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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갈등 번진 '흉기난동 부실 대응'…속내는 달랐다

송고시간2021-11-2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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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으로 불거진 경찰의 부실 대응이 젠더 갈등으로 번진 가운데 당시 출동한 신임 여경과 20년차 남경이 모두 현장을 이탈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남녀를 떠나 다양한 사건에 대응할 수 있는 현장 훈련이 미비했다는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의 핵심이 성별 문제에 있지 않음에도 여경 무용론이 힘을 받는 것 자체가 본질 호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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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차 여경·20년차 남경 모두 현장 이탈…"훈련과 시스템 문제"

여경(CG)
여경(CG)

[연합뉴스TV 제공]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으로 불거진 경찰의 부실 대응이 젠더 갈등으로 번진 가운데 당시 출동한 신임 여경과 20년차 남경이 모두 현장을 이탈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남녀를 떠나 다양한 사건에 대응할 수 있는 현장 훈련이 미비했다는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앞서 지난 15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한 빌라에서 4층 주민이 아래층에 사는 이웃 일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당시 가족 2명과 3층에 있던 A 순경은 지원 요청을 이유로 현장을 벗어나 1층으로 내려갔으며, B 경위는 그와 합류해 빌라 바깥으로 이탈했다. 이들은 이후 잠겨버린 공동 현관문을 다른 주민이 열어준 뒤에야 빌라 내부로 진입했다.

흉기 난동 발생한 빌라
흉기 난동 발생한 빌라

[연합뉴스 자료사진]

◇ 툭하면 불거지는 여경 무용론…"본질 호도"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의 핵심이 성별 문제에 있지 않음에도 여경 무용론이 힘을 받는 것 자체가 본질 호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여경 무용론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에는 서울 대림동에서 술에 취한 시민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여경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당시 여경은 해당 남성을 완전히 제압한 뒤 다른 교통경찰관과 함께 수갑을 채운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경기도 양평에서 벌어진 흉기 난동 사건과 관련해서도 "엄마 찾으면서 도망가는 여경"이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이 올라왔지만 이는 악의적인 편집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영상에 나온 음성이 시민의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힌 뒤에도 여경 전체를 일반화하는 비난 여론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이번 부실 대응은 여성이어서가 아니라 극한 상황에 대한 훈련과 매뉴얼이 미비해서 벌어진 것"이라며 "스마트워치로 경찰에 긴급 호출을 하고도 전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한 여성의 경우 누구도 담당 경찰관의 성별을 묻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어 "경찰과 군인 등 남초 조직에 진출한 여성은 늘 자질에 대한 의심을 받는다"며 "조직에서 늘 미숙한 개인은 나타나기 마련인데 그 책임을 특정 성별에 돌리는 것 자체가 양성 불평등"이라고 덧붙였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런 일이 일어났으니 여경을 없애자는 게 일차원적인 접근이 아니면 뭔가"라며 "대안을 제시해야지 이런 식으로 문제를 바라보면 해답을 낼 수 없다"고 꼬집었다.

경찰 출동
경찰 출동

[연합뉴스TV 캡처]

◇ 코로나19로 온라인 훈련?…"경찰 교육 체계 손질해야"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실전 훈련만 이뤄졌어도 막을 수 있었던 사태라며 전반적인 교육 체계 개선을 주문했다.

허경미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단기간에 끝날 사태가 아니었던 이상 경찰은 이미 전반적인 교육 계획을 손질했어야 한다"며 "현장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 유형에 대해 반복적인 대응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출동했을 때 당연히 가해자를 분리해야지 피해자 가족의 유일한 남성을 데리고 빌라 바깥으로 나갔던 것 자체도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며 "현장 대응 능력과 판단력을 키웠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찰관들이 매달 2시간씩 받는 물리력 대응 훈련은 온라인으로만 이뤄졌다.

오 교수는 이에 "이런저런 이유로 훈련을 안 했다는 건 전혀 변명이 될 수 없다"며 "외국 경찰서에서는 이미 슈팅 게임 등을 활용한 다양한 훈련을 하고 있는데 IT 강국인 우리나라도 그런 훈련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경찰관이 돼서 퇴직할 때까지 체력 측정을 한 번도 하지 않고 기준도 없다"며 "기준이 미달되면 고과에도 영향이 가도록 하고 주기적인 검사를 통해 '강한 경찰'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청은 2026년부터 경찰관을 지망하는 남녀 수험생 모두에게 동일한 기준의 체력검사 시험을 시행한다.

현재는 팔굽혀펴기, 윗몸 일으키기, 악력, 100m와 1천m 달리기 등 5가지 종목에서 남녀 각각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

이에 허 교수는 "이처럼 동일한 체력검사 기준을 적용하기로 한 것은 상당히 잘 한 조치"라며 "체력검사에도 선진국 경찰에서 하고 있는 현장 실무 평가를 점진적으로 도입해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chamse@yna.co.kr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dyGtXgZOe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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