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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삶의 현장'서 또 희망을 품는다…시민 8인의 새해 소망

송고시간2022-01-0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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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2년째 계속된 코로나19 사태로 경제난과 혼란이 한 해 내내 이어지면서 자영업자를 비롯한 많은 시민이 악몽 같은 신축년(辛丑年) 1년을 보냈다.

임인년(壬寅年) 새해에는 얼어붙은 시민들의 마음이 다소나마 녹을 수 있을까.

어려운 환경에 굴하지 않고 오늘도 '치열한 삶의 현장'을 살아가는 우리 이웃 8명의 2021년 한 해 소회와 2022년 새해 소망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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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조기 종식 '공통된 기대'…의료현장 인력 충원 희망도

'안전한 노동'· '차별 없는 일터'·선거의 해 "서민 잘사는 정책" 바람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문혜원 인턴기자 = 2년째 계속된 코로나19 사태로 경제난과 혼란이 한 해 내내 이어지면서 자영업자를 비롯한 많은 시민이 악몽 같은 신축년(辛丑年) 1년을 보냈다. 혹은 가족이 몸져누워 마음을 졸이거나, 직장에서 받는 유·무형의 차별과 부당한 대우에 서운한 마음을 안고 사는 등 저마다 사연은 각양각색이다.

십이지(十二支) 가운데 신축년의 축(丑)은 '겨울의 얼어붙은 땅'을 뜻한다. 이어 등장하는 지지(地支)는 따뜻한 봄의 기운이 방출되기 시작하는 인(寅)이다. 임인년(壬寅年) 새해에는 얼어붙은 시민들의 마음이 다소나마 녹을 수 있을까. 어려운 환경에 굴하지 않고 오늘도 '치열한 삶의 현장'을 살아가는 우리 이웃 8명의 2021년 한 해 소회와 2022년 새해 소망을 들어봤다.

◇ 끝 안 보이는 코로나 충격…'팍팍한 삶 나아지길'

서울 은평구 연신내역 인근에서 작은 식당을 하는 최성옥(64)씨는 아침 일찍 가게 문을 연다. 손님이 주로 오는 시간대는 저녁이지만, 점심을 먹으며 반주라도 한잔 걸치려는 이들이 갈 곳을 찾는 경우가 있어 손님 한 명이라도 더 받아야겠다는 생각에 낮 장사도 한다.

최씨는 "이런 식으로 일찍 나와서 손님을 한두 테이블이라도 받으면 저녁 매상이 줄어드는 것을 조금은 벌충할 수 있다. 자영업자들은 이렇게 '메워 나가면서' 사는 중"이라며 "주변 가게들 얘기 들어보면 먹고살기 어려우니 다 대출받고 빚내서 산다더라"고 했다.

새해에는 대선과 지방선거, 재·보궐선거 등 여러 선거가 예정돼 있다. 서민들의 처지를 헤아리는 이들이 나와 좋은 정책을 폈으면 하는 것이 최씨의 소박한 소망이다.

"좋은 사람이 정치를 해서 서민들이 잘사는 정책을 많이 만들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바람이에요. 전기요금도 오르고 가스요금도 오르고, 순 오르는 것밖에 없어. 우리 가게에서 쓰는 야채값은 얼마나 비싼 줄 알아요? 미나리 요만큼이 1만원이래요. 서민 정책이 중요하죠."

식당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최성옥씨
식당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최성옥씨

[촬영 임기창]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하는 김경오(29) 간호사는 작년 초까지 중환자실을 담당하다 이후 노동조합 상근으로 일하고 있다. 간호사 7년차가 된 그는 코로나 사태에 대해 "이런 상황은 처음 겪어본다"며 의료현장에서 느끼는 절박함을 털어놨다. 가장 큰 문제는 간호사 인력 수급이라고 한다.

"간호사들은 오늘은 이 병동, 내일은 저 병동, 당장 내일 어느 병동에서 근무할지조차 모르는 채 일하고 있어요. 코로나 사태 1년 됐을 때 저희 요구대로 인력을 충원했다면 그나마 상황이 낫지 않았을까 싶은데 개선된 것은 없었죠. 간호사 동료들을 만나서 얘기해보면 사직하고 싶다는 말도 많이 해요."

정부에 대해서도 "위드 코로나를 시행하면 확진자가 늘고 중증환자도 증가한다는 건 모두 예상한 바인데 미리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가 이 상황이 발생하니 다시 시민 탓을 하는 걸 보고 너무 화가 났다"며 "의료현장에서는 코로나 사태가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비관적 분위기가 강하다"고 했다.

현장 간호사들의 스트레스와 건강 악화가 날로 심해지고, 코로나 사태의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그나마 새해 바람은 인력 충원뿐이라고 김 간호사는 말했다.

