원 청구 이유를 밝혔다.

취재진이 만난 백신 피해자 중에는 정부 지원금은 받았지만 인과성은 끝내 인정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이 적어, 병원비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현재 1천만원 한도에 묶여있는 진료비 지원액을 내년부터 최대 3천만원으로 확대하고, 기존 지원 대상자에도 소급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간신히 지원 대상 됐는데…의료비 청구해도 절반만 지급

간호조무사 홍모(44)씨와 병원 동료들은 유럽에서 아스트라제네카를 맞은 뒤 심각한 부작용을 겪는 사례가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백신 접종을 망설였다고 한다.

그런데 병원 측에서 직원들에게 "백신을 맞지 않고 코로나19에 걸리면 병원이 입은 피해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통보했고, 홍씨는 어쩔 수 없이 지난 3월 12일 아스트라제네카 1차 접종을 했다. 이때 홍씨의 일부 동료들은 "백신을 맞지 않겠다"며 퇴사하기도 했다.

접종 후 부작용 관찰 대기 중인 시민들
접종 후 부작용 관찰 대기 중인 시민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홍씨는 백신을 맞은 뒤 감기·몸살 증상과 함께 5초 정도마다 한 번씩 머리를 세게 내리치는 듯한 두통과 어지럼증, 양안복시 현상이 나타났다. 그는 "약을 먹으면 내일쯤 괜찮아질 것"이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왔으나 증상이 점점 악화했다.

같은달 30일 홍씨는 갑자기 사지마비 증상이 생기면서 정신을 잃고 병원에 실려 갔다. 검사 결과 면역 반응 관련 질환인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 진단이 나왔다. 주치의는 "6개월에서 1년 정도 치료와 재활을 해야 하고, 장애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입원 치료를 했던 한 달 동안 1천만원의 병원비가 나왔다.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홍씨의 상태는 전혀 호전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치아가 흔들리는 증상까지 나타났다. 그는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홍씨의 남편 이모(47)씨는 "무엇보다 이 고통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막연함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내의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보상 절차를 문의하려 질병청에 전화했으나 아무도 받지 않았다. 보건소를 찾아가 물으니 담당 직원은 "지금 백신 부작용으로 찾아오는 경증 환자가 아주 많고, 사망자와 중증환자도 도에 2~3명씩 발생하고 있다"며 필요한 서류를 안내했다.

이씨는 아내가 백신 우선 접종대상인 의료인이었기 때문에 올 4월 초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했지만 처음에는 신청 자체를 거절당했다.

그는 공단 측에 "코로나19 확진자는 산재 처리를 해주면서 업무상 백신을 맞아서 잘못된 사람은 해주지 않느냐"고 항의한 뒤에야 같은달 20일 산재 신청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단은 넉 달 뒤 산재를 인정하겠다고 통보했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21일까지 백신 후유증으로 산재를 신청한 경우는 총 24건이고, 이중 승인 건수는 신경계 질환 2건, 순환기계 질환 1건으로 총 3건이다.

질병청은 5월 초 홍씨에게 심의기준 '4-1'(근거 자료 불충분으로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움)로 결론 내린 결과지를 보냈다. 이 경우 최대 1천만원까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이씨는 아내가 퇴원한 뒤 추가로 발생한 병원비 400만원을 신청했지만 지금까지 200만원을 받았다.

질병청은 내년부터 심의 결과가 4-1로 나온 경우 진료비를 최대 3천만원까지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나, 3천만원 한도 내에서 실제로 얼마가 지급되는지는 알 수 없다.

◇ "'백신과 인과성 없다'는 종이 한장만 보내니 참담"

지난 2월 22일 재활병원에서 작업치료사로 취직한 김지용(25)씨도 의료기관 종사자여서 우선 접종대상이었다. 지난 3월 4일 아스트라제네카 1차 백신을 맞은 뒤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 고열, 구토 증상이 나타났다.

간신히 도착한 병원 응급실에서는 김씨에게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난 것이라며 해열제와 수액을 처방하고 3시간 뒤 집으로 돌려보냈다.

다음날 아침 김씨는 고열과 사지마비 증상으로 출근을 하지 못하고 전날 찾았던 병원에 다시 실려 갔다. "큰 병원으로 가라"라는 의료진의 말에 따라 다시 대학병원으로 옮겼다. 김씨가 병원에 취직한 지 불과 12일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김지용씨 병원 진단서
김지용씨 병원 진단서

[김두경씨 제공]

병원으로 달려간 아버지 김두경 씨에게 의료진은 "아드님의 팔다리가 70~80% 이상 굳어 제 기능을 못 하고, 뇌가 손상돼 두통이 발생하고 있다"며 "기저질환이 없는 건강한 청년이었는데 백신을 맞은 뒤 이런 증상이 나타났기 때문에 백신과의 연관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김씨는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병원 규정상 아들의 곁을 지키지 못했는데 입원 당일 오후 아들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병원에서 그에게 곧 사망할 수 있으니 가족과 '마지막 통화'를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아들은 "아빠, 미안해"라는 말을 반복하며 울었다.

다음날 오전, 주치의가 아버지 김씨에게 전화해 "검사 결과 뇌척수염 소견이 있어 10일간 입원 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아들이 곧 죽는다고 했는데 10일간 치료해서 낫는 거라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고맙습니다'라고 했다"고 말했다.

아들을 간병하기 위해 회사에 휴직계를 내고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집에서 옷가지를 챙겨 병원으로 향하던 중 주치의가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주치의는 "교수님들과 회의를 했는데 지용씨는 뇌척수염이 아니고 모두 정상"이라며 "모레 간단한 검사를 받고 퇴원해도 된다"며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 "보건소와 지자체에서 지용씨가 백신 후유증이냐고 확인하는 전화가 오는데, 정치적인 부분도 있고 해서 제가 솔직히 말씀드리지 못한다"며 "응급실 교수님도 지용씨의 상태를 봤는데 인과성을 증빙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씨는 아들이 '정상'이라는 주치의의 말에 회복이 된 줄로 알고 "증상만 없으면 인과성 여부는 상관없다"고 하고, 곧장 아들에게 갔으나 아들은 여전히 걸을 수 없었고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과 계속되는 구토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질병청은 지난 3월 24일 제출한 피해보상 신청에 대해 4월 14일 '4-2'(백신보다 다른 이유에 의한 경우로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움)로 결론 내렸다. 의료비와 간병비 지원 신청은 기각했다.

아들을 옮긴 다른 대학병원에서 주치의가 외래 경과 기록지에 '아스트라제네카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썼다.

김지용씨 외래 경과 기록
김지용씨 외래 경과 기록

[김두경씨 제공]

김지용씨 심의결과서
김지용씨 심의결과서

[김두경씨 제공]

김씨는 이를 근거로 6월 17일 이의제기를 했지만, 두 달 만에 받은 결과는 '4-1'(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렵지만 최대 1천만원까지 의료비 지원받음) 판정이었다. 결과를 받고 두 달이 더 지나서야 김씨는 1천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때까지 나온 병원비는 2천800만원에 달했다.

"앞으로 살아갈 아들을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아요. 차라리 제가 먼저 백신을 맞고 부작용이 나타났다면 아들은 접종을 안 하고 무사하지 않았을까요? 가장 소중한 것을 잃은 피해자들에게 질병청은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백신과 인과성 없다'는 종이 한 장만 보내니 참담합니다."

fortuna@yna.co.kr/mhw01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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