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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위기 고조 속 가스 공급줄 쥐고 서방 분열 노려"

송고시간2022-01-26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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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노드스트림2 로고가 적힌 가스관
독일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노드스트림2 로고가 적힌 가스관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무기로 서방국 내 분열을 노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26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유럽의 주요 에너지 공급국인 러시아로서는 천연가스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을 분열시킬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WP에 따르면 러시아는 최근 대유럽 천연가스 수출량을 줄였다. 당장 유럽의 가정 난방이 안 되거나 공장·발전소 가동이 멈출 정도는 아니지만, 천연가스 가격은 평소의 6∼7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러시아는 이에 더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경제 제재에 직면할 경우 가스 공급을 끊을 수 있다고까지 위협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가 천연가스 시장을 더 교란하면 러시아에도 타격이 갈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대체 공급원 확보에 부심하고 있다.

익명의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리는 미국이 북아프리카·중동·아시아의 주요 천연가스 생산국들과 단기적인 증산 능력과 의지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관리는 "러시아가 천연가스나 원유 공급을 무기화하기로 한다면, 러시아 경제에도 타격이 없지 않을 것"이라면서 "유럽에 천연가스가 필요한 만큼이나 러시아도 원유·가스 판매 수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러시아의 비대칭적 우위가 아니며 상호의존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관리들은 "러시아가 금융결제망인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에서 차단되면 우리는 돈을 받지 못하겠지만 유럽 등은 석유·가스 등 우리 제품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유럽은 구소련 시기인 1970년대부터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수입했고, 최근에는 천연가스 수요의 약 4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WP는 이번 긴장은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유럽의 의존, 미국과 카타르산 액화천연가스 대체 시도의 한계, 기후변화 대응 목표 달성 문제의 난관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유럽 각국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얼마나 희생할 수 있는지를 두고 이미 분열됐고, 러시아가 이용하기 충분하다고 봤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 당국자들은 러시아의 이런 움직임 및 EU 중심국인 독일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적극적이지 않은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

탈원전을 추진한 독일은 자국 공급분의 절반 이상을 러시아산 가스가 차지할 정도로 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게다가 독일은 지난해 연말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가 들어선 뒤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상태고, 독일 사민당은 역사적으로 러시아에 우호적인 입장이라고 WP는 설명했다.

다른 유럽 국가들이 독일의 러시아 의존 심화를 이유로 독·러간 직통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2를 반대하지만, 숄츠 총리는 혼재된 메시지만 내놓고 있다.

WP는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막는다면 이는 단순히 경제적 이익 때문이 아니며, 유럽의 동맹 구도를 재편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진을 막는 등 러시아의 근본적 이익 때문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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