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산불] ③ 밥 짓고 청소하고…진화대원 뒷받침한 자원봉사자(끝)
송고시간2022-03-16 09:01
10일간 7천명 울진서 이재민·산불진화대원 불편 줄여줘
피자, 커피 등 간식도 제공…현재도 20여명 남아 봉사
(울진=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10일간 이어진 경북 울진·삼척산불 상황에서 진화 일선에 나선 진화대원과 군인, 경찰관, 소방관, 공무원들을 묵묵히 뒤에서 도와준 이들이 있다. 바로 자원봉사자다.
울진군에 따르면 10일간 자원봉사자 7천명이 울진을 찾아 이재민과 산불진화대원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힘을 보탰다.
이들은 이재민이 모인 울진국민체육센터나 덕구온천 등에서 급식소를 만들어 음식을 대접했다.
대다수가 고령인 이재민의 손발이 돼 병원까지 태워다 주고 빨래를 해줬고 임시 대피소나 지휘본부 안팎을 청소했다.
산불현장 지휘본부가 마련된 죽변면 울진봉평신라비전시관에서도 적십자봉사회원들이 산불진화에 투입된 진화대원, 군인, 공무원, 소방관 등을 위해 밥을 짓고 설거지를 했다.
초기만 해도 현장 여건이 좋지 않아 진화대원들이 밥과 반찬 한 가지로 끼니를 때운 일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반찬이 서너가지로 늘었다.
울진군 간부 공무원 부인 모임인 우리진가족회도 나와 뜨거운 물을 끓여 컵라면과 커피 등 음료를 제공했고 울진 죽변면 여성자원봉사회와 새마을단체, 군 공무원들도 음료수와 도시락을 나눠줬다.
어떤 가수는 커피차를 보냈고 어떤 단체는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를 대접했으며 피자 회사는 피자를 만들어 제공했다.
구미의 국궁을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은 반찬을 만들어 이재민을 찾아 나눠줬고 충남 보령에 사는 한 농부는 농사지은 쌀 12포대를 직접 싣고 왔다.
대부분 자원봉사자들은 13일 주불 진화가 끝난 뒤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여전히 20여명은 이재민이 있는 덕구온천에 남아 급식을 지원하거나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일일이 통계에 반영되지는 않아도 수시로 울진에 와서 이재민에게 반찬을 주고 가는 단체도 있다.
영주에 사는 젊은 농부 배대윤(20)씨처럼 며칠 동안 산불을 끌 때까지 진화에 힘을 보탠 봉사자도 있다.
현장에 직접 와서 봉사하지는 않았어도 돈이나 물품을 기부한 개인과 단체도 많았다.
울진군에 따르면 4일부터 15일까지 개인 약 400명, 230개 사회단체, 90여개 기업이 생수와 라면, 이불, 온열매트 등 2만여점을 기부했다.
출근 전 물품을 기부하러 왔다며 전북 군산에서 밤새 운전해 새벽에 다녀간 익명의 기부자도 있었다.
초등학생들이 고사리손으로 용돈을 모아 진화 현장에 필요한 핫팩과 손편지 등을 보내왔다.
산불진화대원이나 이재민들은 자원봉사자나 금품을 기부한 국민이야말로 숨은 일등공신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찬걸 울진군수는 "여러 봉사자들의 노력과 전국 각지에서 보내준 정성에 감사드린다"며 "주거지 복구와 온전한 일상 회복을 위해서는 아직 많은 지원이 필요한 만큼 꾸준히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sds1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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