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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살해 의혹 40년만에 밝혀질까…미 부동산 갑부 기소

송고시간2021-11-0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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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그래, 내가 다 죽였다." 아내 등을 연쇄살인했다는 의혹을 수십년간 받아온 미국의 부동산 재벌이 자신의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촬영 현장에서 무심코 내뱉은 혼잣말이 사실로 드러날까.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뉴욕주 웨스트체스터 검찰은 배우자 캐시 매코맥 더스트를 살해한 혐의로 부동산 재벌 상속자 로버트 더스트(78)를 1일(현지시간) 기소했다.

이런 재력가의 아내 살해 의혹은 미국에서 큰 이목을 끌며 무려 40년 동안 수사, 언론 보도, 책, 영화, 다큐멘터리의 뜨거운 소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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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사건 다룬 다큐 찍다 "내가 다 죽였다" 혼잣말 녹음돼 덜미

시신·물증 없는 사건…정황증거만 남아 진실규명 쉽지는 않을 듯

아내살해 혐의로 40년만에 기소된 로버트 더스트
아내살해 혐의로 40년만에 기소된 로버트 더스트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DB 및 재판매 금지]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그래, 내가 다 죽였다." 아내 등을 연쇄살인했다는 의혹을 수십년간 받아온 미국의 부동산 재벌이 자신의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촬영 현장에서 무심코 내뱉은 혼잣말이 사실로 드러날까.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뉴욕주 웨스트체스터 검찰은 배우자 캐시 매코맥 더스트를 살해한 혐의로 부동산 재벌 상속자 로버트 더스트(78)를 1일(현지시간) 기소했다.

캐시는 29세이던 1982년 1월 31일 뉴욕주 사우스 세일럼에 있는 남편 더스트의 주말 별장을 찾았다가 실종됐다.

검찰은 더스트가 캐시를 살해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더스트는 뉴욕 맨해튼에 고층 건물을 여럿 소유한 부동산 재벌의 상속자였다.

이런 재력가의 아내 살해 의혹은 미국에서 큰 이목을 끌며 무려 40년 동안 수사, 언론 보도, 책, 영화, 다큐멘터리의 뜨거운 소재가 됐다.

더스트는 아내뿐만 아니라 아내 살해 의혹을 은폐하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진 지인과 도주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를 알아차린 시민 등 3명을 살해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러나 초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증거가 확보되지 않은 데다가 초호화 변호인단으로 무장한 더스트도 입을 닫아 근거 없는 의혹만 무성했다.

사건 수사가 40년 만에 다시 급물살을 타게 된 계기는 더스트의 혼잣말이었다.

더스트는 자전적 다큐멘터리 인터뷰 뒤 화장실에서 "내가 뭘 했냐고? 물론 그들을 다 죽여버렸지"라고 혼잣말을 했다. 인터뷰가 다 끝났지만 여전히 마이크를 착용한 상태인 것을 잊고서 한 말이었다.

검찰은 꺼지지 않은 마이크에 잡힌 이 발언을 자백으로 보고 수전 버먼을 살해한 혐의로 더스트를 기소했다.

버먼은 더스트가 별장에서 캐시를 죽인 뒤 범행을 숨기는 것을 도운 조력자라는 의심을 받는 인물로, 2000년 12월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뒤통수에 총을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배심원들은 유죄를 평결했고 법원은 더스트에게 가석방이 없는 종신형을 선고했다.

극작가이자 기자이던 버먼은 더스트의 아내 캐시의 실종 사건을 풀 실마리가 될 핵심 인물이었다.

배심원들은 더스트가 버먼이 캐시 사건에 대해 수사관들에게 입을 여는 것을 우려해 버먼을 살해했다고 결론내렸다.

아내 살해 혐의를 부인해온 로버트 더스트
아내 살해 혐의를 부인해온 로버트 더스트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DB 및 재판매 금지]

더스트는 캐시 실종 사건과 관련해 당시 의대생이던 아내를 다음날 병원 근무를 위해 뉴욕 맨해튼으로 가는 열차에 태워 보낸 게 마지막이었다고 주장했다.

맨해튼에 있는 더스트의 고층 아파트에서 일하던 한 엘리베이터 안내원은 당일 캐시라고 자신을 밝힌 여성을 봤다고 진술했는데, 경찰은 그 여성이 버먼이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더스트의 아내 살해 혐의를 둘러싼 법정공방은 정황 증거만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수사가 사우스 세일럼 별장이 아닌 맨해튼에서 발생한 실종사건에 집중돼 살해 혐의와 관련한 물증이 확보되지 않았다.

캐시의 시신이 어디 있는지도 아직 파악되지 않았고 사건의 직접적인 목격자도 전혀 없다.

그러나 사건 당시 더스트의 수상한 행적을 설명할 목격자들이 법정에 줄줄이 출석할 것으로 예고됐다.

증인 목록에는 사건을 처음 수사한 탐정, 더스트가 아내 실종 며칠 뒤 아내의 의학 교과서와 소지품을 내다 버리는 것을 봤다는 건물 관리인, 남편의 폭력이 무섭다는 캐시의 말을 들은 당시 의대생 친구들, 암매장 계획과 관련한 쪽지를 쓰레기통에서 봤다는 더스트의 여자 형제와 그 배우자 등이 포함돼 있다.

영화 '올 굿 에브리씽' 포스터
영화 '올 굿 에브리씽' 포스터

[인터넷 캡쳐]

검찰은 "거의 40년 동안 이번 사건에 대한 많은 추측이 있었고 그 상당 부분은 더스트가 공공연하게 한 말 때문에 힘을 얻었다"라며 "이번 기소는 잘못한 사람에게 행동의 책임을 묻는 과정의 핵심적인 절차"라고 이날 성명을 통해 밝혔다.

더스트는 캐시의 실종 당시 그와 말다툼이 있었다는 점은 시인했으나 살해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그는 오히려 이 사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즐기는 듯 영화나 다큐 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그의 이야기는 2010년 영화 '올 굿 에브리씽'(All Good Things)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더스트는 최근 수감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돼 캘리포니아주 스톡턴에 있는 의료시설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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