"전동식 호흡장치(PAPR)를 쓰고 일하다 보면 바람이 계속 나와서 두통에 시달리고 눈이 건조해져요. 간호사들은 기본적으로 수면장애를 달고 살지만 그것도 심해졌고요. 지금 간호사들은 병가도 못 쓰면서 일하고 있어요. 인력을 충원해서 최소한 밥 먹을 때 밥 먹고 쉴 때 쉬기라도 하면 좋겠어요."

김경오 간호사
김경오 간호사

[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 종로의 명소 중 하나였던 서울극장이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경영난으로 작년 8월 31일 문을 닫았다. 과거 이 주변에는 오징어 다리, 가문어포 등 각종 주전부리를 파는 노점이 많아 극장 방문객과 오가는 시민들에게 인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3곳밖에 남지 않았다.

극장 앞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는 김미자(가명)씨는 "극장 하나로 버는 게 있었는데 영업을 종료한다고 했을 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막막했다"며 "코로나 때문에 가뜩이나 힘들었는데 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낮부터 밤까지 장사하는 동안 맞는 찬바람은 수십년 같은 자리를 지킨 김씨에게 여전히 괴롭다.

"코로나19 백신을 3번이나 맞았어도 마스크를 써야 해요. 마스크를 껴도 가스 냄새가 지독하고 겨울철에는 가스 불에서 올라오는 김 때문에 코랑 이마가 다 얼어요. 들고 다니면서 먹어야 하는 음식을 파는데 코로나 때문에 거리에서 음식을 먹을 수 없으니 잘 팔리지도 않아요."

가스값이 안 나올 정도로 영업이 어렵지만 소박한 새해 소망은 있다. "가족이 다 건강하고, 먹고사는 것만 해결되면 소원이 더 없다"는 게 김씨의 바람이다.

옛 서울극장 앞에 남아있는 노점상들
옛 서울극장 앞에 남아있는 노점상들

[촬영 임기창]

야쿠르트 배달원 강모(63)씨는 겨울이 반갑지 않다. 사람들이 거리를 오가다 음료를 사는 경우가 많은데 추운 겨울에는 다들 발걸음만 바삐 옮기기 때문이다.

2021년에는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져 유독 영업이 어렵기도 했다.

"코로나 때문에 타격이 커요. 오미크론이 지금보다 많이 퍼지면 더는 야쿠르트 배달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고객도 있어요. 아무래도 제가 여러 사람을 접촉하니까요. 서운하기도 한데 이해해야죠."

그럼에도 일 자체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원래 무뚝뚝한 성격이었다"는 강씨는 "일을 하다 보니 수다가 늘고 유머도 생기더라"며 "정년인 70세까지 건강을 지키면서 지금처럼 재밌게 일할 것"이라고 했다.

강씨의 새해 소망도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종식되는 것이다. "빨리 일상생활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이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의 소원일 것"이라는 그는 "70세 이후에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꼭 따서 시니어 카페에서 일하거나 조그만 카페를 차리고 싶다"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밝혔다.

야쿠르트 배달원(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야쿠르트 배달원(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TV 제공]

◇ "목숨 걸지 않고도 일할 수 있기를"…'안전한 노동' 소망

부산에서 배달의민족 단건 배달 서비스 '배민1' 라이더로 일하는 윤영원(39)씨는 라이더유니온과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이 선정한 '2021 모범 라이더'로 뽑혔다. 오토바이 배달업에 종사하는 라이더유니온 조합원 중 교통사고와 교통법규 위반 경력이 없는 이들에게 주는 상이다.

윤씨는 "라이더 중 사고가 나는 분들을 보면 신호위반이 가장 많은데 이는 습관이고, 습관을 고치면 분명히 사고가 안 난다"며 "나는 성격이 소심해서 원래 방어운전을 하는 사람이지만, 신호 대기시간이 길어야 3분이고 그걸 기다린다고 수입에 큰 차이도 없는데 목숨까지 걸 필요 있나"라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 사태로 일자리를 잃은 이들이 배달업종에 대거 유입되면서 라이더들 간 주문 경쟁도 치열해져 현장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라이더들이 위험한 운행을 강요당할 수 있는 만큼, 새해에는 적정 운임을 보장하는 '안전운임제'가 도입되기를 윤씨는 바라고 있다.

"코로나 사태 초기보다 주문량이 늘었는데 라이더 숫자도 훨씬 많이 늘었어요. 그러다 보니 경쟁이 치열해져 죽을 맛이지요. 속도 경쟁에 구애받지 않고 법규도 잘 지키면서 안전하게 일해도 어느 정도 수입이 보장되도록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윤영원 라이더
윤영원 라이더

[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소중한 나의 노동…자부심 갖고 하는 일 차별받지 않았으면"

결혼이주여성 A씨는 여성가족부 산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이중언어 코치로 일한다. 부모의 언어가 각기 다른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이중언어와 문화 교육을 담당하는 업무로, 다문화가정에 대한 이해와 공감도가 높은 이주여성들이 상당수 이 일을 한다.

