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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도 화재현장 출동할텐데…반복되는 소방관 희생 막으려면

송고시간2022-01-07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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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화재 현장에서 화마와 싸우던 소방관이 순직하는 일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첨단 장비를 도입하거나 매뉴얼을 강화하는 것으로 같은 비극을 막기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소방관의 희생을 막을 뾰족한 대책을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그런 위험한 상황에 몰리지 않도록 공사 현장의 대형 화재를 막을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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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규제 통해 공사현장 화재안전 감시체계 갖추는게 중요"

"매뉴얼론 한계,로봇 투입은 먼 얘기"…"현장판단 탓하는건 무책임"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김기훈 기자 = 화재 현장에서 화마와 싸우던 소방관이 순직하는 일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작년 이천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소방관이 순직한 지 반년만에 6일 평택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소방관 3명이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났다.

전문가들은 첨단 장비를 도입하거나 매뉴얼을 강화하는 것으로 같은 비극을 막기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보다는 정부 부처 간 소관 여부를 초월해 공사 현장의 화재 감시체계를 강화하며 대형 화재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료 이송 모습 지켜보는 소방관들
동료 이송 모습 지켜보는 소방관들

(평택=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의 한 신축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실종됐던 소방관의 이송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2022.1.6 mon@yna.co.kr

◇ 공사장 화재관리 '사각지대'…"책임·의무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소방관의 희생을 막을 뾰족한 대책을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그런 위험한 상황에 몰리지 않도록 공사 현장의 대형 화재를 막을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물류창고는 타기 쉬운 단열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화재 발생시 특히 위험하다"며 "화재안전 감시자를 배치해 화재 안전 감시 체계를 갖추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막판 공사에서는 단열재처럼 불에 잘 타는 물질이 설치되면서 용접 같은 화재 위험 공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공정이 섞이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공사장은 대형화재 발생 위험은 크지만, 소방 관련 법령이 아닌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을 받고 있어 화재 안전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공사장 화재가 빈번해지자 '화재의 예방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 작년 9월 국회를 통과했지만 오는 12월 시행돼 아직 적용 전이다.

건설현장에 소방안전관리자를 선임해 관할 소방본부장·서장에게 신고하도록 하고 있는데, 권한이나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벌칙에 대한 규정을 강화해 적극적인 소방안전 관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소방안전관리자에게 구체적인 권한과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건설사의 월급을 받는 관리자가 제 역할을 하기 힘들고 현장에서 걸림돌 취급만 받게 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사 현장이 고용노동부 소관 법률의 적용을 받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어느 부처 소관인지 중요하지 않다"며 "규제의 효율성 문제를 고려해야 하겠지만 부처간 입장차를 떠나서 현장의 안전관리를 강화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택 냉동창고 공사장서 큰불…진화하던 소방관 3명 순직
평택 냉동창고 공사장서 큰불…진화하던 소방관 3명 순직

(서울=연합뉴스) 6일 경기도 평택시 청북읍의 한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큰불이 나, 이 불을 끄기 위해 건물 내부에 진입했던 이형석 소방위(왼쪽부터)와 박수동 소방교, 조우찬 소방사 등 소방관 3명이 갑자기 재확산한 불길에 고립됐다가 끝내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2022.1.6 [소방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 "소방관 안전, 변수 많아 매뉴얼만으론 어려워"

이번 화재 사고와 관련해서는 화재 발생 후 발령한 대응 1단계를 일찍 해제해 소방관들의 건물 내부 투입이 빨랐던 것이 소방관 인명피해 발생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건조한 계절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인명 탐색을 서둘렀던 것이 결과적으로 소방관들의 희생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매뉴얼을 정비하거나 로봇이나 드론 등 첨단 장비를 적극적으로 투입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이용재 교수는 "현장 판단에 대해 결과만 보고 '잘했다, 못했다' 말하는 것은 무책임한 소리"라며 "지휘관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견디면서 다양한 상황을 보고 판단을 내리고 있고,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 현장에서 소방관들은 '과도한 용감성'을 발휘해 현장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 오늘 저녁에 또 대형화재가 발생한다고 하면 소방대원을 직접 현장에 투입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이보다는 어떻게 하면 현장에서 안전관리를 잘해서 화재 위험을 막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많은 변수가 있는 화재 현장의 위험 상황을 수치화하고 매뉴얼로 만드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며 "매뉴얼이 잘 갖춰져 있다고 하더라도 현장에서 얼마만큼 실효성 있게 사용될 수 있을지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박재성 교수도 "소방관들에 대한 훈련은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 매뉴얼은 말 그대로 매뉴얼일 뿐이지 현장의 그 많은 변수를 다 담을 수 없다"며 "소방관의 안전을 담보할 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이보다는 여러 규제로 공사현장의 위험요소를 관리하고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평택 신축공사장 화재 실종 소방관 이송
평택 신축공사장 화재 실종 소방관 이송

(평택=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의 한 냉동창고 신축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실종됐던 소방관을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 2022.1.6 xanadu@yna.co.kr

◇ 실내선 드론 무용지물, 로봇 도입 '먼얘기'…위치파악 기술 '개발 중'

소방관들을 보호하기 위해 실내 화재 현장에 드론이나 로봇을 적극적으로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지만, 당장으로선 이런 기술의 현장 적용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아직 먼 얘기다.

소방청 관계자는 "드론은 지금도 현장 출동 시 항상 활용하고 있지만, 실외에서 연기가 적어진 뒤에 사용하고 있다"며 "실내에서는 주파수가 잡히지 않아 드론을 활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에서는 특수 상황에서 희생자 탐색 등에 로봇을 활용하고 있지만, 상시적이고 본격적으로 투입되지는 않고 있다"며 "화재 현장에서 로봇이 장애물을 넘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활약하는 것은 아직은 먼 얘기"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소방청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화재 발생시 실내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위치를 파악하는 '긴급구조용 지능형 정밀측위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휴대전화 전파 신호를 탐지해 수평과 수직을 포함한 3차원의 위치 정보를 확인하고 가장 빠르고 안전한 탈출 루트를 제안하는 기술이다.

다만 아직 개발 중인 만큼 현장 적용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용재 교수는 "현재 기술 개발 수준으로는 로봇의 화재 현장 투입은 먼 얘기"라며 "아직은 화재 현장에 진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고 현장에 가더라도 사람이 오감으로 판단하는 것에 비해서는 한참 레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평택 신축 공사현장 화재
평택 신축 공사현장 화재

(평택=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6일 경기도 평택시의 한 냉동창고 신축 공사현장에서 불이 나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2022.1.6 xanadu@yna.co.kr

bkkim@yna.co.kr, kihun@yna.co.kr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r76OVl2pLO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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