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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논란' 공수처, 카톡 단톡방 참가자 번호 통째 확보

송고시간2021-12-29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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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사찰' 논란의 빌미가 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광범위한 '통신자료 조회'는 카카오톡 통신영장 집행 때문에 불거진 것으로 드러났다.

영장 대상자가 있는 카톡방에서 대화가 이뤄졌다면 참여자 전체의 휴대전화 번호를 수사기관이 확보할 수 있어, '단톡방'(단체 카톡방)을 다수 운용하는 정치인이나 기자의 조회 사례가 많을 수밖에 없다.

경찰이 2014년 세월호 집회 관련 수사에서 단톡방 참여자 2천여명의 전화번호를 수집한 사실이 드러나 '사이버 망명' 열풍이 불었던 사례와 판박이로, 이번 기회에 제도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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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 받으면 수사 대상자 있는 단톡방 참가자 전화번호 확보 가능

2014년에도 경찰 '2천명 검열' 논란…"이번 기회에 제도 바꿔야"

(과천=연합뉴스) 이대희 최재서 기자 = '사찰' 논란의 빌미가 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광범위한 '통신자료 조회'는 카카오톡 통신영장 집행 때문에 불거진 것으로 드러났다.

영장 대상자가 있는 카톡방에서 대화가 이뤄졌다면 참여자 전체의 휴대전화 번호를 수사기관이 확보할 수 있어, '단톡방'(단체 카톡방)을 다수 운용하는 정치인이나 기자의 조회 사례가 많을 수밖에 없다.

경찰이 2014년 세월호 집회 관련 수사에서 단톡방 참여자 2천여명의 전화번호를 수집한 사실이 드러나 '사이버 망명' 열풍이 불었던 사례와 판박이로, 이번 기회에 제도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톡방 단체채팅방 (PG)
단톡방 단체채팅방 (PG)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 카톡 압수수색 영장 받으면 단톡방 전체 전화번호 확보 가능

29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최근 진행 중인 각종 수사와 관련한 통신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받으면서 통신사뿐 아니라 카카오 압수수색 허가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카카오는 수사기관이 특정 시기를 지정해 영장을 제시하면, 대상자가 속해 있는 대화방 참여자의 전화번호와 로그기록 등을 제공한다.

해당 정보는 영장 대상자의 데이터 사용을 토대로 수사기관 요청 범위에서 제공되며, 대화 내용은 서버에 2∼3일간만 저장되고 삭제되기 때문에 별도로 제공되지 않는다.

카카오는 전화번호의 주인이 누군지까지는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수사기관은 이동통신사에 '통신자료 조회'로 인적사항을 확인한다. 이때는 영장이 필요 없다.

이러한 수사 기법은 경찰,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에서도 통상적인 절차라고 한다. 통화뿐 아니라 카톡을 무대로 벌어지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음성통화뿐 아니라 카톡 영장까지 함께 받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게 수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휴대폰 바라보는 김진욱 공수처장
휴대폰 바라보는 김진욱 공수처장

(과천=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검찰이 정치인과 기자 등을 대상으로 한 통신자료 조회로 고발된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김진욱 공수처장이 29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를 나서고 있다. 2021.12.29 ondol@yna.co.kr

◇ 국민의힘 원내 카톡방·기자 단톡방 통해 통신 조회된 듯

이러한 수사 방식을 고려하면 사찰 논란으로 뭇매를 맞는 공수처의 무더기 통신자료 조회도 대부분 설명이 된다.

공수처는 지난 24일 논란에 유감을 표명하며 "사건관계인 통화 상대방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지만 '통화를 하지 않았는데도 조회가 됐다'는 사례가 계속 나왔기 때문이다.

일단 이날 오전까지 원내 105명 중 70명에 대한 통신조회가 확인된 국민의힘은 원내 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단톡방을 카톡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고발 사주' 의혹으로 국민의힘 김웅·정점식 의원이 입건됐고, 이들에 대한 영장이 발부됐을 것이므로 원내 의원 105명 전원의 전화번호가 카카오에서 공수처로 제공됐을 수 있다.

두 의원은 이외에도 정치권 인사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단톡방에 속해 있을 개연성이 커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광범위한 조회가 이뤄졌을 수밖에 없다.

기자들에 대한 대규모 조회 역시 마찬가지다.

기자들은 통상 출입처의 공지문 배포 등을 위해 여러 개의 단톡방에 참여하는데, 이 대화방 안에 법원 영장 대상자가 있었다면 역시 전화번호가 제공된다.

실제로 공수처 압수수색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진 기자들은 다른 언론사 기자 100∼200여명이 있는 복수의 단톡방에 참여하고 있다. 이 단톡방에는 해당 부처 대변인 등 홍보 관련 공무원도 들어가 있다.

기자들의 가족이나 지인의 조회 역시 마찬가지다. 조회 기간에 가족·지인과 대화를 했다면 모두 공수처에 전화번호가 제공됐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톡 사찰 거부'
'카카오톡 사찰 거부'

정진우 전 노동당 부대표와 시민단체 '사이버사찰긴급행동' 관계자들이 지난 2014년 12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정 부대표 재판에서 확인된 카카오톡 증거자료의 위법성과 대응 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 뒤 "검찰의 정 부대표에 대한 카카오톡 압수수색 도중 단체 대화방에 있었던 사람들이 위법한 영장집행에 따른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2014년 '경찰 카톡 검열' 논란 판박이…"이번 기회에 제도 바꿔야"

이런 점을 종합하면 이번 사찰 논란은 2014년 '사이버 망명'을 불러일으킨 '경찰 카톡 검열' 논란과 판박이다.

경찰은 당시 세월호 참사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 집회 관련 수사를 하면서, 정진우 전 노동당 부대표가 속해 있는 단톡방의 대화 상대 2천300여명의 전화번호를 압수해 논란이 됐다.

당시에도 카톡 검열 논란이 불거지며 과잉 수사 비판이 일었고, 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는 외국 메신저인 텔레그램으로 이용자가 대거 이동하는 사이버 망명 열풍이 불기도 했다.

이러한 논란에도 여전히 법원은 과잉 압수수색이나 검열이 아니라고 판단하며 영장을 내주고 있다.

2019년 서울중앙지법은 "메시지를 직접 주고받지 않은 많은 이들의 전화번호가 수사기관에 제공돼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 등이 침해됐다"며 정 전 부대표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허용된 범위를 넘어선 개인정보가 압수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공수처가 '표적 수사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한 해명이 설득력을 얻을 수는 있지만, 불 보듯 뻔한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러한 수사 방식이 적법하다고 해서 묵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영장 한 장으로 광범위한 통신자료 확보가 가능한 법 집행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픈넷 손지원 변호사는 "수사 편의에 치중해서 수사기관이 포괄적으로 통신비밀을 요청할 수 있게 한 제도가 문제"라며 "통신자료 제공도 법원 허가서를 받도록 하면 수사기관도 수사 범위 등을 소명하는 데 신경을 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vs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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