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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 지역경제] 황무지에 일군 6차산업의 꽃…가든 카페 마노르블랑

송고시간2021-11-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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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남쪽으로 산방산과 형제섬을 품은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가든 카페 마노르블랑(Manor Blanc).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덕수리의 한 언덕에 있는 이곳은 사시사철 입장객이 끊이지 않는 제주의 핫플레이스 중 하나다.

7일 이곳의 대표인 김환영(57)·주민란(44) 씨 부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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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꽃 피는 힐링 명소, 농림부 6차산업 인증 획득

2013년 사업 착수 7년 만에 30만명 찾는 '관광명소'로 우뚝

(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한라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남쪽으로 산방산과 형제섬을 품은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가든 카페 마노르블랑(Manor Blanc).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덕수리의 한 언덕에 있는 이곳은 사시사철 입장객이 끊이지 않는 제주의 핫플레이스 중 하나다.

마노르블랑이란 하얀 저택이라는 뜻의 영어와 프랑스어의 조합이다. 1만2천㎡의 언덕에 핑크뮬리와 팜파스라스, 삼색버드나무 등을 비롯한 수백 종의 식물이 천혜의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광을 자아낸다.

7일 이곳의 대표인 김환영(57)·주민란(44) 씨 부부를 만났다.

수국 만개한 마노르블랑
수국 만개한 마노르블랑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씨 부부는 2013년 육지 생활을 접고 제주로 내려왔다. 정원을 가꾸며 살고 싶다는 공통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부부는 정원을 만들 대상지를 찾기 위해 6개월간 제주 곳곳을 탐색했다. 그러던 와중에 현재의 마노르블랑이 자리한 터를 발견하고 사들였다.

예전에 목장으로 쓰였다지만 황무지에 가까웠다. 그런데도 산과 바다, 섬의 절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압도적인 전망을 보고 최고의 정원으로 가꿀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농사의 '농'자도 몰라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원예 농업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어 수개월 간 키운 작물 들을 뽑아내기 일쑤였다. 첫해 1억원, 이듬해도 1억원 손실을 봤다. 잔디와 철쭉이 대표적인 실패작물이었다.

기존의 원예 전문가들을 만나 조언을 들으려고 했지만 가든 카페에 적합한 작물에 대한 지식은 많지 않았다. 실패는 해마다 반복됐지만, 점차 경험과 지식이 쌓여갔다.

부부는 제주의 기후와 토양환경에 적합한 품종을 찾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리고 2015년 11월 마노르블랑의 사업자 등록을 냈다.

마노르블랑의 수국과 산방산
마노르블랑의 수국과 산방산

[연합뉴스 자료사진]

부부는 카페의 문을 연 이후에도 수국만 100여 종 이상을 재배하며 제주에서 잘 자랄 수 있는 품종을 선별했다. 심었다가 뽑아 버린 것이 대부분이었다.

지금은 제주 기후와 환경에 맞는 안정적인 품종의 포트폴리오가 생겼고, 그 결과에 따라 매년 새로이 정원을 꾸며 변화를 주고 있다. 작물에 적절한 양의 수분을 공급하기 위해 정원 전체에 급수배관을 촘촘히 깔았다. 배관의 거리가 무려 10km를 훌쩍 넘는다.

지금의 마노르블랑은 겨울철엔 동백, 늦봄부터 여름까지는 수국, 가을엔 핑크뮬리를 주력 볼거리로 하는 안정적인 사계절 라인업을 구축했다. 신품종 백일홍과 팜파스그라스와 삼색버드나무 등의 '조연'들도 갈수록 다채로워지고 있다.

핑크뮬리 만개한 제주
핑크뮬리 만개한 제주

[연합뉴스 자료사진]

마노르블랑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수백 번 이상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나온다. 주변 자연환경과 어우러진 식물들이 최고의 기념사진 배경이 되기 때문이다. 어느 곳에서 찍어도 그림 같은 사진이 나오니 셔터를 그만큼 누르지 않을 수 없다.

김 대표는 "내가 좋아하는 식물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나도 좋아하고, 고객도 좋아할 수 있는 식물로 정원을 구성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발생 이전인 2019년엔 무려 30만 명 이상이 마노르블랑을 찾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지난해에는 15만 명 정도가 찾았지만, 올해는 다소 사정이 좋아졌다. 올해 들어 10월 말까지 18만 명이 방문했다.

부부는 식물이 주는 정서적 안정감을 도민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바람으로 염가에 직접 키우는 식물을 판매하고 있다. 학교나 복지시설, 숙박업소 등에도 수국 등 상품을 공급하고 있고, 여름엔 제주국제공항에 심을 수국을 납품하기도 했다.

신품종 백일홍 '핑크 벨로' 활짝 핀 정원
신품종 백일홍 '핑크 벨로' 활짝 핀 정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부부는 지난해 8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농촌융복합산업법에 근거해 6차산업 인증을 받았다. 6차산업이란 농촌의 유무형 자원을 활용하는 1차산업과 제조·가공의 2차산업, 체험·관광 등의 3차산업을 융복합한 새로운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촉진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6차산업 인증업체에 금융, 컨설팅, 교육, 마케팅, 수출, 연구개발 등을 지원한다.

부부는 6차산업 사업체 인증을 받으면 제주도에 있는 지원센터의 자문과 현장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는 데다 다른 6차산업 인증업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성장을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로 분기별로 마케팅 비용을 지원받고 있다. 또 다른 체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도내 6차산업 인증업체들과 교류하며 입장객들에게 타 업체를 소개해주기도 한다. 물론 다른 업체의 소개를 받고 찾아오는 이들도 많다.

동백꽃 만개한 마노르블랑
동백꽃 만개한 마노르블랑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 대표는 "정원 카페를 꿈꾸는 예비창업자들도 마노르블랑을 벤치마킹하는 경우가 많다"며 "1년에 1천여 명 정도가 찾아오거나 전화로 문의해온다"고 했다.

그는 이들을 경쟁자로 보지 않고 시장을 키워나갈 동반자로 보고 최대한 지식을 나누려 한다고 말했다.

부부는 정원을 가꾸며 지역 주민들과의 상생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부부는 마을 주민 대부분이 농민들이어서 정원을 일굴 때 이웃들의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한다.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다문화가정이나 경력단절 여성들을 위해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마을에 후원금을 내는 등 마을 주민들과의 관계를 원만히 유지한 덕에 갈등 없이 정착해 꿈을 키워가고 있다.

마노르블랑의 입장객이 많을 때는 사계리 상가들도 더불어 호황을 누린다고 한다.

올해 겨울엔 한 마을 주민과의 계약을 통해 동백정원 뒤편 감귤밭 4천여㎡에서 감귤 따기 체험도 진행한다.

'수국수국'한 제주
'수국수국'한 제주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 대표는 "태풍 등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위드 코로나 시대로 가면서 훨씬 더 많은 분이 찾아주실 것으로 기대한다"며 "하나 바람이 있다면 차 한 대 겨우 다닐 정도의 좁은 진입로가 확장돼 안전사고도 막고, 주변 상권도 형성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ji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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