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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법 10년] ④ "문턱 낮춰 더 받자" vs "지금도 많아"

송고시간2022-02-1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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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2012년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한 후 우리 사회에 정착하는 난민이 꾸준히 늘고 있다.

난민 인정률은 지난 10년간 급격한 하향곡선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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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중 난민 인정률 최하위권…국제사회서 책임 다해야"

난민심사 절차 강화 추진에 "선의 피해자 생길 것" 우려

전반적 여론은 아직 '반대'…"제도 악용하는 사례 많아" 지적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한국에서 난민 인정을 받아 모국인 이집트의 소식을 전하고 양국 우애를 다지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런 날이 쉽게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집트의 진보 성향 온라인 매체인 '라스드 뉴스 네트워크'에서 기자로 일했던 샤이마 사이드 씨는 2018년 남편, 딸과 함께 한국에 왔다.

당시 그가 일하던 매체를 비롯해 이집트에서 활동 중인 기자들 수십 명은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 정권으로부터 신체적인 위협을 받거나 공격을 당했다. 이중 상당수는 잡혀갔다.

딸과 함께 한국 음식을 만들고 있는 이집트 출신 난민 신청자 샤이마 사이드 씨(오른쪽). [본인 제공]

딸과 함께 한국 음식을 만들고 있는 이집트 출신 난민 신청자 샤이마 사이드 씨(오른쪽). [본인 제공]

사이드 씨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입국 직후 난민 신청을 했지만 3년 넘게 심사를 받지 못했다"며 "지난해 11월에서야 첫 면접을 봤다"고 했다.

하지만 "해가 바뀌기 전에 통보해 줄 것"이라던 심사 관계자의 말과는 달리, 아직도 사이드 씨는 결과를 받지 못했다.

그는 "기약 없는 기다림보다, '1% 수준'이라는 낮은 난민 인정률이 더 걱정스럽다"며 "불안정한 체류 신분을 언제까지 이어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국어는 물론 체류자격 심사 때 가점이 부여되는 사회통합프로그램(KIIP)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밝힌 그는 "얼른 난민 인정을 받아 고국에 남겨둔 아들을 데리고 오고 싶다"며 "한국에서 다시 기자로 일하면서 가족이 모여 사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2012년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한 후 우리 사회에 정착하는 난민이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난민 인정률은 지난 10년간 급격한 하향곡선을 그렸다.

2014년 6.0%에서 2015년 3.8%, 2016년 1.7%로 줄곧 떨어지다가 제주에 예멘 난민이 몰려온 2018년 3.6%로 잠시 반등했다.

하지만 2019년 1.6%, 2020년 1.1%로 다시 떨어지더니 지난해에는 역대 최저인 1.0%를 기록했다.

인권 단체나 학계 일부에서는 국제 수준보다 현저하게 낮은 난민 인정률을 비판하면서 난민 수용에 대한 우리 사회의 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난민 반대 단체 등은 사회복지 비용과 난민 수용에 대한 부정적 여론 등을 이유로 난민 인정을 더 엄격히 해야 한다고 맞선다.

◇ "국제 수준보다 난민 인정률 현저히 낮아…인권 측면에서 접근해야"

'난민 반대에 반대'
'난민 반대에 반대'

2018년 6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파출소 앞에서 열린 난민 반대에 반대하는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제주도의 예멘 난민을 수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난민에 대한 장벽을 낮추자는 진영에서는 국제 수준보다 현저히 낮은 난민 인정률을 비판하면서 인권 측면의 접근을 강조한다.

김태환 한국이민정책학회 명예회장은 "어떠한 이유를 막론하고 100명 중 1명도 통과 못 하는 국적 심사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난민을 받아들이는 국가 가운데 우리만큼 장벽이 높은 곳은 없다"고 비판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2010∼2020년 한국의 평균 난민 인정률은 1.3%로, 주요 20개국(G20) 중 꼴찌 수준이다. 우리보다 낮은 나라는 일본(0.3%)뿐이다.

미국(25.4%)이나 영국(28.7%), 프랑스(15.7%)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그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주변국인 중국(15.5%)이나 러시아(2.7%)보다도 낮다.

김 회장은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했다는 것은 난민을 수용하고 보호하자는 뜻"이라며 "매년 수천 명의 난민 신청자가 몰려오는 상황에서 과연 정부는 난민법을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고 일갈했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난민의 지위 협약'(난민협약)에 가입한 국가에 걸맞은 국제적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1992년 가입한 '난민협약'은 모든 난민은 차별 없이 보호받고, 생명이나 자유가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국가에 송환이 금지되고, 최소한의 처우가 보장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난민에 대한 전향적 정책을 주장하는 이들의 시선은 개정을 앞둔 난민법에 쏠려있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난민 '불인정' 판정을 받은 뒤 재심사를 신청하는 이에게 적격심사를 거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난민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중대한 사정 변경 없이 재신청할 경우 21일 내 '난민인정 심사 부적격 결정'을 내려 난민 신청자의 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 이의신청과 행정심판도 제한된다.

