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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디트 스위스 비밀고객 3만여명 드러나…독재자·전범 포함(종합)

송고시간2022-02-2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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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대형은행 크레디트 스위스에 비밀계좌가 있는 '비밀고객'의 명단이 대거 드러났다고 영국 가디언과 뉴욕타임스(NYT), AFP·dpa 통신 등 해외언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수십 년간 3만여 명이 크레디트 스위스 비밀계좌로 운용한 금액이 1천억 달러(현재환율 기준 약 120조원)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과거와 현재의 비밀고객 중에는 인신매매범, 전범 등 범죄자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국가수반과 장관, 정보기관장, 유력 정치인, 주교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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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46개 언론 공동탐사보도…비밀계좌 운용자금 120조원 넘어

"수십년간 독재자·살인자 등 자금출처 가리지 않고 받아"

내부고발자 "스위스 은행 비밀보호법은 치부 은폐 수단일 뿐"

필리핀 전 독재자 마르코스의 부인이자 현 하원의원 이멜다 마르코스
필리핀 전 독재자 마르코스의 부인이자 현 하원의원 이멜다 마르코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스위스 대형은행 크레디트 스위스에 비밀계좌가 있는 '비밀고객'의 명단이 대거 드러났다고 영국 가디언과 뉴욕타임스(NYT), AFP·dpa 통신 등 해외언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명단은 NYT와 가디언, 프랑스 르 몽드,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SZ) 등 세계 46개 매체가 참여한 '조직범죄·부패 보도 프로젝트'(OCCRP)가 익명의 크레디트 스위스 내부 고발자가 제공한 자료를 분석하면서 드러났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수십 년간 3만여 명이 크레디트 스위스 비밀계좌로 운용한 금액이 1천억 달러(현재환율 기준 약 120조원)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과거와 현재의 비밀고객 중에는 인신매매범, 전범 등 범죄자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국가수반과 장관, 정보기관장, 유력 정치인, 주교 등이 포함됐다.

이들의 국적은 주로 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 남아메리카였고 관련 계좌의 1% 정도만 서유럽 고객으로 나타났다.

1년 전 자료를 처음 입수해 공동 취재한 쥐트도이체차이퉁은 크레디트 스위스가 오래전 자사 이용자 중 범죄자가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범죄자들이 계좌를 개설하고 유지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이번 자료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자료를 제공한 크레디트 스위스 내부 고발자는 "스위스의 은행 비밀보호법은 부도덕하다"며 "금융 프라이버시를 보호한다는 구실은 스위스 은행들이 탈세자와 협력하는 부끄러운 일을 은폐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 자료에는 1940년대부터 2020년 말까지 크레디트 스위스 은행에 개설된 계좌 1만8천여 개의 소유자인 3만7천여 명의 개인과 기업 정보가 포함됐고, 스위스 주요 은행에서 유출된 자료로는 역대 최대규모라고 OCCRP는 전했다.

르 몽드는 이번 탐사보도는 크레디트 스위스가 수십 년 동안 범죄·부패와 관련된 자금을 보유함으로써 국제 은행 규정을 무시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크레디트 스위스 비밀계좌 소유자에는 필리핀의 독재자와 인신매매범, 여자친구 살해를 교사한 억만장자, 이집트에서 우크라이나에 이르는 세계 각국의 부패한 정치인 등이 포함됐다.

크레디트 스위스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비밀계좌 소유자 중 하나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과 부인 이멜다 여사가 꼽힌다. 이들 부부는 1986년까지 3차례 대통령을 역임하면서 국고에서 100억 달러(12조원)를 횡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크레디트 스위스에 '윌리엄 손더스'와 '제인 라이언'이라는 가명으로 비밀 계좌를 개설하기도 했으며 취리히 법원은 이들의 계좌와 관련해 크레디트 스위스와 다른 한 은행에 5억 달러를 필리핀 정부에 반환하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이 자료에 드러난 사람 중 현재 권좌에 있는 사람으로는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이 크레디트 스위스 계좌 6개에 2억2천400만 달러(2천681억원)를 보유한 것으로 밝혀졌다.

스위스 은행 크레디트 스위스 본사 건물 로고
스위스 은행 크레디트 스위스 본사 건물 로고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 아들인 알라와 가말 무바라크 형제도 2003년에 1억9천600만 달러(약 2천346억원)를 예치한 계좌를 개설하는 등 모두 6개의 계좌를 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변호인은 특정 계좌에 대한 논평은 거부하면서도 NYT에 무바라크 형제의 재산이 불법 행위나 권력 남용 등으로 조성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근거가 없으며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무바라크 전 대통령 당시 고문과 인권유린 행위로 악명이 높았던 정보기관장 오마르 술레이만(2012년 사망)도 2007년에 자신의 부하들 이름으로 2천600만 파운드(423억원)를 예치한 계좌를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보도가 나온 뒤 크레디트 스위스는 즉각 성명을 내고 "이 보도는 맥락에서 벗어나게 발췌된 불완전하고 부정확한 정보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서 보도 내용을 강력히 부인했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우리 은행의) 영업 관행에 관한 의혹과 추측을 강력히 거부한다"며 "제기된 주장들은 금융기관 관련 법과 관행 등이 현재와는 매우 달랐던 시대에 발생한 것으로 대부분 역사 속의 일들"이라고 밝혔다.

이어 "보도에 인용된 계좌 중 일부는 19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도 있고, 전체의 60%가 2015년 이전에 폐쇄되는 등 전체의 90%가 이미 폐쇄됐다"며 "이 문제를 계속 분석해서 필요할 경우 추가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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