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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 연료가 폭등 항의시위 격화…"시위 진압대원 8명 사망"(종합3보)

송고시간2022-01-06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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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중앙아시아 국가 카자흐스탄에서 새해 연초부터 연료 가격을 포함한 주요 물가 상승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전국으로 번져, 내각이 총사퇴하고 전국에 비상사태가 선포되는 등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 가운데 부상자가 속출하고, 진압대원 8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카자흐스탄 내무부는 "전국 여러 지역에서 국가근위대소속 대원들과 경찰 등 317명이 부상하고 8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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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마티 시청사·대통령 관저 피격…비상사태 전국 확대, 내각 총사퇴

LPG 가격 2배 인상이 시위 촉발…'아시아나 항공' 승객들 공항에 발묶여

알마티 시위
알마티 시위

(알마티 타스=연합뉴스)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 알마티 시내 공화국 광장에서 5일(현지시간) 시위대가 연료가격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모스크바·알마티=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김상욱 통신원 = 중앙아시아 국가 카자흐스탄에서 새해 연초부터 연료 가격을 포함한 주요 물가 상승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전국으로 번져, 내각이 총사퇴하고 전국에 비상사태가 선포되는 등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시위 사태가 심각한 최대 도시 알마티와 수도 누르술탄(옛 아스타나) 등 4개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야간통금 조치를 발동하는 등 긴급 대응에 나섰다. 뒤이어 이날 저녁엔 비상사태를 전국으로 확대 발령했다.

알마티에선 이날 수천 명의 시위대가 시청 청사와 대통령 관저 등에 난입하고, 다른 일부 도시들에서도 시위대가 관청을 공격하는 등 비상사태 선포에도 혼란 상황은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 가운데 부상자가 속출하고, 진압대원 8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시위대가 알마티 공항을 장악하면서 이날 인천서 알마티에 도착한 한국 아시아나 항공 여객기 탑승객 70여 명도 공항 청사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알마티 시내에 배치된 장갑차와 군용 차량
알마티 시내에 배치된 장갑차와 군용 차량

(알마티 리아노보스티=연합뉴스)

◇ 토카예프 "보안요원들 사망…단호히 대처하겠다"

타스·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토카예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영 TV 방송 '하바르'를 통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시위 사태로 (보안요원들 가운데) 사망자들과 부상자들이 발생했다"면서 "이제부터 당국은 위법자들에 대해 최대한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비상사태와 관련해 지금까지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이 이끌던 국가안보회의 의장직을 넘겨받아 직접 지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적 동기를 가진 음모자들이 시위를 철저히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카자흐스탄 내무부는 "전국 여러 지역에서 국가근위대소속 대원들과 경찰 등 317명이 부상하고 8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서부 카스피해 연안 유전지대인 망기스타우주(州)에서 처음 시작된 시위는 이후 전국 주요 도시들로 번져 이날 현재 카자흐스탄 경제 중심 도시 알마티에서 가장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다.

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따르면 5일 새벽 알마티 시민 수천 명이 도심 간선도로를 점거하고 가두 행진을 벌이다 최루탄과 섬광탄을 쏘며 저지하는 경찰과 충돌했다.

알마티 도심에는 검게 탄 차들이 나뒹구는 가운데 장갑차와 진압 병력 등이 배치됐다. 대중교통 운행도 중단되고 상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불타는 알마티 시청
불타는 알마티 시청

(알마티 타스=연합뉴스)

◇ 알마티 시청사 불나고 대통령 관저 점령당해

시위대는 이날 낮에도 알마티 시정부 청사의 출입문과 창문 등을 부수며 안으로 난입하는 등 과격 시위를 이어갔다.

시위대는 저지하는 경찰을 폭행했으며, 인근에 있던 경찰차들은 공격을 피해 도주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시위대의 청사 난입 이후 건물에선 화재가 발생했다.

시위대는 또 대통령이 수도 누르술탄에서 알마티에 올 때 머무는 시내 관저로 몰려가 건물을 점령했으며, 이 과정에서 관저를 지키던 경찰은 시위대에 사격을 가한 뒤 도주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시위대는 이어 러시아에 본부를 둔 옛 소련권 TV·라디오 방송 채널 '미르'(세계)의 알마티 지국으로도 난입해 스튜디오와 일부 방송 장비를 파괴했다.

이날 국영 하바르 TV를 제외한 현지 방송들은 대부분 방송 송출을 중단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알마티와 누르술탄에선 이날 인터넷 통신이 두절되고, 핸드폰 문자 메시지와 메신저 서비스가 차단됐다.

알마티에선 이날 저녁부터 그나마 유지되던 도시간 전화통화가 두절되면서 외부와의 소통 채널이 완전히 차단됐다고 현지 소식통은 전했다.

