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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1천800억대 상장사 횡령사건' 기업 투명성 제고 계기로 삼아야

송고시간2022-01-06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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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1천800억 원대의 역대급 횡령 사건으로 투자자들을 패닉에 빠뜨린 오스템임플란트의 재무관리 담당 이모 씨가 지난 5일 밤 경찰에 검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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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880억원 횡령' 오스템 직원, 경기 파주서 검거
'1천880억원 횡령' 오스템 직원, 경기 파주서 검거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경찰은 회삿돈 1천880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 모(45) 씨를 5일 검거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 모 씨가 6일 오전 서울 강서경찰서로 들어서는 모습. 2022.1.6 pdj6635@yna.co.kr

(서울=연합뉴스) 1천800억 원대의 역대급 횡령 사건으로 투자자들을 패닉에 빠뜨린 오스템임플란트의 재무관리 담당 이모 씨가 지난 5일 밤 경찰에 검거됐다. 아내 명의의 경기도 파주 소재 4층짜리 건물에 숨어 있다가 붙잡혔다고 한다. 그는 지난달 30일 잠적하기 직전 파주 건물을 부인과 여동생 등에게 증여한 정황이 드러났다. 1㎏짜리 금괴 851개를 매입한 사실도 확인됐다. 금융사기 사건을 다룬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엽기적 행각이다. 체포 당시 이씨는 혐의를 대체로 인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1위 임플란트 제조업체인 오스템임플란트는 시가총액이 2조 원에 이르는 코스닥 20위권의 우량기업이다. 회사 측은 이씨의 단독 범행이라 주장하지만 석연찮은 구석이 적지 않다. 사건의 전모는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세계 10위의 경제국에서 이런 후진적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금융감독 당국의 조치가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이번 사건은 회사 측이 이씨를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고 지난 3일 공시하면서 알려졌다. 이 씨의 횡령액 1천880억 원은 자기자본 2천47억 원의 92%, 2020년 영업이익 981억 원의 두 배에 달한다. 회사 측은 이 씨가 3개월간 운영자금의 잔액 증명 서류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돈을 빼돌렸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이 '개인의 일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자본시장에 공개된 기업에서 직원 한 명이 3개월간 회사 재산을 사실상 통째로 빼돌리는데도 전혀 몰랐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내부 공모설' 등의 숱한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외국인 지분율 44%, 소액주주는 2만 명에 이르는 이 회사 주식은 관련 공시가 난 지난 3일부터 거래가 정지됐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24일까지 거래 재개 여부를 결정하지만, 상장 폐지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더라도 주가 하락에 따른 투자자들의 손실은 불가피해 보인다. 포털 종목 게시판에는 '퇴직금을 다 넣었다' '밥이 안 넘어간다', '가슴이 터질 것 같다' 등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회사 측은 투자자들의 피해 최소화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지만 현실적으로 어떤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스템임플란트의 횡령 및 회계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2018년 4분기와 2019년 2분기 실적 발표 때 1천억 원 넘는 분기 매출을 내고도 영업이익이 각각 3억 원, 77억 원에 그쳐 증권가에서 '습관성 어닝 쇼크'라는 비아냥과 함께 회계 논란이 일었다. 창업주 최규옥 회장은 지난 2016년 횡령·배임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기도 했다. 경찰은 이씨의 신병을 확보한 만큼 신속하고도 철저한 수사를 통해 구체적인 범행 경위와 공범 존재 여부, 횡령금 행방 등을 밝혀내야 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6일 이번 사태와 관련, "사법적인 절차와는 별개로 주식시장에서 교란 행위 문제라든지, 투자자 보호라든지, 소액주주 문제라든지 이런 부분에 대해 면밀히 볼 것"이라면서 "필요한 조치가 있다면 그것도 생각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감독 당국도 부실 회계 논란에 대해 감리 착수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으니 시간이 지나면 사태의 전말이 드러날 것이다. 회사 측은 횡령 금액 중 1천500억 원 정도는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데, 설령 그렇더라도 주주들의 피해 우려는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한국 기업의 주가는 외국 기업에 비해 저평가된 측면이 강하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인데, 남북의 대치 문제가 크지만 지배구조나 회계의 불투명성도 원인으로 꼽힌다. 코스닥 상장사의 횡령·배임 공시 사례만 지난 1년 새 50건이 넘는다. 한국의 경제 규모를 떠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핵심 화두로 떠오른 시대에 이런 일이 그치지 않다는 것은 매우 창피스러운 일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선 후보는 지난 3일 증시 개장식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서 배신감을 느껴 떠나는 경우가 없지 않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회계 처리의 낮은 신뢰도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극복을 위한 과제의 하나로 투명성 제고를 내세운 것인데, 두 후보의 주문처럼 오스템임플란트의 이번 횡령 사태는 한국 기업의 내부 통제와 감시 시스템을 강화하고 회계·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외면하고서는 어떤 기업도 생존을 기약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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