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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도 '엔데믹' 가능할까…"방역상황 외국과 달라 예측 안돼"

송고시간2022-01-2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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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실제 미국의 감염병 최고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23일(현지시간) 언론 인터뷰에서 "2월 중순까지 미국 대부분 주에서 오미크론 확산이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고,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사무소도 유럽에서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풍토병으로 굳어지는 '엔데믹'(endemic) 가능성이 있다고 보면서도 국내 방역 조건이 외국과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외국의 양상을 그대로 따라갈 수 없다고 내다봤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24일 브리핑에서 일부 국가에서 제기된 '엔데믹' 전망과 관련해 "현재로서는 국내 상황을 단언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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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보다 감염자 훨씬 적어…"역설적으로 상황 더 악화할수도"

정점 도달하기까지 외국은 평균 27일…우리는 그보다는 '서서히'

"엔데믹 가능성 있지만 큰 희생 우려"…정부도 "단언 이르다"

코로나19 신규 확진, 사흘째 7천 명대
코로나19 신규 확진, 사흘째 7천 명대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24일 서울 송파구 보건소 코로나19 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2.1.24 hkmpooh@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박규리 기자 = 국내에서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본격화한 가운데 이미 오미크론이 휩쓸고 지나간 해외에서는 확진자 증가세가 꺾이면서 코로나19 종식론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미국, 유럽 등에서 하루 신규 확진자수가 수만, 많게는 수십만명씩 쏟아져 나오다가 최근 들어 일제히 정점을 찍고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데 따른 것이다.

실제 미국의 감염병 최고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23일(현지시간) 언론 인터뷰에서 "2월 중순까지 미국 대부분 주에서 오미크론 확산이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고,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사무소도 유럽에서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주 오미크론 변이 검출률이 50.3%로 우세종화가 시작된 국내에서도 비슷한 전망을 할 수 있을까.

국내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풍토병으로 굳어지는 '엔데믹'(endemic) 가능성이 있다고 보면서도 국내 방역 조건이 외국과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외국의 양상을 그대로 따라갈 수 없다고 내다봤다.

특히 오미크론 이후 출현할 또 다른 변이가 향후 흐름을 좌우하는 변수가 될 것이라면서 국내에선 이제 막 오미크론 확산이 본격화한 만큼, 일단은 눈앞의 유행을 잘 넘기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마스크 쓴 출근길
마스크 쓴 출근길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20일 오전 서울 신도림역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2.1.20 pdj6635@yna.co.kr

◇ 정부 "치명률 낮아져야 엔데믹"…전문가 "대규모 유행경험 없어 국내선 엔데믹 기대 어려워"

정부 역시 현재로선 엔데믹을 예측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24일 브리핑에서 일부 국가에서 제기된 '엔데믹' 전망과 관련해 "현재로서는 국내 상황을 단언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손 반장은 "(엔데믹 가능성 판단에는) 치명률이 상당히 낮아지면서 계절독감과 같이 일상적 대응으로 감내할 수준이 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해외에서 오미크론 환자의 위중증률과 치명률이 떨어진다는 자료가 나오고 있고 국내에서도 평가가 진행 중인데, 이를 바탕으로 (가능성을) 평가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국내 방역 조건 하에서는 해외와 같은 방식의 엔데믹 도달이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엄 교수는 "단적으로 유행 규모만 봐도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가 경험한 것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며 "영국 등 하루에 몇십만명씩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을 몇 번의 유행에 걸쳐 경험한 나라와는 완전히 조건이 다르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전히 코로나19에 감염(노출)되지 않은 사람이 많다는 의미"라며 "국내 미접종자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유행을 잘 넘긴다면 (역설적으로) 면역을 얻지 못한 이들이 많이 남아 다음 유행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영국처럼 여러 차례의 유행 동안 광범위하게 환자가 발생한 지역에서는 백신 미접종자라도 감염을 통해 면역을 획득한 이들이 많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유행의 진폭이 줄어들 수 있지만, 유행을 억제해온 국내에선 방역 상황이 오히려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엄 교수는 또 오미크론 변이가 마지막 변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델타 변이가 순서상으로는 알파, 베타 등에 이어 나왔지만 전파력·치명률이 모두 올라간 걸 보면 다음 변이가 오미크론보다 가볍다는 보장은 없다"며 "또 해외에서 새 변이를 '통제'할 수 있다고 전망한 것은 기존에 워낙 많은 사람들이 감염돼 면역을 얻었기 때문에 유행 규모나 중증 환자가 줄어든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주차별 변이 분석율
주차별 변이 분석율

[중앙방역대책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엔데믹 가능성 있지만, 피해 클 듯"…주요 유행국선 정점 지나 '감소세'

장기적으로 오미크론 우점화를 기점으로 엔데믹 가능성이 있다고 보면서도 정점에 도달하기 전까지 감내해야 할 피해가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재욱 고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학계에서도) 오미크론의 사망률·위중증화율이 낮다 보니 이번 고비만 잘 넘기면 엔데믹화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 교수는 "이건 이미 정점을 지나고 있거나 지난 외국에서 나오는 얘기"라면서 "우리 입장에선 이제 닥친 오미크론 유행을 겪고 난 다음에 고민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장기적으로는 국내에서도 엔데믹이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라며 "하지만 그 수준까지 가려면 엄청난 피해와 희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4주간 주별 일평균 확진자 추이를 보면 4천644명→3천506명→3천529명→5천160명으로 오미크론의 점유율이 50%를 넘어선 지난주에 환자가 급격히 뛰었다.

다만 빠른 시간에 우세종으로 자리 잡아 정점까지 도달한 해외 사례와 달리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서서히 확진자가 정점을 향하는 상황이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국 뉴욕·영국 런던·프랑스 파리·남아프리카공화국 하우텡주에서는 본격적으로 오미크론이 확산하기 시작한 후 평균 27일 후 확진자 수가 정점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해 12월 1일 이후 이날까지 우세종으로 자리 잡는 데만 8주가 걸렸으며, 주간 단위 확진자 급증세가 나타난 것도 전주부터다.

오미크론 확산 속 자가진단 키트 받는 미 메릴랜드 주민들
오미크론 확산 속 자가진단 키트 받는 미 메릴랜드 주민들

(게이더스버그 EPA=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급속히 번지고 있는 미국의 메릴랜드주 게이더스버그에서 12일(현지시간) 주민들이 공공도서관에 비치된 코로나19 자가 진단 키트를 받아 가고 있다. 미 정부는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대응 전략의 하나로 자국민에게 자가 진단 키트 5억 개를 무상으로 공급 중이다. 2022.1.13 sungok@yna.co.kr

오미크론 변이가 일찍이 우세종으로 자리를 잡은 세계 곳곳에서는 확산세가 일제히 정점을 지나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하자 엔데믹에 대한 희망이 커진 상태다.

파우치 소장은 다음달 오미크론이 미국에서 다시 유행한다고 해도 일반적인 독감처럼 통제할 수 있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파우치 소장은 "지나치게 자신만만해선 안 되지만 지금 당장은 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으로 보인다"며 "재확산시 감염 수위도 '통제 영역' 아래, 즉 바이러스를 아예 없앨 수는 없지만 공존하는 법을 아는 일반적 호흡기 감염병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스 클루주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사무소장도 "팬데믹의 끝을 향해 가고 있다고 볼만 하다"고 진단했다.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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