그러나 '시댁 나라'에서 이런 역할을 수행하는 A씨는 일터에서 적잖은 차별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는 "외국인이다 보니 다른 직원들은 받지 않는 코로나 검사를 별도로 받아야 했고, 감염자도 아닌데 이상한 낙인이 찍히는 일도 있었다"며 "법적으로 보장된 육아휴직도 이주여성이라는 이유로 쓰지 못하게 하는 등 직장 생활에서 수년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이주여성 정착 지원기관에서 일하는 같은 이주여성들조차 억울한 인권침해나 차별을 겪고,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며 "새해에는 관계기관이 이런 문제를 더는 모른 척하지 말고 우리의 어려움에 귀를 기울여주면 좋겠다"고 했다.

구직하는 결혼이주여성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구직하는 결혼이주여성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의 한 대형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청소노동자 우미영(49)씨는 지난 한 해를 "너무 정신없이 지냈다"는 말로 요약했다. 본래 청소업무와 더불어 노조 사무장까지 맡은 그는 용역업체가 바뀌는 과정에서 고용 승계, 특별휴가일수 확보 등 요구를 관철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냈다고 한다.

환자들이 드나드는 곳이라 건강 위험요소가 도처에 있고, 감염병 사태가 이어지면서 청소노동자들의 업무강도도 높아졌다. 소독 요구는 훨씬 강해졌고, 한여름에 보호복장을 갖춘 채 병실을 드나들며 청소하다 보면 금세 몸이 땀으로 젖었다. 그럼에도 우씨는 "나는 내 일이 만족스럽다"며 당당했다.

"주변에서 '아직 젊은데 왜 그런 일을 하냐', '코로나 때문에 위험한데 그만두라'는 말도 해요. 저는 이 일이 재밌는데. 청소하는 사람도 다 똑같은 사람이잖아요. 지저분하게 하면 깨끗하게 해주는 사람이지 우리 자체가 지저분한 사람이 아닌데. 우리 덕분에 사람들이 깨끗한 환경에 있다는 게 자부심이죠."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으며 주 6일을 일하지만, 임금을 받지 못하는 휴게시간에도 병실을 치워달라는 호출이 오면 거부하지 못하고 '무임금 노동'을 해줄 만큼 청소노동자들은 책임감도 강하다고 한다.

우씨는 "밥 먹다가, 쉬고 있다가, 양치질하다 콜이 오면 책임감 때문에 가지 않을 수 없다. 환자들이 음식 쏟아놓고, 화장실 변기가 넘쳐 있는데 보기에도 안 좋지 않나"라며 "사용자 쪽에서는 대가를 못 주니까 '그 시간에 일하고 더 쉬라'는데 말이 쉽지. 더 쉬었다가는 내 일만 또 늦어진다"고 했다.

병원 소속 의료진과는 대체로 잘 지내는 편이지만,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은근한 차별'이 느껴질 때가 종종 있어 서운하다고 한다.

"앞에서는 여사님(청소용역 노동자들을 부르는 말)들에게 웃으면서 '수고한다'고 하면서 뒤로는 용역업체 사무실에 여사님들에 대한 불만 민원전화를 연거푸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각기 소속은 다르지만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데, 새해에는 이런 차별을 느낄 일이 없으면 좋겠어요."

청소노동자 우미영씨
청소노동자 우미영씨

[촬영 임기창]

서울 여의도의 한 빌딩에서 일하는 이창순(72)씨도 청소노동자다. 손주들이 초등학교에 다니는 나이에도 오전 7시면 출근해 건물 곳곳을 걸레질하고 쓰레기를 비운다. 이씨를 포함해 50~70대 6명이 이 건물 청소용역을 담당하는데, 이씨가 최연장자다.

이씨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다 결혼 후 자녀가 생기면서 전업주부가 됐다. 그러다 집안 문제로 47세부터 청소 일을 하기 시작했다. 남편에게 경제적 문제가 생겨 빚을 지게 되는 바람에 계속 일하며 빚을 갚고 보험료 등 생활에 필요한 비용도 마련하고 있다.

다른 일자리도 구해보고 싶었지만 마땅한 일을 찾기가 쉽지 않고, 특히 나이 많은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내가 움직여서 정직하게 일하고 그만큼 버는 직업"이라며 자기 일을 자랑스러워했다.

딸이 암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라는 이씨의 새해 소망 중 하나는 가족의 건강이다.

"작년에는 딸이 수술받은 것이 가장 힘든 일이었어요. 전에는 집안 형편만 좀 여유로워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건강이 최고더라고요. 건강이 있어야 그런 여유로움도 누릴 수 있는 거니까."

청소노동자 이창순씨
청소노동자 이창순씨

[촬영 임기창]

pulse@yna.co.kr / mhw01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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