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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의 모녀 관계, 스릴러가 되다…영화 '앵커'

송고시간2022-04-1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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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선뜻 동의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흔히 모녀 사이를 애증의 관계라고들 한다.

영화 '앵커'는 딸 때문에 꿈을 포기한 어머니와 어머니의 희생으로 꿈을 이루게 된 딸이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마주하게 되는 진실에 관한 이야기다.

모녀 관계에 숨어 있는 애증이라는 감정을 스릴러로 풀어내 두 사람 깊숙이 자리한 트라우마가 어떻게 비극으로 이어지는지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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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앵커' 속 한 장면
영화 '앵커' 속 한 장면

[에이스메이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완벽히 사랑할 수도, 그렇다고 완전히 미워할 수도 없는 복잡 미묘한 관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선뜻 동의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흔히 모녀 사이를 애증의 관계라고들 한다.

어머니는 딸에게 사랑을 퍼붓다가도 젊음을 앗아간 딸을 미워하기도 하고, 점점 자신과 닮아가는 딸을 보며 못다 이룬 자기 꿈을 대신 이뤄주기를 기대한다. 딸은 그런 어머니를 연민하면서도 끊임없이 자신과 일체화하는 모습에 부담과 미움을 동시에 느낀다.

영화 '앵커'는 딸 때문에 꿈을 포기한 어머니와 어머니의 희생으로 꿈을 이루게 된 딸이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마주하게 되는 진실에 관한 이야기다. 모녀 관계에 숨어 있는 애증이라는 감정을 스릴러로 풀어내 두 사람 깊숙이 자리한 트라우마가 어떻게 비극으로 이어지는지를 그렸다.

'감기', '소년병', '이제 난 용감해질 거야' 등을 선보인 정지연 감독의 첫 장편 영화로, 각본과 연출을 모두 맡았다.

영화 '앵커' 속 한 장면
영화 '앵커' 속 한 장면

[에이스메이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스타 앵커 세라(천우희 분)는 겉보기엔 모든 것을 가진 커리어우먼이다. 젊은 나이에 메인 뉴스인 '9시 뉴스' 자리를 꿰찼고, 한강이 보이는 넓은 아파트에 산다. 남편은 잘나가는 펀드 매니저다.

그러나 속은 열등감과 불안으로 가득하다. 기자가 아니라 아나운서 출신이라는 점이 가장 큰 콤플렉스다. 동료들이 그를 두고 취재 한 번 해보지 않았다며 흉보고, 후배 기자가 자신의 자리를 탐내는 것을 목격하면서 초조함은 더 커진다.

세라의 아픈 곳을 가장 부지런히 찔러대는 사람은 다름 아닌 엄마 소정(이혜영)이다. 언제까지 남이 써준 글을 앵무새처럼 읽어댈 거냐고, 그러다 치고 올라오는 후배에게 자리를 빼앗길 거라고 겁준다. 세라가 누군가로부터 살인을 예고하는 제보 전화를 받자 "이건 진짜 앵커가 될 기회"라며 직접 취재에 나서라고 부추기기까지 한다.

영화 '앵커' 속 한 장면
영화 '앵커' 속 한 장면

[에이스메이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세라는 결국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몸소 제보자의 집을 찾는다. 그곳에서 욕조에 빠져 죽어 있는 여자아이와 장롱에서 목을 맨 20대 여성 미소의 시신을 발견한다. 경찰의 수사 결과, 대학에 다니던 미소가 딸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이 난다.

그러나 세라는 피해 여성의 주치의였던 정신과 의사 인호(신하균)가 미심쩍다. 미소에게 최면 치료를 해왔던 그가 미소를 죽음에 이르게 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계속해서 자신의 주위를 맴돌고 가족에게도 접근하는 것을 보며 의심은 확신이 된다.

그즈음부터 세라는 환영인지 악몽인지 모를 기이한 현상에 시달린다. 장롱 속 목을 맨 미소의 모습이 보이고, 뉴스를 진행하다가 그가 자신의 목을 조르는 바람에 앵커 자리를 내줄 위기에 처한다.

어머니 소정의 압박은 점점 더 거세진다. 딸의 실수를 꾸짖는 것은 물론이고 이 모든 것이 사위 때문이라며 이혼을 종용하기까지 한다. 아이는 절대로 가져선 안 된다는 말도 보탠다.

영화 '앵커' 속 한 장면
영화 '앵커' 속 한 장면

[에이스메이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간 흔히 접해온 캐릭터와 관계도이지만, '앵커'는 미스터리와 스릴러를 덧씌우며 한층 신선한 장르로 변모했다. 특히 어머니로부터 받은 과거의 상처와 현재 전문직 여성으로서 느끼는 압박감을 동시에 가진 세라가 겪는 기묘한 일들이 긴장감을 높인다.

어머니 소정은 후반부가 될 때까지도 존재 자체가 미스터리다. 실존하는 사람은 맞는 건지 아니면 세라가 만들어낸 환영인지 끝까지 의심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인호 역시 존재감을 발휘한다. 선역인지 악역인지 알 수 없는 그는 자칫 밋밋해질 수도 있는 스토리에 '최면'이라는 소재를 가져와 기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다만 숨겨진 진실을 설명하기 위해 클라이맥스에서의 서스펜스를 유지하지 못하고, 하나하나 알려주는 식으로 친절하게 이야기가 전개되는 점은 아쉽다.

영화 '앵커' 속 한 장면
영화 '앵커' 속 한 장면

[에이스메이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딸이라면, 어머니라면, 혹은 많은 것을 이룬 젊은 여성이라면 한 번쯤은 경험했을 법한 심리를 섬세하게 들여다본 점이 높이 평가할 만하다.

정 감독은 최근 언론 시사회를 겸한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딸로서 겪은 어머니와의 애증 관계, 가깝고도 멀었던 시기를 떠올려 영화에 반영했다"며 "또 성공한 여성 안의 공포, 트라우마가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를 가지는 게 두렵지만, 아이를 보면 또 예쁜 이중적 감정을 느껴왔다"며 "왜 아이가 공포감을 주는지를 파헤치고 질문을 던졌다"고 설명했다.

20일 개봉. 상영시간 111분. 15세 관람가.

영화 '앵커' 속 한 장면
영화 '앵커' 속 한 장면

[에이스메이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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