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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희 "에우리디케는 꿈의 배역…여장부 캐릭터 하고 싶었죠"

송고시간2021-11-0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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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하데스타운' 주연…가수 지망생에서 배우로 전향

"연극·영화·드라마도 욕심 있어…체하지 않게 천천히 이루려고요"

'하데스타운' 에우리디케 역 맡은 배우 김환희
'하데스타운' 에우리디케 역 맡은 배우 김환희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뮤지컬 '하데스타운'의 주연 배우 김환희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카페알베르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11.6 ryousanta@yna.co.kr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오디션 합격 전화를 받고 너무 믿을 수 없어서 확실한 거 맞냐고 계속 물었어요. 에우리디케 역에 제가 뽑혔다고요? 감사합니다. 근데 진짜예요? 정말요? 하고요. 세상이 띵∼ 해지더라고요."

뮤지컬 '하데스타운'의 에우리디케로 관객과 만나고 있는 배우 김환희는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캐스팅 당시를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에우리디케를 "꿈의 배역"이라고 했다. 1년 전쯤 우연히 소셜미디어에서 브로드웨이 공연 영상을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다. 번역기를 돌려가며 가사를 찾았고 이를 음미하면서 혼자 노래를 연습했다. 이후 운명처럼 한국 초연 소식이 들려왔다. 그리고 끝내 합격 소식을 받아들었다.

이 역을 맡을 수 있었던 이유를 아직도 잘 모르겠다는 김환희는 "에우리디케 안에서 나오는 뜨거움을 표현하려고 했다"며 "그걸 보고 공감해주신 게 아닌가 싶다"고 어렴풋이 추측했다.

에우리디케의 어떤 면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김환희는 에우리디케를 "여장부", "알맹이"라고 표현했다.

"당당함을 가진 여성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에우리디케는 보통의 뮤지컬 여자 주인공처럼 여리고 아프고 사랑에 약한 여자의 모습과는 대비되잖아요. 용맹하고 단단한 사람이죠."

뮤지컬 '하데스타운' 속 에우리디케를 연기하는 김환희
뮤지컬 '하데스타운' 속 에우리디케를 연기하는 김환희

[에스앤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리스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하데스타운'은 오르페우스의 아내 에우리디케를 노래만으로는 가난을 피할 수 없다며 스스로 지하 세계로 향하는 주체적인 인물로 그렸다. 시인이자 음악가 오르페우스는 가난한 웨이터로, 저승의 신 하데스는 광산을 운영해 엄청난 부를 축적한 인물로 바꿨다.

김환희는 에우리디케를 연기할 때 본래의 여린 성격이 불쑥 튀어나오는 순간이 있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자신을 꼬집으며 '본캐'를 막아선다.

"내 앞에 어떤 시험이 와도 무너지지 않고 맞서 가야 하는데, 제 원래 성격이 가끔 나와서 그 장면이 너무 슬프게 다가오더라고요. 그게 가장 큰 숙제였어요."

그는 실제 성격과 정반대의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인간이 이렇게 나약하구나" 하는 깨달음도 얻었다고 했다.

'하데스타운'이 모든 대사를 노래로 하는 송스루 작품인 것도 또 다른 어려움이었다. 인터미션을 제외하고는 퇴장도 거의 없어서 2시간 20분에 달하는 공연 시간 내내 무대와 역할에 몰입해야 했다.

"이 작품은 배우가 거짓말을 하면 바로 들켜 버리는 공연이에요. 관객들이 그걸 알아채는 순간 집중이 확 깨지는 거죠. 배우들은 자신을 완전히 놔 버리고 그 캐릭터와 일체가 돼야 합니다."

'하데스타운' 에우리디케 역 맡은 배우 김환희
'하데스타운' 에우리디케 역 맡은 배우 김환희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뮤지컬 '하데스타운'의 주연 배우 김환희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카페알베르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11.6 ryousanta@yna.co.kr

김환희는 올해에만 캐릭터 변신을 세 차례나 했다. '킹키부츠'에서 찰리의 구두 공장 직원인 로렌이었던 그는 '베르나르다 알바'에서 순진한 셋째 딸 아멜리아였다가, '포미니츠'에서는 살인죄로 투옥된 피아노 천재 제니를 연기했다.

타고난 뮤지컬 배우 같지만, 그는 원래 가수 지망생이었다. 대학교 실용음악과에 재학 중일 때 뮤지컬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교수의 말을 듣고 방향을 바꿨다. 뮤지컬의 '뮤' 자도 모르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연예인이 되지 않는 이상 무대에 서긴 힘들다는 현실을 깨닫고, 더 간절하게 무대에 서고 싶었어요. 교수님이 넌지시 던진 말을 덥석 물어서 그때부터 노래, 연기, 춤 레슨을 받아 가면서 준비했죠. 데뷔할 날만을 준비하면서요."

1년 넘게 탈락의 쓴맛을 봤던 그는 2015년 뮤지컬 '판타지아'로 데뷔 무대를 밟았다.

뮤지컬로 전향하기가 주저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그는 "전 겁 없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맹랑한 사람"이라며 웃었다. 그래서 지금은 뮤지컬이 가장 좋지만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것도 많다고 했다.

"꾸준히 제 노래로 위로와 기쁨을 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음반도 내고 싶고요. 영화나 드라마, 연극도 불러만 주신다면 언제든지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체하지 않게, 진득하게, 꿈 하나하나를 평생에 걸쳐 이루고 싶습니다."

rambo@yna.co.kr

'하데스타운' 에우리디케 역 맡은 배우 김환희
'하데스타운' 에우리디케 역 맡은 배우 김환희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뮤지컬 '하데스타운'의 주연 배우 김환희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카페알베르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11.6 ryousant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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