알마티 공항과 망기스타우주 공항도 시위 사태로 운영이 잠정중단됐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보도했다.

알마티 시위
알마티 시위

(알마티 타스=연합뉴스) 보안요원들이 5일 알마티 시정부 청사를 경비하고 있다.

시위대는 알마티 시내 일부 총포상을 공격해 총기류를 탈취했으며, 경찰에게서도 총기류와 방패, 곤봉 등을 탈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가 격화하면서 부상자도 속출하고 있다.

알마티시 보건국은 이날 130여 명의 경찰과 50여 명의 시위대를 포함해 약 190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현지 치안당국은 "구급차와 소방차를 포함해 120대의 자동차가 불타고, 상점 120곳, 대중식당 180곳, 사무실 100여곳이 파손됐다"고 전했다.

이밖에 서북부 도시 악토베에서도 시위대가 시 정부 청사로 난입했으며, 북부 도시 코스타나이와 페트로파블롭스크, 북동부 도시 파블로다르 등에서도 유사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 내각 총사퇴, 일부지역 비상사태 선포

토카예프 대통령은 앞서 이날 전국적 시위 사태와 관련 아스카르 마민 총리가 이끄는 내각 사퇴안을 수리하고, 알리한 스마일로프 제1부총리를 총리 권한 대행에 임명했다.

그는 다만 새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기존 정부가 계속 업무를 수행하라고 지시했다.

시위 진압 나선 경찰
시위 진압 나선 경찰

(알마티 AFP=연합뉴스) 폭동 진압 경찰이 5일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 알마티에서 시위대 해산에 나서고 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또 이날 새벽 시위 사태가 가장 심각한 남동부의 알마티시와 남서부 망기스타우주에 오는 19일까지 2주 동안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대통령은 뒤이어 알마티시 외곽 알마티주와 누르술탄에도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이날 저녁엔 비상사태를 전국으로 확대 발령했다.

비상사태 발령으로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통행금지가 실시되고, 파업과 집회 및 대중행사 등이 일절 금지되며, 도시 간 이동도 제한된다.

대통령은 사회질서 유지, 국가기간시설 경비, 검문검색 강화 등을 명령했다.

또 향후 6개월 동안 휘발유와 디젤유 및 주요 상품 가격에 대한 정부 통제를 도입하라고 내각에 지시했다.

동시에 아파트 관리비 인상 동결,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주택 임대료 보조, 보건 문제 해결을 위한 펀드 조성 등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 연료가격 인상이 도화선

카자흐스탄 내 대규모 시위 사태는 새해 들어 카스피해 연안 유전지대인 망기스타우주 주도 악타우와 다른 도시 자나오젠에서 차량용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이 2배로 인상된 데 불만을 품은 시민들이 지난 2일부터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촉발됐다.

이후 시위 사태는 알마티, 누르술탄, 중부 카라간다, 서부 아티라우, 북서부 우랄스크, 남부 심켄트 등 전국 주요 도시들로 번지면서 급속히 확산했다.

시위대는 가스 가격 인하 외에 복지 개선, 내각 사퇴 등을 요구했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토카예프 대통령은 4일 망기스타우주의 가스 가격을 인하하겠다고 약속하며 시위대를 달랬지만 사태는 진정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위 사태에 대해 지난 2019년 물러난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 세력의 장기 독재와 전횡,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악화한 경제난 등에 대한 국민의 누적된 불만이 에너지 가격 인상 사건을 계기로 폭발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 토카예프 대통령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 세력으로 분류된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지난 1991년부터 2019년까지 근 30년 동안 장기집권한 뒤 물러났으나 그 뒤로도 안보회의 의장직을 유지하고, '국부'(國父) 지위를 누리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 "알마티 공항서 아시아나 항공 승객들 발 묶여"

주알마티 한국총영사관은 카자흐스탄 정부의 비상사태 선포 직후 교민 안전 공지문을 연락망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배포하고 시위 발생 가능성이 있는 지역의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총영사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현재까지 교민 가운데 시위 관련 피해자가 나오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알렸다.

하지만 알마티 공항에도 시위대가 몰려들어 공항 운영이 중단되면서 이날 저녁 아시아나 항공 여객기로 현지에 도착한 한국인과 카자흐인 승객, 한국인 승무원 등 70여 명이 공항 내에 발이 묶였다고 현지 소식통이 전했다.

이들은 공항 운영 중단으로 입국 수속을 밟지 못했을 뿐 아니라 밖으로 나올 경우 안전 위험이 있을 수 있어 아시아나 항공 측의 안내로 공항 내 안전한 장소에 머물고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승객과 승무원들은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한국총영사관의 지원을 받아 시내로 이동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진압 경찰
진압 경찰

(알마티 로이터=연합뉴스) 시위 진압에 나선 카자흐스탄 경찰.

almatykim6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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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eM-508oq7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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