현행법상 난민 재신청 횟수에 제한이 없어 '불인정' 결정 후에도 계속 신청하는 것을 막기 어려워, 정작 보호가 필요한 이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떡국 맛보는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
떡국 맛보는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인천에 정착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A(29·여·왼쪽 두 번째)씨와 B(23·여·왼쪽 세 번째)씨가 26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열린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시지사 설맞이 떡국만들기' 행사에서 떡국을 맛보고 있다. 2022.1.26 tomatoyoon@yna.co.kr

공익법센터 '어필' 김세진 변호사는 "개정안대로라면 1차 심사에서 통역이나 변호인의 도움을 받지 못했거나, 증거 제출을 제대로 못 해 탈락한 신청자는 구제받을 길이 아예 사라지는 것"이라며 "재신청 자체를 아예 인정하지 않으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그는 "21일 안에 부적격 심사를 내린다고 하지만, 담당 조사관이 이 기간 내에 국가 정황이나 신청자의 현실 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현재 난민 심사 담당자들이 감당해야 할 업무량도 상당히 많은데, 과연 이것이 가능한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난민 인정률이 낮은 이유는 난민 이슈를 인권 문제가 아닌 출입국 업무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 탓"이라며 "난민 심사에 대한 가치관을 바꾸는 게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 "난민 제도 악용하는 외국인 많아"…"관련 인프라부터 갖춰야" 지적도

"가짜 난민 반대"
"가짜 난민 반대"

2018년 9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타워 앞에서 열린 '난민 반대'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난민 유입을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2019년 이후 난민 인정률이 급감한 것은 심사 기준이 강화된 게 아니라, 난민에 부합되지 않은 신청자가 몰린 탓이라고 주장한다.

'난민대책 국민행동' 이형오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하늘길이 끊기고 귀향해서도 일자리를 찾기 힘든 이주노동자들이 체류 연장의 방편으로 난민 심사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비판했다.

난민법에 따르면 난민 신청자는 6개월간 한국에 체류할 수 있고, 이 기간에 심사를 못 받았다면 체류를 연장할 수 있다. 일정 분야에서 근로도 가능하다.

이 대표는 "이들은 난민 심사를 신청할 수 있는 횟수가 사실상 무제한이라는 사실을 악용하고 있다"며 "난민 신청 횟수를 제한하고, 본국 송환이 힘들다면 제3국으로 갈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난민에 대해 부정적인 사회 분위기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이민정책 전문가는 "여전히 난민에 부정적인 사회 인식도 장벽을 낮추지 못하는 이유"라며 "지난해 8월 입국한 아프가니스탄인은 난민이나 다름없는데, 정부가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이전에 없던 체류 자격인 '특별기여자'로 명명한 것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 예멘 난민 사태가 발생한 2018년에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들의 수용을 반대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에 70만 명 넘게 동의해 역대 최다 동의를 기록했다.

당시 난민법 폐지와 제주 예멘인 송환, 제주 무사증 제도 폐지 등을 촉구하는 집회가 전국 곳곳에서 열리기도 했다.

'다카' 폐지 제동에 기뻐하는 이민자 권리 옹호 활동가
'다카' 폐지 제동에 기뻐하는 이민자 권리 옹호 활동가

2020년 6월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이민자 권리 옹호 활동가들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유예 제도'(DACA·다카) 폐지가 불법적이라는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학계 일부에서는 난민 인정률을 높이기에 앞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먼저라는 지적도 나온다.

백승훈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원은 "난민법에 따라 난민 인정자는 신청자나 인도적 체류자보다 더 많은 사회복지가 보장된다"며 "난민을 더 받게 된다면 그 관리 인원과 지원기관 등도 늘려야 할 텐데, 이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난민 인정자에게는 가족 결합권도 보장해줘야 한다"며 "이는 우리도 미국처럼 '앵커 베이비' 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앵커 베이비'(anchor baby)는 불법체류자가 미국 내에서 낳은 아기가 시민권을 얻는 것을 뜻한다. 배가 정박하려고 닻(anchor)을 바다에 내리듯 부모가 아이를 이용해 자신들의 정착을 꾀한다는 뜻이다.

백 연구원은 "가령 난민 아동 1명을 인정한다면 그의 가족까지 한국에서 체류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줘야 한다"며 "난민 인정률을 높이자고 주장할 때 과연 이런 부분까지 고려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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