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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철거 때도 신축 때도 무너지는 후진국형 안전사고 언제까지

송고시간2022-01-12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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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신축 중인 고층 주상복합아파트의 외벽이 붕괴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는 11일 오후 3시 45분쯤 광주시 화정동 아파트 신축공사장 39층 콘크리트 타설 작업 도중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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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해 난무한 붕괴 현장
잔해 난무한 붕괴 현장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광주 서구 화정현대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 구조물 붕괴 이틀째를 맞은 12일 당국은 안전진단을 거쳐 실종자 수색 재개를 결정하기로 했다. 신축 공사 중인 이 아파트의 1개 동 옥상에서 전날 콘크리트 타설 중 28∼34층 외벽과 내부 구조물이 붕괴하면서 작업자 6명이 실종됐다. 사진은 이날 오전 사고 현장의 모습. 2022.1.12 hs@yna.co.kr

(서울=연합뉴스) 신축 중인 고층 주상복합아파트의 외벽이 붕괴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일어났다. 작업자 1명이 다치고 6명의 소재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사고는 11일 오후 3시 45분쯤 광주시 화정동 아파트 신축공사장 39층 콘크리트 타설 작업 도중 발생했다. 갑자기 23~38층 외벽 등 구조물이 종이장 처럼 찢겨져 내렸다. 연락 두절된 6명은 28~31층에서 창호공사를 하던 작업자들이다. 소방당국은 건물 잔해와 함께 추락해 매몰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들의 휴대전화 위치는 모두 현장 주변에서 잡혔다. 극적으로 살아난 한 작업자는 33층에서 단열시공 작업을 하다가 무너지는 구조물에 휩쓸려 29층까지 추락했다고 증언했다. 140m 높이의 타워 크레인 지지대가 망가져 추가 붕괴할 것을 우려해 소방당국은 안전 진단 뒤에 구조대를 투입키로 했다.

CCTV 영상으로 힘없이 무너져 내리는 외벽을 바라보는 심정은 참담하다. 고층에 매달린 채 뼈대만 남은 철골 구조물에서는 섬뜩함 마저 묻어난다. 불과 7개월 전 광주시 학동 5층 건물이 재개발 철거 과정에서 무너지면서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끔찍한 영상과도 겹쳐진다. 철거할 때도 무너지고, 신축할 때도 무너진 셈이니 한숨만 나올 뿐이다. 두 곳 모두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사다. 7개월 만에 같은 지역에서 비슷한 안전사고가 반복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사고의 근본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광주시는 현대산업개발이 진행하는 모든 공사에 대해 중지 명령을 내렸다. 유병규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는 사고 현장을 찾아 책임을 통감하며 사고수습과 피해복구에 노력하겠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학동 철거건물 붕괴 참사 당시 권순호 현대산업개발 대표도 현장에서 "일어나지 않아야 할 사고가 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었다.

안전사고가 날 때마다 등장한 원인조사와 책임규명, 재발 방지 약속은 어디다 팽개쳤길래 이런 사고가 되풀이되는지 답답할 뿐이다. 당국은 우선 구조작업에 최선을 다하고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책임자를 엄벌해야 한다. 추운 겨울에 콘크리트 양생 기간을 잘 지켰는지 등 기본적인 것부터 확인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건설업계 원청의 책임을 어떻게 강화할지, 고질적인 재하청 관행에 근본적인 문제는 없는지 등을 따져야 한다. 공사 기간 단축 압박은 없었는지, 단가 후려치기는 없었는지 등 조사할 것이 많다. 하청업체에만 책임을 미뤄선 안 된다. 학동 재개발 철거건물 붕괴 참사로 인해 모두 9명이 기소됐지만 8명은 하도급ㆍ재하도급 업체 관계자들이다. 원청인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1명에 불과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성명에서 "학동 참사에서 보듯 현대산업개발은 빠져나가고 꼬리자르기식으로 하청 책임자만 구속됐다"면서 재해 발생 시 원청 경영책임자 처벌이 가능하도록 중대재해처벌법을 즉각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이은 다음 수순은 재발 방지대책이다. 호미 수준의 대책이 먹히지 않는다면 가래 수준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작년 6월 철거건물 붕괴사고 이후 해체공사 감리자의 현장 이탈을 금지하고 허가받은 대로 건축물을 해체하지 않으면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건축물관리법 개정안이 공교롭게도 11일 국회에서 처리됐다.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용자의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해 1월 제정돼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이달 말 시행된다. 아울러 관리·감독기관은 제대로 역할을 했는지 자성해야 한다. 인근 주민들은 사고가 나기 전 공사장 상층부에서 합판, 쇠막대, 콘크리트 잔해물 등이 떨어지고 도로가 함몰되거나 균열이 생겨 불안에 떨어야 했다면서 관청에 수도 없이 민원을 넣었지만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되풀이되는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건설업체 노사, 원하청 업체, 관리·감독기관 등이 원칙에 따라 제역할을 철저히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대책이라도 어딘가에서 구멍이 난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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