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마음·위스퍼맨

송고시간2022-02-16 18:01

내 마음을 훔친 명작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 마음 = 나쓰메 소세키 지음. 양윤옥 옮김.

일본 근대 문학의 기틀을 세운 국민 작가의 1914년 대표작으로 일본에서 가장 많이 읽히며 연구되어 온 작품이다.

3부로 구성된 소설은 메이지 말기 사회를 배경으로 구세대 인물이 신세대를 향해 자신의 내면 갈등을 드러내 보여주는 구조다. 작가는 봉건 질서가 무너진 격변기, 고독과 불안을 감당해야 했던 지식인의 고뇌를 섬세한 필치로 그린다.

갓 스무 살인 대학생 화자는 우연히 만난, 서른 무렵의 지식인인 '선생님'에게 이끌린다. 가까워지려는 나의 노력과 달리 선생은 거리를 둔 채 자신의 이야기를 입에 담지 않는다. 고독 속에 살아가던 선생은 스스로 세상을 떠나고 나에게 남긴 유서를 통해 그의 마음의 비밀이 밝혀진다.

일본의 셰익스피어로도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는 세련된 문체로 현대 일본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그를 꼽았다. 1984∼2004년 일본의 1천 엔권 지폐에 그의 초상이 사용되기도 했다.

열린책들. 344쪽. 1만2천800원.

▲ 위스퍼맨 = 알렉스 노스 지음. 김지선 옮김.

세계 23개국에 번역 출간된 영국 작가의 데뷔작. '어벤져스' 시리즈로 유명한 영화감독 루소 형제가 영화로 제작 중인 스릴러물이다.

소설가 톰 케네디는 부인의 죽음으로 아들 제이크와 작은 마을로 이사한다. 그런데 이 마을에서 어린아이가 납치된 후 살해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이 사건은 한 베테랑 형사의 호기심과 두려움을 불러온다. 25년 전 그가 잡아넣은 연쇄살인범, 일명 위스퍼맨의 범죄 수법과 동일했기 때문이다.

제이크가 두 번째 납치 사건의 표적이 되면서 아이를 지키고자 고군분투하는 아버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주변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인연의 비밀이 밝혀지고 사건은 놀라운 결말로 치닫는다.

심플한 서사 구조, 놀라운 반전으로 쉽게 읽히는 흡입력이 있다.

흐름출판. 516쪽. 1만5천800원.

▲ 내 마음을 훔친 명작 = 이재은 지음.

국내 대표 소설가 19인을 인터뷰한 책이다.

저자는 이문열, 김원일, 이승우, 박범신, 성석제, 정이현, 하성란, 편혜영 등 19명의 소설가를 만나 자신의 마음을 훔친 작품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소설가들은 작품에 투영한 감정부터 문학적 사유, 독자들이 궁금해할 사적인 이야기도 들려준다.

'고산자'와 '은교'의 작가 박범신은 "관습으로서의 안락에만 기대 살고자 한다면 그는 젊었어도 이미 늙은 것이고, 안락함의 일부를 희생해서라도 여전히 자기 변혁, 자기 혁명에의 욕망을 갖고 있다면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그는 청년"이라며 그런 마음으로 살고 싶다고 강조한다.

'칼'의 작가 이승우는 "독서는 소극적인 행위가 아니다"라며 "책을 읽을 때 작가가 쓴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사람은 없다. 책을 읽는 도중에 자기 삶이 끼어든다. (중략) 그래서 책을 읽는 것은 일종의 쓰는 행위, 유사 창작행위라고도 한다"고 말한다.

글통. 364쪽. 1만5천원.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