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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링 맞추고 환하게 웃던 아빠…그 뒤로 볼 수 없다니"(종합)

송고시간2022-01-1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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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김모(25)씨는 평소와 다름없이 일하러 나갔던 아빠를 광주 서구 주상복합아파트 붕괴 사고 6일 차인 16일까지도 만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1일 사고가 난 아파트에서 소방 설비 설치 작업을 했던 아빠(56)는 김씨에게 늘 '친구 같은' 사람이었다.

아빠는 그가 공부하고 있으면 '공부하는 척하지 말고 나랑 놀자'며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다가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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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실종자 가족 안타까운 사연들

"아파트 위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 답답…현대산업개발 적극 나서야"

위태로운 모습
위태로운 모습

(광주=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15일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아파트 붕괴사고 현장 모습. 2022.1.15 superdoo82@yna.co.kr

(광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사고 나기 하루 전날, 부모님께서 커플링을 맞췄어요. 그날 가족끼리 다 같이 저녁을 먹으면서 활짝 웃던 아빠의 모습이 눈에 선명한데…."

김모(25)씨는 평소와 다름없이 일하러 나갔던 아빠를 광주 서구 주상복합아파트 붕괴 사고 6일 차인 16일까지도 만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1일 사고가 난 아파트에서 소방 설비 설치 작업을 했던 아빠(56)는 김씨에게 늘 '친구 같은' 사람이었다.

아빠는 그가 공부하고 있으면 '공부하는 척하지 말고 나랑 놀자'며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다가오곤 했다. 게임을 하고 있으면 장난스레 훼방을 놓고 잠을 자면 '그만 자라'며 곁으로 다가와 몸을 비볐다.

엄마에겐 다정한 남편이었다. 동호회에서 산행이나 여행을 갈 때면 늘 엄마와 함께했고 점심때마다 전화해 '밥은 챙겼는지, 무슨 반찬을 먹었는지'를 묻곤 했다.

금실 좋은 부모님은 사고 전날에도 결혼 25주년을 기념하는 커플링을 맞췄다. 금은방을 다녀온 뒤 마치 신혼부부처럼 밝게 웃던 아버지의 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은 김씨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사고 뉴스를 처음 봤을 때 인명 피해에 대한 소식이 없길래 아빠가 무사할 거로 생각했다"며 "하지만 퇴근 시간이 넘도록 전화를 받지 않았다. 사고 전날 본 아빠의 모습이 마지막이었다"며 탄식했다.

곧장 택시를 타고 사고 현장으로 온 김씨와 엄마, 여동생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집이 광주지만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에서 아빠를 기다리고 싶기 때문이다.

김씨는 "엄마가 특히 힘들어한다"며 "잠깐이라도 혼자 계시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고 애써 담담하게 말했다.

엄마 곁을 씩씩하게 지키고 있는 김씨이지만 눈물을 참지 못할 때도 있다.

며칠 전 휴대전화 앨범에 가족사진이 자동으로 공유됐을 때다.

그는 "자고 일어나보니 핸드폰에 '몇 년 전 오늘'이라며 가족사진이 뜨는데 환하게 웃는 아빠 얼굴을 보고는 그 자리에서 울기만 했다"며 "아빠가 너무 보고 싶다"고 울먹였다.

김 씨가 애타게 바라는 바는 딱 하나, 아빠와 만나는 일이다.

그는 "구조에 오래 걸릴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사흘이면 끝날 줄 알았던 해체크레인 설치가 계속 미뤄지면서 며칠째 구조 준비 작업만 하고 있을지 몰랐다"며 "현대산업개발이 부디 신속하게 장비를 지원하며 구조 작업에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빠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설모 씨.
아빠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설모 씨.

[촬영 정회성]

현장 근무 마지막 날 실종된 사연도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창호 작업을 하던 설모(27)씨의 아버지는 사고 다음 날인 12일부터는 다른 현장에서 근무하기로 예정돼 있었다고 한다.

설 씨는 "사고 이후 아빠와 함께 일했던 동료분께 아빠가 11일까지만 이 아파트에서 작업하기로 했었다고 들었다"며 "다른 곳으로 출근해야 하는 아빠가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며 울먹였다.

설 씨에게 아빠는 겉으론 무뚝뚝하지만 속으로는 한없이 다정하던 분이었다.

아빠는 엄마와 설 씨, 언니 네 가족을 위해 늘 일터와 집을 오가며 묵묵히 일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가 위축되다 보니 최근에는 작업이 생기면 기쁜 마음으로 아침 일찍 일하러 나가기도 했다.

설씨는 "가족끼리 제대로 된 여행 한 번 가보지 못했다"며 "아파트 꼭대기를 바라보며 이렇게 구조를 기다리고만 있는 상황이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말끝을 흐렸다.

설씨는 아빠와 함께 여행 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그는 "아빠가 살아 돌아올 수 있다는 마지막 희망을 버리고 있지 않은데, 현대산업개발은 '무사히 시신을 수습하면 된다'는 생각만으로 작업을 하는 듯하다"며 "우리에게, 아빠에게 시간이 생명인데 마냥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이 상황이 정말 지옥 같다"며 답답해했다.

wa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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