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만반준비해도 중대재해 발생할 수도" vs "솜방망이 처벌 안돼"

송고시간2021-11-27 05:55

beta
세 줄 요약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서는 주로 경영책임자의 역할, 법의 적용 범위에 대해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법이 모호한 탓에 실제로 중대재해가 발생해 경영책임자가 수사·재판을 받는 사례가 축적될 때까지 산업 현장에서 혼란이 계속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부 관계자는 27일 "이 법상 의무와 책임은 사업을 대표·총괄하는 사람에게 있다"며 "노동자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이유로 사업주·경영책임자의 의무가 면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요약 정보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줄인 '세 줄 요약' 기술을 사용합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사 본문과 함께 읽어야 합니다. 제공 = 연합뉴스&이스트에이드®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중대재해처벌법에 5인 미만 사업장과 특고·플랫폼 종사자 배제 논란

올해 초 서울의 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없음)
올해 초 서울의 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없음)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이재영 기자 =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서는 주로 경영책임자의 역할, 법의 적용 범위에 대해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법이 모호한 탓에 실제로 중대재해가 발생해 경영책임자가 수사·재판을 받는 사례가 축적될 때까지 산업 현장에서 혼란이 계속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 법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활동을 할 계획이다.

◇ '안전담당자' 있어도 중대재해 발생 시 대표가 책임져야

직원 150여명 규모의 열처리 업체를 운영하는 주보원 한국금속열처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의 내년 1월 27일 시행을 앞두고 심란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법은 안전·보건 의무를 다하지 않은 노동자가 1명 이상 숨지거나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입은 노동자가 2명 이상 발생하면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특히 '안전 담당 이사'와 같은 직함을 가진 사람이 있더라도 대표가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노동부 관계자는 27일 "이 법상 의무와 책임은 사업을 대표·총괄하는 사람에게 있다"며 "노동자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이유로 사업주·경영책임자의 의무가 면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주 이사장은 "회사가 안전에 투자하고 설비를 갖추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도 사고가 날 수 있다"며 "잘못을 명확히 따지지 않고 처벌한다면 기업을 경영한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노동자도 작업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등 안전 지침을 철저히 지켜야 하는데, 법 시행을 두 달 앞두고 이런 부분에 대한 정부의 계도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38명이 숨진 작년 4월 물류 창고 화재 같은 중대산업재해를 막으려면 이 법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지난 22일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기존의 법은 중대산업재해 책임자를 솜방망이 처벌했고, 처벌이 현장 노동자와 하급 관리자에게 집중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영책임자를 처벌하지 못해 잘못된 기업 문화가 조성되면서 산업재해가 반복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고 말했다.

산업재해가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는 제조업·건설업 등에는 그나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사실이 널리 알려진 편이지만, 그렇지 않은 업종에는 홍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전북 지역에서 광고 업체를 운영하는 이모(64) 씨는 "우리 직원들은 사무직이라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 없는 거 아니냐"고 했다.

이 법은 산업·업종을 구분하지 않고 상시 근로자가 5명 이상인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이씨 업체처럼 업무 대부분이 사무실에서 이뤄져도 법이 적용되는 것이다.

올해 9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규탄 기자회견
올해 9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규탄 기자회견

[연합뉴스 자료 사진]

◇ 작년 사망사고 5인 미만 사업장서 35% 발생…"법 개정해야"

사업장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사망 사고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35.4%,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81%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고,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유예 기간을 거쳐 2024년 1월 27일부터 적용된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5인 미만 사업장에도 법을 적용하도록 개정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 역시 법을 보완하기 위한 활동을 할 계획이다.

소규모 사업장에는 중대재해를 막기 위한 지원책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고 소규모 업체의 사업주·경영책임자를 처벌하면 사업이 무너질 수도 있다"며 "정부나 사용자단체가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위험을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부가 5인 미만 사업장에 이 법을 적용하지 않는 데서 더 나아가 배달 기사 등의 특수고용·플랫폼 종사자를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데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노동부가 최근 배포한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에는 특수고용·플랫폼 종사자가 5인 이상이어도 상시근로자가 5인 미만이라면 해당 사업장은 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돼 있다. 특수고용·플랫폼 종사자를 노동자 인원으로 계산하지 않는 것이다.

노동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과정에 산업계의 입김이 강하게 반영되면서 법이 '누더기'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ksw08@yna.co.kr, jylee24@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