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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누가 첩자일지 몰라"…르비우를 잠식한 불안

송고시간2022-04-01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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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러시아의 공격 대상에서 비켜나 피란민이 몰려든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르비우의 시민들이 누가 사보타주를 벌이는 첩자인지 알 수 없어 서로를 의심하며 불안 속에 지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개전 이후 적지 않은 러시아 첩자나 친러시아 성향 사보타주 세력들이 주민 속에 숨어들어 혼란을 선동하고 러시아에 공격 목표를 전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르비우에는 전쟁 이후 전국에서 피란민이 몰려와 인구가 40만명으로 불어나면서 이웃도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된 탓에 서로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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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혼란·불신 속 서로 의심…현지 경찰 "간첩 신고전화 폭주"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러시아의 공격 대상에서 비켜나 피란민이 몰려든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르비우의 시민들이 누가 사보타주를 벌이는 첩자인지 알 수 없어 서로를 의심하며 불안 속에 지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주점 TV에 비친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
주점 TV에 비친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

(르비우 AP=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 도심의 한 주점에 설치된 TV 화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연설하는 모습이 나오고 있다. 2022.3.23 jsmoon@yna.co.kr

수도 키이우에서 최근 르비우로 피란 온 아마추어 사진사 '발레리'(32)는 길을 걷다 경찰의 검문을 받았다. 그를 불러세운 경찰은 그의 소지품을 샅샅이 뒤지며 그가 찍은 사진과 스케치 등을 조사했다.

누군가가 그가 르비우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는 모습이 수상하다고 신고한 것이다.

경찰은 발레리의 휴대전화 텔레그램에서 그가 어떤 채널을 구독하고 있는지, 어떤 농담을 끄적이는지도 찾아봤다고 한다.

결국 러시아 병사를 조롱하는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을 공유한 글을 보고 경찰은 그를 놓아주었다.

NYT는 러시아의 침공이 두달째로 접어들면서 우크라이나에는 분노와 단결심 외에 '의심'이라는 감정이 국민들을 지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개전 이후 적지 않은 러시아 첩자나 친러시아 성향 사보타주 세력들이 주민 속에 숨어들어 혼란을 선동하고 러시아에 공격 목표를 전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나 르비우에는 전쟁 이후 전국에서 피란민이 몰려와 인구가 40만명으로 불어나면서 이웃도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된 탓에 서로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자신의 전체 이름을 공개하길 꺼린 발레리는 NYT에 "서로가 공포의 근원을 찾으려고 하는데 그 실체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선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쟁통에 손상될라'…조각상에 보호막 씌우는 우크라인들
'전쟁통에 손상될라'…조각상에 보호막 씌우는 우크라인들

(르비우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의 국립오페라 극장에서 21일(현지시간) 인부들이 고가 사다리를 이용해 건물 외관에 세워져 있는 조각상에 보호막을 씌우고 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민간 시설 여부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 폭격을 가하고 있다. 2022.3.22 sungok@yna.co.kr

개전 후 몇주간 르비우 경찰은 일평균 1만7천건이 넘는 간첩 의심 신고 전화를 처리했다고 한다. 지금은 신고 건의 10%만 처리하지만 그것도 하루 1천건이 넘는다고 막심 코지츠키 르비우 주지사는 전했다.

르비우 도로 곳곳에는 검문소가 세워졌고 경찰이 순찰을 하고 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때도 정상 운영됐던 오페라 하우스는 이번 전쟁에선 오페라 공연을 중단했다. 오페라 건물이 사보타주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르비우의 한 아파트 1층에 거주하는 나탈리아 코프툰(71)은 자신의 집 지하실을 방공호로 개방하길 거부했다. 사보타주 세력이 언제 지하실에 들어와 폭탄을 터트릴지 모른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는 "누군가가 방공호에 들어와 폭탄을 터트리면 어떡하느냐"라며 "우리 집은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고 침입에 너무 취약하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두 무리가 서로를 의심해 경찰에 상대방을 거동 수상자로 각각 신고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이에 현지 경찰은 "이웃간 서로를 의심해 분쟁을 겪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라며 "근거 없이 이웃을 의심하거나 감금, 협박하지 말라"고 안내하기도 했다.

르비우 시내 거리는 다른 도시보다 공격을 덜 받았지만 전시 긴장감은 팽팽하다. 시내 카페에는 이탈리아의 반파시즘 저항군의 노래 '벨라차오'(Bella Ciao)를 전쟁상황에 맞춰 개사한 노래가 끊임없이 울려 퍼지고 있다.

NYT는 르비우 사람들이 이렇게 불안감에 떠는 데는 근거가 있다고 평가했다.

전쟁 후 한달 간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인 SBU는 20개의 사보타주 그룹을 적발했고 그에 가담한 350명 이상의 용의자를 체포했다.

러시아 순항 미사일 공격에 불길 휩싸인 르비우 연료저장시설
러시아 순항 미사일 공격에 불길 휩싸인 르비우 연료저장시설

(르비우 AF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서부의 폴란드 접경 도시 르비우의 연료 저장시설이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채 불길에 휩싸이자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27일 성명을 내고 "전날 우크라이나 군 연료 저장시설 등 르비우의 군사 목표물을 고정밀 순항 미사일로 공격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비상대책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2.3.27 leekm@yna.co.kr

코지츠키 주지사는 최근 텔레그램 채널에서 "르비우의 산업시설 2곳이 미사일 공격을 받은 날 경찰이 2명의 용의자를 잡았다"며 "그들은 우크라이나군의 동향을 담은 영상과 사진을 갖고 있었고 여러 개의 러시아 전화번호 연락처도 소지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르비우 북동쪽 루츠크에 거주하는 한 아마추어 비행사는 2017년부터 현지 군 공항에 대한 정보를 러시아에 제공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 공항은 최근 러시아로부터 2차례 공습을 받았다.

bana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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