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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받던 5·18 피해자, 천수 누린 전두환…대비된 죽음

송고시간2021-11-2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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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5·18 가해자로 지목되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5·18 당시 총상을 입고 하반신이 마비된 피해자가 공교롭게 같은 날 숨진 채 발견됐다.

호화로운 생활을 하며 천수를 누린 가해자와 총상 후유증으로 평생을 고통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피해자 이모(68)씨의 삶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분노와 탄식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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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상에 하반신 마비 60대 극단적 선택 vs 수감 2년 만에 특별사면 호화생활

전두환 전 대통령 빈소
전두환 전 대통령 빈소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망한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신촌장례식장에 빈소가 마련돼 있다. 2021.11.23 [공동취재] ondol@yna.co.kr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5·18 가해자로 지목되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숨지기 전날 5·18 당시 총상을 입고 하반신이 마비된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호화로운 생활을 하며 천수를 누린 가해자와 총상 후유증으로 평생을 고통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피해자 이모(68)씨의 삶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분노와 탄식이 이어지고 있다.

그는 지난 22일 '총상 후유증으로 고통에 시달리다 떠난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기고 고향인 전남 강진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조계종 승려였던 이씨는 1980년 5월 부처님오신날 행사를 준비하면서 광주 곳곳에서 벌어지는 계엄군의 만행을 목격했다.

적십자봉사단에 입단한 그는 부상자를 실어나르고, 의약품과 혈액을 모으는 활동을 하다 5월 21일 구시청 사거리에서 잠복 중이던 군인이 연발로 쏜 총에 허리를 맞았다.

인근 병원에서 긴급 수술을 받았지만 총탄 파편이 몸속에 그대로 남아 평생을 하반신 불구로 살아야 했다.

1996년 파편 제거 수술을 받긴 했으나 진통제가 없으면 견딜 수 없는 통증은 시간이 갈수록 심해졌다.

그런 상황에서도 이씨는 신군부가 왜곡한 5·18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요구하는 활동을 활발하게 펼쳤다.

5·18 부상자들의 모임을 처음으로 조직할 때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특히 5·18의 진실이 처음으로 세상에 드러난 1989년 국회 광주 청문회와 1995년 검찰 수사 당시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는 고(故) 조비오 신부와 함께 계엄군의 헬기 사격 목격담을 증언하기도 했다.

그는 "제가 타고 있던 적십자 봉사단 차량을 향해 헬기가 따라오며 집중적으로 사격했다"며 "일행 중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젊은 사람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병원으로 이송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5·18 총상 후유증 고통받다 숨진 이모씨 빈소
5·18 총상 후유증 고통받다 숨진 이모씨 빈소

[연합뉴스 사진]

그는 전씨가 헬기사격을 부인하며 조비오 신부를 명예훼손한 혐의로 형사 재판을 받게 되자 증인으로 출석해 다시 한번 당시의 상황을 증언하기도 했다.

이러한 활발한 대외 활동과는 별개로 그의 개인적인 삶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몸을 움직일 수 없는 탓에 욕창에 걸리는 건 다반사였고, 경제 활동을 하지 못해 늘 어려운 형편이었다.

어떻게든 후유증을 치료해보기 위해 산속으로 들어가 생활해보기도 했지만, 그 고통은 줄어들지 않았다.

결국 이씨는 지난 22일 "나의 이 각오는 오래전부터 생각해온바 오로지 통증에 시달리다 결국은 내가 지고 떠나감이다"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5·18 기념재단의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5·18 자살의 계보학'에 따르면 후유증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은 1980년대 25명, 1990년대 4명, 2000년대 13명으로 조사됐다.

이씨의 시신이 발견된 23일 전씨도 자신의 자택에서 90세의 나이로 숨졌다.

당초 반란수괴 및 내란목적살인 등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차가운 감옥에서 생을 마감해야 할 처지였던 전씨는 수감 2년 만에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뒤 평안한 삶을 살았다.

수사를 통해 전씨가 불법 비자금 9천500여억원을 조성한 사실이 드러나 추징금 2천205억원을 내야 할 처지였지만 전씨는 '배 째라'는 식이었다.

결국 강제 절차 끝에 1천249억원을 환수했으나 여전히 956억원은 환수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전씨는 "전 재산이 29만원"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신군부 세력과 호화 식사를 하거나 골프를 치러 다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을 부인하며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해 다시 법정에 출석했을 때 사과를 바라는 시민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거 왜 이래"라는 한 마디를 남겼을 뿐이었다.

5·18 단체 관계자는 "4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피해자는 고통받고 가해자는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며 "두 사람을 생각하면 세상이 잘못돼도 너무 잘못된 것 같다"고 한탄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사망
전두환 전 대통령 사망

(서울=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사망했다.
사진은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당시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두환(오른쪽)·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6년 8월 26일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한 모습. 2021.11.23 [연합뉴스 자료사진] photo@yna.co.kr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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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gM8zaUR3X7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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