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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서 현대수묵화 선보인 거장 박대성 "뿌리부터 건드려야"

송고시간2022-03-3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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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산수화의 명맥을 이으며 한국의 수묵산수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온 거장 박대성 화백(77)은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작품활동을 할 때 견지하는 시점을 이같이 표현했다.

박 화백은 "무엇이든 본령을 알고 실체를 파고들어야 한다"면서 "나무는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뿌리를 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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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있는 그대로를 보지 마라. 뿌리부터 건드려야 한다"

진경산수화의 명맥을 이으며 한국의 수묵산수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온 거장 박대성 화백(77)은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작품활동을 할 때 견지하는 시점을 이같이 표현했다.

베를린서 현대수묵화 진수 선보인 박대성 화백
베를린서 현대수묵화 진수 선보인 박대성 화백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박대성 화백이 독일 베를린 주독일한국문화원에 전시된 '삼릉비경(2020)' 앞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2.03.24

박 화백은 "무엇이든 본령을 알고 실체를 파고들어야 한다"면서 "나무는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뿌리를 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산이 있으면 산의 맥을 잡아야 세게 움직임이 나온다"면서 "똑같이 그리려고 안 하고, 정신을 그린다"고 설명했다.

박 화백은 한국 전쟁 중 부모와 왼팔을 잃었지만, 6살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70여 년째 '하루 25시간'을 작품에 매진하고 있다.

중학교를 마지막으로 학교는 나가지 않고, 독학으로 한국화에 정진해 거장이 됐다.

1969년부터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8차례 입선하고, 1979년 중앙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 작가 활동을 시작한 박 화백은 1984년 가나아트의 첫 전속작가가 됐다.

1995년 미국 뉴욕으로 떠난 그는 서구 모더니즘 미술이 해답이 아님을 깨닫고 귀국해 필묵에 집중해 자신만의 필법과 시점으로 진경산수화를 재해석한 작품활동을 해왔다. 겸재 정선을 필두로 조선 후기 유행한 진경산수화는 우리나라의 산천을 직접 답사하고 소재로 해 그린 산수화를 말한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정상 접견실에 나란히 걸린 국토 남북단의 백두산 장백폭포와 제주 성산일출봉 그림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이건희 컬렉션에도 생존작가 중에는 유일하게 그의 작품 일출봉과 서귀포가 포함됐다.

베를린서 현대수묵화 진수 선보인 박대성 화백
베를린서 현대수묵화 진수 선보인 박대성 화백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박대성 화백이 독일 베를린 주독일한국문화원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2.03.24

박 화백은 "1천년전 '동양정신의 태동'이라고도 불리는 먹을 천천히 갈면서 모든 잡념이 사라지고, 어느 정도 마음이 안정될 때 붓을 든다"면서 "작업하는 순간은 길지 않지만, 모든 깨어있는 순간이 작품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급적 사진은 활용하지 않으며 스케치도 붓으로 한다. 정신이 항상 깨어있도록 신경을 쓰고 사물을 보더라도 늘 질문을 갖고 보며, 자나 깨나 스쳐 지나가는 것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박 화백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 한복판에 전쟁이 난 상황에 대해 "한국화에서는 자연의 법칙을 항상 중요시한다"면서 "자연의 법칙은 순리다. 절대 무리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는 이 세상에 왔으면 가야 하므로 영원한 존재가 아니다"라면서 "사람답게 살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한 말로 들렸다.

독일 베를린 한복판 주독일한국문화원에서 오는 5월 27일까지 열리는 박 화백의 개인전 "眞景時代 : The Eternal(진경시대:영원한)"에서는 금강, 금강화개, 청산백운, 신라몽유도, 삼릉비경, 한라산 천제연, 인왕산, 금강산 설경 등 그의 최근 산수화부터 정물 연작까지 24점을 감상할 수 있다.

독일에서 작품을 선보이는 것은 1987년 서독 쾰른의 파리나갤러리에서 가진 초대전 이후 35년만이다.

베를린서 현대수묵화 진수 선보인 박대성 화백
베를린서 현대수묵화 진수 선보인 박대성 화백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박대성 화백이 독일 베를린 주독일한국문화원에 젠시된 '금강(2021)) 앞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2.03.24

지난 25일 열린 개막식에는 현지인들이 남녀노소 120여명 참석해 대성황을 이뤘다. 작품을 소장할 수 없느냐는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는 전언이다.

베를린이 처음인 그는 슈프레강변에 버드나무를 보니 고향을 보는 느낌이라며 슈프레강이 서울 청계천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박 화백은 지난해에는 경주 솔거 미술관에서 연 특별기획전에서 어린이들이 보험평가액이 1억원이 넘는 작품 위에 눕고,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왔어도 문제 삼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솔거미술관에 작품 830점을 기증한 바 있다.

최근에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본명 김남준)이 솔거 미술관을 찾아 박 화백의 전시 작품을 감상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을 올려 화제가 된 바 있다. 박 화백의 인스타 계정에 BTS 팬들이 몰리면서 팔로워가 3천명이 넘었다고 가나아트 측은 설명했다.

박 화백은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올해 카자흐스탄 국립박물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하버드대 한국학센터, 다트머스대 후드미술관 등에서 전시를 앞두고 있다. 내년에는 뉴욕주립대학교 스토니브룩, 메리 워싱턴대학교에서도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베를린서 현대수묵화 진수 선보인 박대성 화백
베를린서 현대수묵화 진수 선보인 박대성 화백

지난 25일 주독일한국문화원에서 열린 박대성 화백 개인전 진경시대:영원한 개막식에서 박 화백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주독일 한국문화원 제공=연합뉴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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