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 학생부 정정 공방…"규정상 가능"vs"본인 동의해야"
송고시간2022-04-12 15:48
조민씨 측 한영외고에 "제삼자가 정정신청 못해" 요청서 발송
황보승희 "학생부 기재요령에 제삼자 권리 명시…교육당국이 정권 눈치 봐"
(서울=연합뉴스) 조다운 기자 = 입시 비리 의혹으로 부산대·고려대 입학이 취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31)씨의 한영외고 학생부 기록을 정정할 수 있는 요건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한영외고가 학생부 기록 정정 여부를 심의할 절차를 논의 중인 가운데 지난해 조씨 측에서 제삼자의 신청만으로는 정정할 수 없다는 서면을 학교 측에 보낸 것을 두고 유권 해석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12일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조씨 측은 지난해 3월과 8월 한영외고에 '자신의 동의 없이 학교생활기록부 등을 교육기관, 국회의원, 언론 또는 제삼자에게 제공하지 말라'는 취지의 요청서를 보냈다.
조씨가 1차로 요청서를 보낸 지난해 3월은 황보 의원이 "대한병리학회에서 조씨가 제1 저자로 등재된 논문을 연구부정행위를 이유로 취소했는데도 학생부가 정정되지 않고 있다"며 한영외고를 찾아가 학생부 정정을 요청한 때였다.
조씨 측은 요청서에서 교육부 훈령인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관리지침)을 언급하며 "국회의원 또는 기타 제삼자는 학생부에 대한 정정 신청권이 없다"고 강조했다.
관리지침은 제삼자에게 정정 신청권이 있는지를 명확히 다루고 있지 않으나 지침에 없는 내용은 관련 법령을 준용한다고 돼 있다. 이를 근거로 조씨 측은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근거로 제삼자의 정정신청권이 없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황보 의원 측은 관리지침을 시행하기 위한 '2021학년도 학교생활부 기재요령'에 제삼자의 정정 신청권을 인정하는 내용이 나와 있다고 반박했다.
이 기재요령에는 "졸업생의 학생부 내용에 정정 사항이 발견됐거나 정정을 요구하는 민원이 있을 경우 현재 관리·보관하고 있는 학생부를 학교장이 서식에 따라 정정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객관적인 증빙자료가 있는 경우에 한해 학업성적관리위원회의 심의 절차를 거쳐 학교생활기록부를 정정할 수 있다"는 내용도 있다.
황보 의원의 민원과 대한병리학회 직권 취소 등 자료가 있어 학생부 정정 요건을 갖췄는데도, 조씨 측이 유권 해석 없이 제삼자의 학생부 정정 신청권을 부인했다는 지적이다.
조씨 측은 지난해 8월 고려대가 한영외고에 조씨의 학생부 열람·등사를 신청하려고 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다시 요청서를 보내 "귀교가 보관하고 있는 자료가 조민의 동의 없이 교육기관, 국회의원, 언론, 기타 어떠한 제삼자에게도 제공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조씨 측은 관리지침상 준용 규정을 근거로 이 같은 요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조씨 측 요청서를 받은 한영외고는 학생부 사본을 고려대에 제공해도 될지 판단해달라는 공문을 교육청에 보냈다.
교육청은 '학생과 학생의 부모 등 보호자 동의 없이 제삼자에게 학생 관련 자료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초·중등교육법을 적용해, 졸업생 동의가 없으므로 자료를 제출할 수 없다고 봤다.
결국 고려대는 조씨에게 직접 학생부를 제출받아 검토했고, 지난 2월 25일 조씨에 대한 입학 취소 처분을 내렸다.
황보 의원은 "본인 또는 민원인에 의해 학생부 정정이 가능하다는 규정이 있다는 것을 교육청이 몰랐을 리 없다"며 교육당국이 눈치를 봤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영외고는 지난달 23일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열고 조씨의 학생부 정정 여부 심의를 위한 법률과 절차를 논의했다. 한영외고는 위원회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학부모를 외부위원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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