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배곯을까봐" 점심 더 먹이려다 학대 몰린 보육교사 '무죄'
송고시간2021-11-20 07:00
1심 '뒤에서 다리 잡아끄는 등 학대' 벌금 150만원서 반전
교사 "다른 아이보다 일찍 등원해 늦게 하원…적극적으로 밥 먹인 것"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점심때 자꾸 식탁을 벗어나는 원아를 제지한 뒤 밥을 먹인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아동학대범으로 몰렸다가 항소를 통해 혐의를 벗었다.
'다른 원아보다 늦게 하원하는 아이가 배를 곯을까 봐 적극적으로 점심을 챙겨주려 했다'는 보육교사의 해명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20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30대 초반의 A씨는 지난해 대전 유성구 한 어린이집에서 만 2세 아동들의 일과를 담당했다.
하루는 점심시간에 한 원아가 밥을 먹지 않으며 자꾸 다른 곳으로 가다가 미끄럼틀 쪽으로 기어가자, A씨는 뒤에서 손으로 원아 다리를 잡아 멈추게 했다.
이어 자신의 품으로 데리고 와 안은 채 직접 밥을 먹였다.
이 과정에서 학대 의심을 받은 A씨는 경찰·검찰 조사를 받은 뒤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식사 시간에 자리를 이탈했다는 이유로 뒤에서 다리를 잡아끌었다"며 공소사실을 유죄로 보고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판단을 달리했다.
대전지법 형사항소4부(서재국 부장판사)는 "폐쇄회로(CC)TV 녹화 영상을 보면, 미끄럼틀로 가려는 아동 다리를 잡아 멈추게 한 A씨 행위 때문에 원아 건강에 문제가 발생하리라고 보긴 어렵다"며 "다른 교사나 아동들이 특별히 놀라거나 두려워하는 반응을 보이지도 않는 등 다리를 잡아끌었다고까지 볼 순 없다"고 밝혔다.
특히 A씨의 의도가 보조교사 2명과 함께 원아 6명의 점심을 책임지던 중 울면서 식사를 거부하고 먹은 음식을 뱉는 아동이 최대한 식사를 계속하도록 하려는 데 있다고 봤다.
실제 A씨는 법정에서 "(아이) 부모가 맞벌이하고 있어서, 아이가 다른 원아들보다 일찍 등원했다가 늦게 하원한다"며 "점심을 제대로 먹이지 않으면 종일 배를 곯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적극적으로 밥을 먹인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A씨가)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 택한 훈육 활동으로 보는 게 맞다"며 "평소 조용하고 일을 잘해 어린 나이에도 주임 선생님을 맡았다는 증인 진술이 있는 데다 과거 학대 범죄에 연루된 적 없는 등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이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상고를 취하하지 않으면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서 내려진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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