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년 전 나전함 2점, 호주 미술관으로 영구 반출된다
송고시간2022-03-02 07:30
회화 병풍 2점·달항아리 이어 문화재 반출 4∼5번째 사례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19세기 후반 혹은 20세기 초반에 국내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나전함 2점이 호주 빅토리아국립미술관으로 영구 반출된다.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회가 최근 '나전함'과 '백나전함' 국외 영구 반출 허가 안건을 심의해 가결했다고 2일 밝혔다.
'나전함'은 길이 68.8㎝, 폭 37.5㎝, 높이 20.7㎝이다. '나전함'보다 작고 표면이 흰색에 가까운 '백나전함'은 길이 28.3㎝, 폭 17.5㎝, 높이 18.3㎝이다.
전문가들은 두 유물이 아름답고 상태가 비교적 양호하지만, 희소성과 조형성 측면에서 국가민속문화재나 시도유형문화재 등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했다.
현재 문화재로 지정되거나 등록된 나전칠기는 제작한 사람과 시기 등을 알 수 있고, 조선 후기와 근대의 전형적 양식을 확인할 수 있는 유물로 국한돼 있다고 알려졌다.
'나전함'이 반출 가능하다는 의견을 낸 조사자는 "전통 나전칠기에 새로운 조형성과 기법이 가미된 작품"이라며 "우리 공예가 지닌 미감이 호주에서 퍼져나가길 기대한다"고 했다.
'백나전함'에 대해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유물에 견줘보면 정교하지 않고, 나전이 떨어진 부분이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문화재보호법은 일반 동산문화재를 외국에 수출하거나 반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나, 외국 정부가 인증하는 박물관이나 문화재 관련 단체가 전시를 위해 동산문화재를 구매하거나 기증받는 경우에 한해 문화재청이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반출을 허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문화재가 외국에 영구 반출되는 것은 4∼5번째다. 앞서 문화재청은 2019년 전통 회화 병풍 '책가도'(冊架圖)와 '연화도'(蓮花圖) 반출을 허락했고, 이듬해 달항아리 한 점을 외국으로 보냈다.
공교롭게도 문화재 5점은 모두 호주 빅토리아국립미술관 품에 안겼다. 1861년 설립된 빅토리아국립미술관은 호주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미술관으로, 한국관 전시품을 확충하기 위해 반출을 요청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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