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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방화는 왜 일어났나…미국 소도시서 벌어진 '광란의 사랑'

송고시간2021-12-1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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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약 반년간 미국 버지니아주 소도시 어코맥 카운티에서는 86건의 연쇄 방화가 발생한다.

미국 지역신문은 물론 주요 언론까지 연일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어코맥은 갑자기 전국적인 유명 지역이 됐다.

워싱턴포스트 기자이자 작가인 모니카 헤시가 쓴 '아메리칸 파이어'(돌베개)는 미국 소도시에서 벌어진 연쇄 방화 사건을 치밀하게 그려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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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시는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가…'아메리칸 파이어'

책 표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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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베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2012년 11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약 반년간 미국 버지니아주 소도시 어코맥 카운티에서는 86건의 연쇄 방화가 발생한다. 미국 지역신문은 물론 주요 언론까지 연일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어코맥은 갑자기 전국적인 유명 지역이 됐다. 어코맥은 과거 농산물 산지로 유명했지만, 이촌 향도의 흔한 이유 탓에 빈집이 많았고, 방화는 주로 빈집과 버려진 건물에서 발생했다.

전국적인 시선을 끌자 수많은 경찰관과 화재조사관, 프로파일러들이 이 사건을 수사 또는 조사했다. 하지만 범인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그러던 2013년 4월 1일, 마침내 잠복수사 과정에서 범인이 걸려들었다. 범인의 이름은 어코맥 주민인 찰리 스미스와 토냐 번닉. 그들은 연인이었다.

워싱턴포스트 기자이자 작가인 모니카 헤시가 쓴 '아메리칸 파이어'(돌베개)는 미국 소도시에서 벌어진 연쇄 방화 사건을 치밀하게 그려낸 책이다. 책은 사랑의 증거로서 방화를 택한 연인들의 내면을 비추면서도 미국 소도시의 몰락이라는 사회적 의미까지 들춘다.

저자에 따르면 방화범인 찰리와 토냐는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다. 그리고 방화의 중심에는 사랑이 있었다. 처음 불을 지른 건 토냐였는데 체포당할 위기에 처하자 그 이후부터는 찰리가 불을 질렀다. 찰리는 토냐를 행복하게 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었다.

"네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난 뭐든 할 거야."

저자는 방화범들의 범행 동기를 알기 위해 그들의 지인을 인터뷰했다. 그의 취재에 따르면 이혼 경험이 있는 두 사람은 좋은 부모와 배우자가 되고자 노력했다. 찰리는 마약 중독자였지만, 토냐를 만나면서 마약을 끊었다. 토냐는 어린 시절부터 가정폭력에 시달렸다.

어두운 삶을 이어가던 그들은 결혼과 함께 장밋빛 미래를 꿈꿨다. 하지만 배운 것도 부족하고, 자산도 없었던 그들이 갑자기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기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300명의 하객이 참석하는 성대한 결혼식을 꿈꿨던 찰리와 토냐가 할 수 있었던 건 고작 밤에 드라이브를 나가 빈 건물에 불을 지르는 일이었다.

저자는 이 연쇄 방화를 2010년대 미국을 대표하는 범죄이자, 현대 사회의 병적 징후로 파악한다. 이들 범죄가 개인적 일탈이기도 하지만 자본주의가 강화되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 속에서 싹텄다는 점에서다.

인디언을 몰아내고 개척한 지방 소도시는 미국인들의 마음속에 광활하고 낭만적인 공간으로 오랫동안 자리 잡았다. 그러나 교통이 발달하고 자본이 도시로 집중되면서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하나둘 떠났고, 마을은 공동화했다. '아메리칸 파이어'에서 이런 공동화 현상은 빈집과 버려진 건물들로 여실히 재현됐다.

자본주의의 정점에 있는 세계 최대 부국 미국에서조차 지방 소도시는 소멸 직전에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런 소도시에서 가난에 찌들어있는 백인들이 유희의 한 방식으로 연쇄 방화를 저지른 것이다.

소도시의 가난한 백인인 찰리와 토냐의 사랑은 그들이 낸 불처럼 계속 타올랐을까.

"처음 불을 저질렀을 때 그들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고, 불이 다 꺼졌을 때 더는 사랑하지 않았다."

박동복 옮김. 371쪽. 1만7천500원.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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