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 사고 점검대책반장이 본 광주 아파트 붕괴 "판박이"
송고시간2022-01-19 12:18
"27년 전이나 지금이나 기본적인 사항이 안 지켜진 것"
(포천=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27년 전 그날의 데자뷔를 느꼈습니다. 불법·탈법·편법에 의해 똑같이 반복된 참사입니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현장에서 특별점검대책반장으로 활동했던 이종관(80)씨는 지난 18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에 대해 "너무 참혹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현장에서 건축가들을 이끌고 70여일간 현장 조사를 했다.
전국건축사협회 이사를 지낸 그는 아픈 역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2019년 경기 포천에 삼풍백화점 붕괴 기록전시관을 개관해 현재 운영 중이다.
그는 삼풍백화점과 광주 화정아이파크가 설계와 공법은 다르지만 외벽이 고스란히 뜯겨나간 모습부터 내부 일부가 통째로 무너진 형태, 힘없이 뽑혀버린 철근들까지 처참한 광경은 "판박이"라면서 이번 붕괴 사고에 대해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 관장은 "무엇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공정 전반에 걸친 편법과 탈법"이라면서 "27년 전이나 지금이나 현장에서 안전을 위한 기본적인 사항들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풍백화점은 하중을 분산하는 슬래브가 설계보다 얇게 시공되거나 아예 설치되지 않았었다"면서 "화정아이파크도 사정이 마찬가지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는 하중을 받쳐줘야 할 동바리(비계기둥)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던 점이 지목되고 있다. 삼풍백화점은 옥상층의 불법 설계변경으로 인한 하중 문제도 있었다.
이 관장은 이번 사고의 또 다른 문제로 꼽히는 콘크리트 양생에 대해서도 말을 덧붙였다.
그는 "콘크리트는 영상 5도 이상에서 9일 이상 버텨야 안전이 확보된다"며 "그게 추웠다 더웠다 해도 안 되고 일정해야 하는데, 최근 날씨가 그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장은 "중소기업도 아니고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에서 이런 식으로 건설 작업을 했다니 비참하다"며 "과거 중동에서 꽃피운 한국 건설의 노력과 자부심이 물거품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1995년 6월 29일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때는 사망 502명, 부상 937명, 실종 6명 등 무려 1천445명에 달하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11일 발생한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23∼38층 외벽 등 구조물 붕괴 사고에서도 1명이 사망했고 현재까지 5명이 실종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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