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의 나라' 이탈리아 과학자들이 만든 이스트 없는 피자 반죽

엄남석 기자 기자 페이지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피자의 나라 이탈리아 과학자들이 과학기술을 접목해 이스트(빵효모) 없이 피자의 밀가루 반죽(도우)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 화제다.

이스트는 밀가루 반죽에 섞으면 알코올 발효를 일으켜 이산화탄소(CO₂) 기포를 만듦으로써 반죽이 부풀어 올라 부드러운 식감을 갖게 하지만 효모 과민증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피자를 그림의 떡처럼 만든다.

미국 물리학 관련 단체들의 연합체인 '미국물리학협회'(AIP)에 따르면 이탈리아 '나폴리 페데리코2세 대학교' 연구진은 이스트 없이 피자 밀가루 반죽을 만드는 방법을 고안해 AIP가 발행하는 저널 '유체물리학'(Physics of Fluids)에 발표했다.

연구진에는 피자 전문가까지 참여해 밀가루와 물, 소금 등을 섞어 반죽을 만든 뒤 고압가온 용기인 '오토클레이브'에 넣고 실험을 진행했다.

오토클레이브 안의 과정은 탄산가스를 주입해 탄산음료를 만드는 것과 같다. 압력이 높아지면서 탄산가스가 반죽 안에 들어가고 반죽이 구워지는 과정에서 압력이 풀리며 기포가 형성된다.

이런 실험 과정은 일반적인 과학 실험과 달리 높은 압력이 적용되지는 않으며, 가정용 커피메이커에서 사용되는 압력으로 충분했다고 한다.

하지만 용기 속 밀가루 반죽이 갑작스러운 압력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해 '제빵사'가 된 과학자들이 압력을 풀 때는 탄산음료 뚜껑을 따는 것처럼 간단하지는 않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번 연구를 이끈 재료공학 교수 에르네스토 디 마이오 박사는 "핵심은 밀가루 반죽이 자극을 받지 않게 부드럽게 압력이 줄어들도록 고안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물질의 흐름과 변형 등을 측정하는 유동학(流動學)을 응용해 압력을 미세하게 조정하면서 밀가루 반죽을 분석한 끝에 바람직한 범위까지 기포를 부드럽게 부풀릴 수 있는 값을 얻어냈다.

논문 공동저자인 로사나 파스퀴노 교수는 "이스트를 넣었을 때와 넣지 않았을 때 반죽의 반응을 주로 연구하면서 발효로 반죽이 얼마나 부드럽게 변하는지, 굽는 과정에서 온도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을 들여다 봤다"면서 "이는 이스트 없이 피자 반죽을 만드는 압력을 찾아내는 토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여러차례 시식회를 거친 끝에 앞으로 실험에서는 피자 한 판을 만들 수 있는 더 큰 크기의 조리용 오토클레이브를 구입해 활용하기로 했다.

연구진은 또 이번에 고안된 방식이 일반 피자 가게에서도 사용되길 희망했다.

파스퀴노 교수는 "우리가 잘 아는 것을 늘 다루고 때론 따분하기도 한 냄새나는 플라스틱 대신 맛 있는 중합체에 적용하는 것이 재밌었다"면서 "열가소성 중합체에 사용되는 기술과 지식을 식품에 적용한 것은 놀라울만큼 성공적이었다"고 했다.

이스트 알러지를 갖고있기도 한 디 마이오 교수도 "이 기술이 식품 과민증에 대한 특수 조리법과 새루운 도우 제조법, 신상품 등의 개발로 이어져 사람들이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eomns@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2/03/23 15:0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