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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러시아 때리기 선두에 선 영국…잊힌 '파티게이트'

송고시간2022-03-0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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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영국 정치권 분위기는 급변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가 '파티게이트' 위기를 벗어나려고 갖은 애를 쓰고 하원 총리 발언 때 야유가 이어지던 모습은 사라졌다.

영국은 러시아가 행동에 나서기 전부터 가장 동작과 목소리가 컸으며 사태 발발 이후에는 서방 국가들 선두에 서서 러시아를 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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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IFT 등 대러 제재 촉구…브렉시트 이후 국제사회 존재감 발휘 기회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탈린[에스토니아] AFP=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일(현지시간) 에스토니아를 방문해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서 논의했다. 2022.3.2 photo@yna.co.kr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영국 정치권 분위기는 급변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가 '파티게이트' 위기를 벗어나려고 갖은 애를 쓰고 하원 총리 발언 때 야유가 이어지던 모습은 사라졌다. 장관들은 연일 러시아 제재안을 발표하고 여야는 함께 러시아를 규탄하고 있다.

영국은 러시아가 행동에 나서기 전부터 가장 동작과 목소리가 컸으며 사태 발발 이후에는 서방 국가들 선두에 서서 러시아를 때리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서방 진영의 '맏형' 격인 미국보다 더 강경해 보일 정도다.

존슨 총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하자 바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해서 지원을 약속하고 낮에는 제재안을 발표했다.

이후 회원국 이견을 조율하느라 속도가 느린 유럽연합(EU)을 향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퇴출 결정과 러시아 가스 의존도 하향을 독려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러시아 재벌들의 화려한 런던 생활을 끝내겠다고 위협했고 영국 기업들에 러시아와 관계를 끊도록 압박했다.

이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제재를 피하기 위해 황급히 구단 관리를 구단의 재단으로 넘긴다는 궁여지책을 내놓고 러시아와의 협상을 지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BP는 러시아 국영석유회사 BP의 지분 20%를 처분하기로 했다.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존슨 총리는 러시아에 강경히 대응함으로써 국내외에서 일석이조 효과를 얻고 있다.

국내에선 '파티게이트'로 사임 위기에 몰렸던 것이 까마득한 과거 일처럼 여겨진다. 존슨 총리는 코로나19 봉쇄 중에 음주파티를 했다는 의혹으로 경찰 수사까지 받고 있었다.

인디펜던트지는 지금은 아무도 보수당 내에서 존슨 총리 불신임 투표가 성사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방역규정 위반이 가벼운 일은 아니지만 참담한 전쟁 상황에는 밀릴 수밖에 없다.

대외적으로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이후 독자노선을 걸으면서 국제사회에 존재감을 드러낼 기회다. 또 이는 과거의 영광을 그리워하는 국내 유권자들에게 감명을 주게 된다. 영국은 러시아 전에는 중국에 각을 세우고 있었다.

존슨 총리로선 또 최근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불만이 큰 일반 국민에게 내밀 변명거리도 생겼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가가 급등하는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점을 강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존슨 총리로선 선명한 노선을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제1야당인 노동당이 5월 선거를 앞두고 민심에 맞춰 빠르게 변하고 있어서다.

노동당은 최근 영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사태 강경대응에 반대하는 운동에 서명한 의원들에게 지지를 철회하라고 지침을 내리는 등 조직을 단속하고 있다.

안보문제에 민감한 북부의 옛 텃밭을 되찾겠다는 강한 의지라고 영국 언론들은 해석했다.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YouGov)와 타임스의 최근 설문조사에서 노동당 지지율이 39%로 보수당의 34%보다 높게 나왔다.

영국 북해 유전의 석유 시추 시설
영국 북해 유전의 석유 시추 시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영국이 이렇게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것은 다른 주요 유럽 국가들과 비교해 러시아와 덜 얽혀있기 때문이다.

산유국이기도 한 영국은 가스 물량 중 러시아산 비중이 3%에 그치는 등 러시아 가스 의존도를 상당히 낮춰놨다.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높아 SWIFT 퇴출에 선뜻 나서기 어려웠던 독일, 이탈리아와는 사정이 다르다.

영국은 이미 그 전부터 러시아와 냉랭한 관계로 돌아섰다. 영국에서 러시아 스파이 독살사건이 벌어진 것이 결정적 계기였다.

2006년에는 러시아 스파이 출신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가 런던에서 방사성 물질인 폴로늄-201에 중독돼 사망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을 비판하다가 영국으로 망명했다.

2018년에는 영국에 기밀을 넘긴 혐의로 러시아에서 복역하다가 풀려난 전직 러시아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이 솔즈베리의 한 쇼핑몰에서 딸 율리야와 함께 신경작용제인 노비촉에 중독돼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됐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영국은 19세기 초부터 거의 100년에 걸쳐 중동에서 동북아시아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의 패권을 두고 벌인 '그레이트 게임'을 비롯해 러시아와 맞서는 일이 많았다.

냉전 시대에도 영국은 미국의 제일가는 동맹국으로서 옛 소련과 대립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미국·영국·호주 삼각동맹인 '오커스'(AUKUS)의 일원으로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서방 진영의 선두 역할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서 영국이 특별한 책임을 느껴야 하는 이유도 있다. 1994년 우크라이나 등 3국이 핵폐기와 안전보장 각서를 작성할 때 상대편에는 미국, 러시아와 함께 영국도 있었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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