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푸틴 정적 넴초프, 암살 직전 러 정보기관 요원이 근접 미행"

송고시간2022-03-29 11:53

beta
세 줄 요약

2015년 암살된 러시아의 대표적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가 살해되기 전 1년 가량 러시아 정보기관 소속의 요인 암살단과 연계된 요원에게 근접 미행을 당했다고 영국 공영방송 BBC가 28일(현지시간) 폭로했다.

BBC는 유럽의 민간탐사보도 단체 벨링캣, 러시아의 탐사보도 인터넷 매체인 더인사이더(The Insider)와 공조 끝에 넴초프가 살해되기 직전 다수의 국내 여행에서 러시아 정보 요원이 그의 뒤를 바짝 쫓았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발레리 수크하레프라는 이름의 이 요원은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 소속으로, 넴초프가 암살되기 불과 열흘 전인 2015년 2월 17일을 포함해 최소 13차례 은밀하게 넴초프의 뒤를 밟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BBC는 보도했다.

요약 정보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줄인 '세 줄 요약' 기술을 사용합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사 본문과 함께 읽어야 합니다. 제공 = 연합뉴스&이스트에이드®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BBC "탐사보도 매체 벨링켓 등과 공조해 관련 증거 확보"

"미행한 요원, 나발니 암살 시도에도 연루된 인물"…크렘린궁 "우리와 무관"

2020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야권 지도자 넴초프 추모 행사 [EPA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2020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야권 지도자 넴초프 추모 행사 [EPA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2015년 암살된 러시아의 대표적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가 살해되기 전 1년 가량 러시아 정보기관 소속의 요인 암살단과 연계된 요원에게 근접 미행을 당했다고 영국 공영방송 BBC가 28일(현지시간) 폭로했다.

BBC는 유럽의 민간탐사보도 단체 벨링캣, 러시아의 탐사보도 인터넷 매체인 더인사이더(The Insider)와 공조 끝에 넴초프가 살해되기 직전 다수의 국내 여행에서 러시아 정보 요원이 그의 뒤를 바짝 쫓았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발레리 수크하레프라는 이름의 이 요원은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 소속으로, 넴초프가 암살되기 불과 열흘 전인 2015년 2월 17일을 포함해 최소 13차례 은밀하게 넴초프의 뒤를 밟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BBC는 보도했다.

러시아 초대 대통령인 보리스 옐친 집권 시절 제1부총리를 지낸 넴초프는 당초 옐친의 유력한 후계자로 여겨졌으나, 푸틴이 권좌에 오른 뒤 러시아 정계의 변방으로 밀려난 뒤 야권의 반정부 운동을 이끌었다.

넴초프가 암살 현장에 헌화하고 있는 모스크바 시민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넴초프가 암살 현장에 헌화하고 있는 모스크바 시민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2015년 2월 27일 크렘린궁에서 불과 200m 정도 떨어진 모스크바강 다리 위에서 의문의 총격으로 숨졌고, 러시아 법원은 2017년 7월 넴초프 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러시아 남부 체첸 자치공화국 출신 피고인 5명에 대해 각각 징역 11∼20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누가, 왜 그의 살해를 명령했는지에 대한 조사는 지금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BBC는 유출된 넴초프와 수크하레프 요원의 열차와 항공권 예약 정보를 대조하는 방식으로 수크하레프가 1년 가까운 기간 동안 넴초프를 미행한 사실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벨링캣은 부패한 러시아 관료로부터 관련 자료를 입수한 러시아 국내 브로커를 통해 이 정보들을 사들였고, BBC는 취재원으로부터 이 정보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분석에 나섰다고 한다.

벨링캣은 앞서 러시아에서의 암살 시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FSB 내부에 크렘린궁의 정적들을 겨냥한 비밀 암살단이 존재한다는 증거도 확보, 이를 폭로한 바 있다. 러시아는 그러나 이런 의혹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BBC는 수크하레프 요원과 넴초프의 열차와 항공편 예약 정보를 비교한 결과, 수크하레프 요원이 넴초프가 행선지에 도착하기 직전에 미리 같은 곳에 도착하는 등 넴초프의 여행 계획을 사전에 속속들이 알고 있었던 정황이 뚜렷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2014년 7월 2일, 넴초프가 시베리아의 노보시비르스크행 항공편을 예약했을 때에는 수크하레프 요원이 불과 10분 뒤 같은 행선지의 항공편 티켓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그에 대한 미행이 얼마나 집요하고, 정확하게 이뤄졌는지를 보여준다고 BBC는 지적했다.

2020년 2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넴초프 암살 5주기 추모 행사에 참여한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2020년 2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넴초프 암살 5주기 추모 행사에 참여한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수크하레프 요원은 넴초프의 측근인 블라디미르 카라-무르자,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등 푸틴의 정적을 겨냥한 다른 2차례의 암살 시도에도 연루됐다고 벨링캣이 지목한 인물이다.

카라-무르자는 넴초프가 암살된 직후인 2015년 5월에 러시아 카잔에 갔다가 모스크바로 돌아온 뒤 이틀 만에 중독 증세로 쓰러졌다가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그가 카잔에 머물던 때와 동일한 시점에 수크하레프 역시 카잔에 간 것으로 드러났다. 카라-무르자는 2017년 2월에도 미확인 물질에 중독돼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살아났다.

나발니는 2020년 8월 러시아에서 금지 화학물질인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중독돼 죽을 고비를 넘겼다. 나발니가 러시아 동부 톰스크에서 노비촉에 노출되기 직전에 FSB 요원들이 톰스크에서 나발니를 감시하고 있었는데, 수크하레프 요원은 나발니 감시단 소속의 FSB 요원 4명, 이들의 상급자인 FSB의 관리와 당시 145차례에 걸쳐 전화 통화나 메시지를 주고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벨링캣은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넴초프가 암살되기 전 FSB 암살단과 연루된 요원에 미행 당한 것에 대한 의견을 밝혀 달라는 BBC의 요청에 "이 모든 것은 러시아 정부와 무관하고, 또 다른 날조로 보인다"고 답변했다. FSB는 아무런 논평도 내놓지 않았다.

ykhyun14@yna.co.kr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otsnbpUVg58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