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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의 본질은 정착민 식민주의"

송고시간2021-11-08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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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은 오래전부터 일상사가 돼버렸다.

팔레스타인이 어쩌다 '중동의 화약고'가 돼버렸을까?

중동 문제 전문가이자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역사학자인 라시드 할리디 박사는 저서 '팔레스타인 100년 전쟁'에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의 기원과 성격을 '정착민 식민주의'로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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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시드 할리디, 저서 '팔레스타인 100년 전쟁' 통해 설파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은 오래전부터 일상사가 돼버렸다. 그 핏빛의 아픔은 한 세기가 넘도록 가실 줄 모른 채 오늘도 크고 작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지난 5월에 벌어졌던 유혈 충돌에서도 300명 가까운 팔레스타인인과 12명의 이스라엘인이 숨졌다.

팔레스타인이 어쩌다 '중동의 화약고'가 돼버렸을까? 한 세기가 넘도록 갈등과 분쟁이 끝나지 않는 이유는 대체 뭘까?

지난 5월 16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시티에서 한 남성이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더미에서 구해낸 딸을 안아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5월 16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시티에서 한 남성이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더미에서 구해낸 딸을 안아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중동 문제 전문가이자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역사학자인 라시드 할리디 박사는 저서 '팔레스타인 100년 전쟁'에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의 기원과 성격을 '정착민 식민주의'로 규정한다. 유럽인이 아메리카 인디언을 학살하고 미국을 세웠듯이, 영국 등 열강을 등에 업은 시온주의가 팔레스타인 원주민을 몰아낸 뒤 정착민처럼 행세하고 있다는 것이다.

책은 영국이 "팔레스타인에 유대인을 위한 민족국가 수립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던 1917년 밸푸어 선언부터 1948년 이스라엘 건국, 그리고 오늘날 가자지구 공격에 이르기까지 여섯 번의 선전포고 등 결정적 시기를 날카롭게 들여다본다.

흔히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은 같은 땅에 대해 각자 권리가 있는 두 민족 사이에 벌어진 충돌로 여긴다. 일종의 원조 논쟁이다. 유대인은 수천 년 전의 선조의 땅이므로 당연히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아랍인들은 수백 년 동안 자신들이 살아왔으므로 자신들의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역사의 진실을 똑바로 보자고 주문한다. 시온주의가 내건 종교적 명분이나 역사적 근거는 착시에 불과할 뿐,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 분쟁의 본질은 '식민주의'였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새롭게 제시하는 용어가 바로 '정착민 식민주의'다.

디아스포라와 홀로코스트…. 이산의 아픔을 겪고 핍박당하는 비운의 민족이라는 시온주의의 서사는 영국과 미국의 개신교도들에게 대단히 매혹적이었다. 미국으로 몰려든 유대인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었다. 1880년과 1920년 사이에 미국의 유대인 인구는 25만 명에서 400만 명으로 급증했는데, "현대의 정치적 시온주의는 미국에서, 유대인 공동체와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깊이 뿌리 내렸다"고 저자는 갈파한다.

당시 세계 최강이었던 영국은 밸푸어 선언으로 유대인 국가를 갈망하던 시온주의 운동의 손을 들어줬다. 이를 계기로 팔레스타인에 사는 94%의 아랍 주민의 권리는 무시됐고, 6% 인구를 차지하던 유대인이 땅의 주인으로 행세하기 시작했다.

이후 유대인은 정착민으로 대거 밀려 들어오고 원주민들은 팔레스타인 외곽과 주변국의 난민촌에 둥지를 튼 채 잃어버린 땅을 되찾기 위해 투쟁에 나선다.

책은 시온주의적 정착민 식민주의 기획의 특징으로 '원주민 안심시키기', '원주민의 정체성과 문화 부정하기', '원주민의 경제력과 인구를 희생시키는 급진적 사회공학', '무자비한 폭력과 응징'을 꼽는다.

이에 따르면, 시온주의의 목적은 아랍인(원주민)과 유대인(정착민)의 공존이 아니라 오로지 유대인이 독점하는 '유대 국가'의 건설에 있고, 팔레스타인은 그곳에 정착하러 온 유대인에게 그저 '주인 없는 땅'에 지나지 않았다. 차별과 탄압으로 팔레스타인 원주민의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대신에 정착민 유대인의 인구는 대폭 늘었다. 시온주의 운동과 이스라엘 국가 편에는 언제나 거대한 군대가 있었고, 이로써 무자비한 폭력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건국되던 1948년에 태어난 저자는 팔레스타인의 민족적 목표를 어디에 둬야 할지 냉철하게 궁구한다. 가장 이상적인 건 이스라엘이 점령을 종식하고 팔레스타인의 식민화를 되돌리는 것이나 현실적으로 사실상 불가하다. 이에 '이스라엘에 빼앗기고 남은 22%의 땅에 아랍권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팔레스타인 국가를 수립하는 것'과 '국외에 사는 팔레스타인인을 고국으로 귀환시키는 것', '팔레스타인 땅 전역에서 모두가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 민주적 두 민족 국가를 창설하는 것' 등을 제시하지만, 이 또한 이스라엘이 동의할 리 없다며 비관적 전망을 내놓는다.

저자는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의 서사에 맞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고 주변 아랍인과 세계 여론은 물론 이스라엘 여론에도 호소하며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자고 주문한다.

다음은 이번 한국어판 서문에서 밝히는 저자의 출판 소회다.

"1960년대 중반 10대 시절에 저는 서울에서 3년 동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아버지가 유엔한국통일부흥위원회(UNCURK) 수석 총무로 일하셨거든요. 한국전쟁이 남긴 물리적 상흔이 이제 막 치유되긴 했지만, 우리가 만난 사람들마다 불과 9년 전에 끝난 전쟁이 야기한 상처가 아직 깊게 남아 있었습니다. 그 시절의 추억은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답니다."

유강은 옮김. 열린책들 펴냄. 448쪽. 2만5천원.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의 본질은 정착민 식민주의" - 2

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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