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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만에 또 불길 속에서 스러진 소방관들…10년간 49명 순직

송고시간2022-01-0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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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작년 경기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소방관이 순직한 지 6개월여만인 6일, 또다시 화마와 싸우던 소방관 3명이 불길 속에서 스러졌다.

연이어 발생한 안타까운 소식에 동료들은 침통함에 빠졌고,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비극을 막기 위해선 상황판단 훈련, 첨단장비 도입, 소방관을 신뢰하는 여론 형성 등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사고처럼 화재 진압이나 구조·구급 활동을 벌이다 순직한 소방관은 최근 10년간 전국에서 총 49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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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서 소방관 3명 숨져…동료들 '침통'

전문가들 "상황판단 훈련·첨단장비 도입 등 전방위 노력 필요"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작년 경기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소방관이 순직한 지 6개월여만인 6일, 또다시 화마와 싸우던 소방관 3명이 불길 속에서 스러졌다.

연이어 발생한 안타까운 소식에 동료들은 침통함에 빠졌고,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비극을 막기 위해선 상황판단 훈련, 첨단장비 도입, 소방관을 신뢰하는 여론 형성 등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평택 신축공사장 화재 실종 소방관 이송
평택 신축공사장 화재 실종 소방관 이송

(평택=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의 한 냉동창고 신축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실종됐던 소방관을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 2022.1.6 xanadu@yna.co.kr

◇ 6개월 만에 또…10년간 전국서 소방관 49명 순직

이날 정오께 평택시 청북읍 한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 현장에 투입됐다가 연락이 끊겼던 A 씨 등 소방관 3명이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됐다.

이번 불은 전날인 오후 11시 46분께 최초 신고가 접수됐다.

불은 이튿날인 이날까지 이어졌고, 이들 소방관은 이날 오전 9시 8분께 진화작업을 위해 건물 2층에 진입했다가 불이 급격히 재확산하는 과정에서 고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A씨 등과 함께 2층에서 진화작업을 한 다른 소방관 2명은 자력으로 탈출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날 사고처럼 화재 진압이나 구조·구급 활동을 벌이다 순직한 소방관은 최근 10년간 전국에서 총 49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경기도 소방관은 13명(26.5%)이다.

평택 냉동창고 신축 공사현장 화재
평택 냉동창고 신축 공사현장 화재

(평택=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6일 경기도 평택시의 한 냉동창고 신축 공사현장에서 불이 나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2022.1.6 xanadu@yna.co.kr

가장 최근 발생한 순직 사고는 작년 6월 17일 쿠팡의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연소 확대 저지와 인명 수색을 위해 투입됐던 경기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김동식 구조대장(당시 52세·소방령)의 사례다.

그는 큰 불길이 1차로 잡힌 뒤 현장에 들어갔다가 내부에서 불이 다시 치솟으면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고, 실종된 지 48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2019년 8월 6일 오후 1시 15분 안성시 양성면 종이상자 제조공장의 화재 현장에서도 안성소방서 양성지역대 소속 석원호(당시 45세) 소방관이 인명 구조 활동 중 예기치 못한 폭발로 숨졌다.

그는 화재 당시 가장 먼저 현장에 투입돼 검은 연기를 뚫고 공장 직원들이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하층으로 진입하던 중 순직했다.

고(故) 김동식 구조대장 영결식
고(故) 김동식 구조대장 영결식

작년 6월 21일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진화 작업 중 순직한 고(故) 김동식 구조대장(경기 광주소방서)의 영결식.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 반복되는 순직에 동료들 비통 넘어 분노

이날 순직 소식을 접한 동료들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노동조합(소사공) 정용우 경기위원장은 "이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착잡하고 일이 손에 안 잡힌다"며 "다른 동료들도 침울해하고 굉장히 슬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오늘 순직 사고는 쿠팡 물류센터 화재 때와 흡사하다. 작년 사고 후 화재 현장의 매뉴얼이 전면적으로 개정되는 등 특단의 대책이 마련됐어야 함에도, 당시 대책은 물류창고 현황을 전수조사하는 것뿐이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 "인명 구조나 연소 확대 저지가 아닌 상황에선 소방대원을 투입하기 전 현장 내부의 위험 요소 등을 충분히 검토한 뒤에 진입시키는 등 소방관을 지킬 수 있는 매뉴얼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뒤늦게 '영웅'이라는 등의 수식어를 붙여줄 게 아니라 애초에 이런 사고가 나지 않도록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故) 석원호 소방위 영결식
고(故) 석원호 소방위 영결식

2019년 8월 8일 오전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 안성시체육관에서 열린 공장 화재 진압 중 순직한 고(故) 석원호 소방위 영결식에서 참석자들이 헌화 후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전문가들 "상황판단 훈련, 첨단 장비 도입, 국민의 신뢰…전방위 노력 필요"

전문가들은 예측할 수 없는 화재 현장의 고위험성에 대비한 지속적인 상황판단 훈련과, 첨단 소방장비 개발 및 도입, 화재 진압 결과를 떠나 소방관을 신뢰하는 분위기 조성 등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화재 현장에서의 판단을 정확하게 하기 위한 연습이 강화되어야 하며, 이는 최악의 경우까지 훈련할 수 있는 VR(가상현실) 등을 활용해 보완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화재 진압이 이뤄지는 건물의 구조나 형태, 내장재 등이 시대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에 과거 현장 경험이 많은 지휘관들의 새로운 구조물에 대한 적응 훈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현장 상황은 아무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내부에 구조해야 할 인명이 있는지는 들어가 봐야 알 수 있는데, 그렇다고 위험한 현장에 소방관을 마냥 내몰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 교수는 "이미 선진국에서는 이런 문제에 대비해 드론, 인명수색 로봇 등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외국 기술을 도입해서라도 첨단 장비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소방드론 시범 비행
소방드론 시범 비행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유독 소방관들의 희생과 봉사를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강한데, 이런 여론은 소방관들에게 한편으론 무거운 짐이 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화재 현장에서 희생자가 나왔더라도 목숨 걸고 진압과 구조활동에 임한 소방관들을 격려하고 믿어줘야 현장에서 여론을 의식한 무리한 진압 활동 또는 소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young8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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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nrokfbtxA_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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