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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극우 망언 제조기' 이시하라 전 도쿄지사 암으로 사망(종합)

송고시간2022-02-01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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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소설가이자 일본 극우 보수정치인의 대명사로 불리던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89) 전 도쿄도(都) 지사가 1일 오전 도쿄 자택에서 췌장암으로 사망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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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는 국가가 아닌 상인이 알선" 망언 쏟아내

숱한 인종·성차별 발언으로 일본 극우화에 일조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소설가이자 일본 극우 보수정치인의 대명사로 불리던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89) 전 도쿄도(都) 지사가 1일 오전 도쿄 자택에서 췌장암으로 사망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도 지사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도 지사

[교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고베(神戶)태생인 고인은 1956년 히토쓰바시(一橋)대학 재학 중에 소설 '태양의 계절'로 일본에서 권위가 높은 아쿠타가와(芥川)상을 받은 소설가였다.

영화로도 제작된 이 소설로 '태양족'이라는 유행어를 낳으며 일약 일본 문단의 총아로 주목받은 그는 집필 활동을 하면서 1968년 참의원(국회 상원) 선거에서 자민당 의원으로 당선해 정계에 진출했다.

이후 4년 만에 중의원(하원) 의원으로 변신해 통산 9선 관록을 쌓았다.

일본 극우 세력을 대변하는 정치인으로 이름을 날린 그는 환경청 장관과 운수대신(교통부 장관 격) 등을 거쳐 자민당의 범파벌 정책집단인 '세이란카이'(青嵐会)의 핵심 멤버로 활약했다.

1989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섰다가 패한 그는 1995년 중의원 의원을 사직하고 미일 관계 등을 다룬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을 공동 집필해 화제를 모았다.

1999년 66세의 나이에 도쿄도(都) 지사 선거에 도전, 일본 수도 행정을 맡은 그는 '도쿄에서 일본을 바꾼다'는 구호를 앞세워 디젤차 배기가스 규제 정책을 펴고 올림픽 유치 활동도 시작했다.

도쿄지사 4선 재임 때인 2012년 4월 방미 중에 도쿄도 차원의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구입 의향을 밝혀 중일 간 갈등이 격화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도 지사.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도 지사.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13년여 동안의 도쿄도 지사 재임 중에는 인종·성 차별적 발언을 계속하고 일본의 재무장 등 보수층을 자극하는 논리를 펼치는 수법으로 일본의 보수 우경화를 주도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북한 미사일 발사 등으로 대북 강경론이 한창 대두할 때는 일본 핵무장을 촉구하는 극단적인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2004년 4월에는 "재일 외국인의 흉악범죄가 계속돼 지진 발생시 소요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며 자위대 출동 필요성을 강조하고 불법 입국 외국인 등을 '제3국인'으로 지칭해 국제적인 논란을 일으켰다.

우익단체인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을 지원해 일본의 보수우경화를 우려하는 측으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2012년 10월 4선 임기 중 갑자기 지사직을 내놓고 그해 11월 신당인 '태양의 당'을 만들어 당시 오사카 시장이던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일본유신회 대표와 손잡고 중의원 선거를 통해 국정에 복귀했다.

그러나 2년 후인 2014년 12월 중의원 선거 비례대표로 낙선하며 정계에서 물러났다.

그는 2013년 6월 도쿄에서 한 거리 연설에서 "위안부를 알선한 것은 상인들인데 국가가 했다고 한 것이 고노(河野)담화"라고 주장했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수시로 참배했던 그는 2014년 3월 기자회견 때는 일본의 조선 식민지화가 자위(자국 방어)를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하는 등 한국과 관련해서도 수많은 망언을 쏟아냈다.

2020년 8월 참배를 위해 야스쿠니신사를 방문한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지사.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2020년 8월 참배를 위해 야스쿠니신사를 방문한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지사.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는 정계 은퇴 선언 기자회견에선 "죽을 때까지 말하고 싶은 말과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미움을 받으며 죽고 싶다"면서 정치를 하는 동안 "헌법이 한 글자도 바뀌지 않은 것이 마음에 걸린다"는 말을 남겼다.

은퇴 후에는 왕성하게 집필과 강연 활동을 이어갔다.

자신이 통렬하게 비판하던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1918∼1993) 전 총리 생애를 일인칭으로 기술한 작품인 '천재'를 출간해 2016년 베스트셀러에 올려놓기도 했다.

2016년 7월 도쿄도 지사 선거 때는 자민당이 추천한 마스다 히로야(增田寬也) 후보의 찬조 연사로 나서 자민당을 이탈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후보(현 지사)를 향해 "화장 떡 중년 여자에게는 도정(都政)을 맡길 수 없다"고 독설을 퍼부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고이케는 그다음 날 "오늘은 화장을 엷게 하고 나왔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일본 여자가 힘들다"는 반격의 말로 여성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아이로니컬하게도 고이케와 사이가 좋지 않던 그가 당선을 도왔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장남 이시하라 노부테루(64) 전 자민당 간사장, 배우 겸 탤런트인 차남 요시즈미(60), 중의원 의원인 3남 히로타카(57) 전 환경상, 화가인 4남 노부히로(55)가 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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