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직장내 괴롭힘에…피해자 10명중 1명 극단 선택 고민
송고시간2022-02-02 12:00
'직장갑질119' 1월에만 88건 제보받아…"신고해도 바뀌지 않아 절망"
(서울=연합뉴스) 조다운 기자 = "산재를 당했는데 회사에서 원래 병이 있었던 것처럼 말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거절했더니 저를 따돌리고 쫓아와서 폭언을 퍼부었습니다. 공황장애가 와서 병원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상사의 퇴사 요구를 거부하니까 원치 않은 부서에 발령을 내고, 화장실 전등 교체·우편물 관리·커피 심부름 같은 잡무만 시킵니다. 정말 죽고 싶습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2일 직장 내 괴롭힘 제보 사례를 공개하고 조직문화 개선 등 갑질 예방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 단체가 지난달 이메일로 받은 제보는 총 184건으로, 이 중 절반에 가까운 88건(47.8%)이 직장 내 괴롭힘 문제였다.
유형별(중복답변 가능)로는 부당지시(50건·56.8%)가 가장 많았고, 따돌림·차별(44건·50.0%), 폭행·폭언(40건·45.5%), 모욕·명예훼손(29건·33.0%) 등이 뒤를 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 제보자 중 27명(30.7%)이 회사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지만, 이 중 24명(27.3%)은 ▲ 근무 장소 변경 등 피해자 보호 ▲ 객관적 조사 ▲ 비밀 유지 ▲ 가해자 징계 등 근로기준법상 신고자 보호 조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신고를 이유로 불합리한 처우를 경험했다는 사람도 13명(14.8%)이었다.
제보자 중 10명(11.3%)은 괴롭힘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거나 생각한 적이 있다고 했다.
단체는 "2019년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2년 7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직장인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유경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제보자들은 괴롭힘 행위 자체의 고통보다 2차 가해와 신고해도 길이 보이지 않는 절망감 탓에 더 큰 고통을 호소한다"며 "조직이 현행법에 명시된 기본 의무만이라도 이행한다면 비극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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