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국민투표를 추진한다고?
송고시간2022-04-27 18:01
국민투표법, 재외국민 투표권 침해 이유로 2014년 헌법불합치 결정받아
법 개정 시한 지나 효력 상실…2018년 개헌 위한 국민투표도 못해
선관위 "투표인 명부 작성 불가능…국민투표법 개정이 선행돼야"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27일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법안과 관련해 취임 뒤 6·1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또 다른 논란이 되고 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선인 비서실은 '검수완박'과 관련해 국민투표하는 안을 윤 당선인에게 보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 입법 권한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헌법 72조에 따르면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 또 헌법 130조는 헌법개정안에 대해 국회가 의결한 후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부쳐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도록 하고 있다.
국민투표 추진이 국회 입법권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민주당의 비난이나 '검수완박' 법안이 국민투표 요건에 해당하는가에 대한 논쟁은 별개로 하고, 현재 상황에서는 국민투표 진행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는 재외국민의 국민투표권 행사를 제한하는 내용의 국민투표법 일부 조항이 헌법재판소의 2014년 결정으로 효력을 잃어 국민투표를 위한 투표인 명부 작성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사단법인 세계한인유권자총연합회 등이 "국민투표법 14조 1항이 선거권 및 국민투표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심판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6(헌법불합치) 대 3(합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국민투표법 14조 1항은 국민투표 공고일 현재 관할 구역 안에 주민등록이 돼 있거나 재외국민으로서 국내 거소 신고가 돼 있는 투표권자를 조사해 투표인 명부를 작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내 거소를 신고하지 않은 재외국민에게는 국민투표권 행사가 제한돼 온 것이다.
헌재는 당시 "국민투표는 국민이 직접 국가의 정치에 참여하는 절차이므로 대한민국 국민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반드시 투표권이 인정돼야 한다"면서 "재외선거인 역시 국민이므로 이들의 의사는 국민투표에 반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 2015년 말을 법 개정 시한으로 정했다. 하지만 국회가 이때까지 법을 개정하지 못함에 따라 2016년 1월 1일부로 해당 조항은 효력을 상실했다.
다시 말해 국내에 거소 신고를 하지 않은 재외국민은 물론이고 거소를 이미 신고한 재외국민까지도 투표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진 것이다.
이후로도 해당 조항에 대한 국민투표법의 개정 입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한 개헌도 무산됐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4년 1차 연임제와 수도조항 명시, 지방분권 지향 등을 골자로 한 정부 개헌안을 공식 발의했다.
6·13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 투표를 추진하면서 국회에 국민투표법의 조속한 개정을 촉구했으나 국민투표법 개정안 처리는 끝내 불발됐다.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민주당원의 댓글조작 의혹 사건(드루킹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을 국회 정상화의 조건으로 내걸고 나서며 4월 임시국회 파행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민투표법 개정안의 공포 시한으로 제시한 날까지 개정안 처리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개헌 역시 제대로 된 논의조차 거치지 못하고 불발됐다.
문 대통령은 이후 국무회의에서 "국민투표법이 원래 기간 안에 결정되지 않아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의 동시 실시가 무산되고 말았다"며 "이로써 이번 지방선거 때 개헌을 하겠다고 국민께 다짐했던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고, 국민께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중앙선관위는 현재 국민투표법으로는 투표인 명부 작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민투표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재외국민 투표 부분이 해소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국민투표법을 가지고는 (어떤 사안이라도) 국민투표를 하기 어렵다"며 "국민투표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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