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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액티브] 시급 1만원 단기 '꿀알바'라는 이것 해보니

송고시간2021-11-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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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출퇴근길, 등하교 시간, 점심·저녁 시간의 역사 주변과 식당가는 각자의 목적지로 바삐 움직이는 행인들과 '이분'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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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저녁 2시간씩 일하고 4만 원 받는다"

반복된 거절과 외면…4번 시도해 1번 배포 성공

(서울=연합뉴스) 최경림 인턴기자 = 출퇴근길, 등하교 시간, 점심·저녁 시간의 역사 주변과 식당가는 각자의 목적지로 바삐 움직이는 행인들과 '이분'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빠른 걸음으로 걷다가 가슴께에 뻗어진 전단을 보고 잠시 발걸음이 느려졌다. 두꺼운 겨울 장갑을 낀 손과 패딩 소매가 차례대로 보였다. 이분들의 정체는 길거리에서 전단을 나눠주시는 어르신이다.

사실 과거에는 어차피 보지도 않고 접어서 가방이나 쓰레기통으로 바로 들어갈 전단이니 받지도 않았다. 한번 받으면 주위에 계신 모든 분이 몰려와 전단지로 양손 가득 채워주실 정도니 어쩌면 후처리가 귀찮아 외면했는지도 모르겠다.

점심시간을 맞아 사람들로 붐비는 식당가에서 전단을 배포했다.
점심시간을 맞아 사람들로 붐비는 식당가에서 전단을 배포했다.

[촬영 최경림 성진우. 제작 김유경. 재판매 및 DB 금지]

전단지를 받기 시작했을 때는 나눠주시는 분들 대부분이 어르신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면서다. 전단 아르바이트는 특별한 교육 없이 몇 시간 동안 서서 전단지를 나눠주는 비교적 간단하고 짧은 시간 안에 용돈을 벌 수 있는 일로 청소년의 지원율이 높았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전단을 배포하는 '청소년'보다 '어르신'을 더 흔하게 목격할 수 있었다.

지난 23일 점심시간에 맞춰 서울 소재의 한 대학가를 방문했다. 대학교로 향하는 지하철역 출구 밖으로 나서자 전단지를 배포하고 있는 몇몇 어르신들을 바로 뵐 수 있었다. 한 체육관 홍보 전단을 배부하는 어르신께 다가가 일을 도울 테니 끝나고 인터뷰를 할 수 있을지 물었다. 망설이던 김선진(가명·64)씨를 '간단한', '빨리 끝나는'을 강조한 끝에 어렵게 설득했다. 이후 첫 전단 아르바이트를 시작할 수 있었다.

10분 동안 배부한 전단지 양은 고작 10장 정도였다. 점심시간, 횡단보도 앞, 번화가의 특성상 유동 인구로 북적이던 거리였음에도 3~4번 시도해 한번 배부에 성공하는 수준이었다. 거절당하는 것에 두려움이 있어 이를 극복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일이었다.

휴대폰을 하거나 이어폰을 낀 채 가는, 꾸벅 고갯짓하고 지나가는, 아예 전단지 나눠주는 곳과 멀찍이 거리를 두고 가는 사람 등 거절의 모습은 저마다 다양했다. 가장 흔히 포착할 수 있는 모습은 매서운 바람 탓에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었다. 23일은 최저기온이 -2.4도로 올가을 들어 가장 낮은 기온을 기록한 날이었다. 그간 평일 점심마다 꾸준히 전단을 배부해온 김씨마저도 "아 춥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 날씨였다. 미처 장갑을 준비하지 못한 맨손이 금세 얼어붙었다.

지난 23일 지하철역 주변에서 전단을 배포하고 있는 모습
지난 23일 지하철역 주변에서 전단을 배포하고 있는 모습

[촬영 최경림. 재판매 및 DB 금지]

전단지를 잘 받아주는 이들은 대부분 20대처럼 보였다. 김씨 또한 "젊은 사람들은 잘 받아주는 편"이라며 공감을 표했다.

전단을 받은 사람에게 왜 전단지를 받았냐고 물었더니 전단을 배포하는 어르신의 상황에 초점을 맞춘 대답이 돌아왔다. 한정우(가명·25)씨는 "어르신들이 가진 전단지를 모두 소진해야 집에 돌아가실 수 있다고 알고 있어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주원(가명·25)씨는 "가끔 그냥 지나가기도 하는데 추운데 힘드실 것 같아 받는다"고 말했다.

혼자 하던 일을 둘이 해 일이 빨리 끝났다는 김씨와 막간을 이용해 대화를 나눴다. 김씨는 지인 소개로 약 2년 전부터 손자를 돌보지 않을 때는 용돈벌이용으로 전단 알바를 한다고 했다. 현재 평일 점심과 저녁 시간 각각 2시간씩 약 300개의 전단지를 배부하고 있다. 유동 인구가 많은 장소에서는 혼자 500장까지 배포하고 있다고 한다. 추운데 계속 일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 말에 김씨는 오히려 "춥지 않은 날만 일할 수는 없다"며 "하려면 책임감 있게 꾸준히 해야 한다"고 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루 4시간 거리에서 전단을 나눠주고 4만 원 정도를 벌 수 있지만, 전단지 아르바이트가 마냥 간편한 일인 것만은 아니다. 거부나 외면에 무뎌져야 하며 계절에 따라 무더위와 추위를 극복해야 한다. 귀찮고 불편한 표정을 내보이는 일부 행인에게 전단지를 내미는 행위 자체가 고역이었다. 김씨는 "때때로 거리에서 왜 전단지를 나눠주냐고 역정을 내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쓰레기를 생산하고 있다는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김씨와 대화를 마치고 전단을 배포했던 곳의 근방 100m를 돌아봤다. 인도 위에서 발견한 쓰레기통에는 배부한 전단지가 쌓여있었다.

바닥에 버려진 전단.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바닥에 버려진 전단.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재판매 및 DB 금지]

kyoungrim2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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