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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시대 공동육아] ④ '직접 돌봄' 원해도 현실적인 선택은 '어린이집'

송고시간2022-05-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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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현재 우리나라 보육 정책은 0~2세의 영아를 어린이집으로 떠밀고 있다.

집에서 영아 자녀를 키우려면 큰 비용과 노력이 드는 데다, 맞벌이 가정은 양육자를 구하는 데도 애를 먹는다.

정성훈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연구교수는 "저출산 문제가 대두되면서 정부에서 어린이집에 예산을 쏟아부었다"며 "부모는 어린이집에 보내기만 하면 '공짜 양육'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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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나눔터 접근성 중요한데…"어린 자녀 데리고 찾아가기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권선미 기자 김덕훈 인턴기자 = 현재 우리나라 보육 정책은 0~2세의 영아를 어린이집으로 떠밀고 있다. 국가가 어린이집 보육료를 100% 지원하는 정책으로 인해, 양육자와 애착 관계를 형성하며 인지·정서·사회성이 길러져야 하는 0~2세 영아까지 대부분 어린이집을 다닌다.

집에서 영아 자녀를 키우려면 큰 비용과 노력이 드는 데다, 맞벌이 가정은 양육자를 구하는 데도 애를 먹는다. 가정에서 양질의 보육 환경을 조성하기도 쉽지 않다. 반면 어린이집은 보육 시설이 갖춰져 있고 보육료가 들지 않기 때문이다.

공놀이하는 어린이집 원아들[연합뉴스 자료사진]
공놀이하는 어린이집 원아들[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정성훈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연구교수는 "저출산 문제가 대두되면서 정부에서 어린이집에 예산을 쏟아부었다"며 "부모는 어린이집에 보내기만 하면 '공짜 양육'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했다.

윤재석 영유아보육학회 부회장은 "영유아기(만 0~5세)에 신체·정신적 발달이 95% 이상 이뤄지고, 특히 영아기에는 양육자와 애착을 형성하며 발달의 근간을 이루므로 다달이 발달 상태에 맞춤형 육아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그러나 우리나라 보육 정책은 이와 맞지 않게 설계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부모가 영아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어서 보내는 것은 아니다. 2018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전국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0세 자녀 엄마의 96.6%, 2세 미만 자녀 엄마의 85.9%가 가정육아를 선호했다. 그러나 이들은 가정육아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가장 큰 이유로 '혼자서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것'을 꼽았다.

부모들도 '직접 돌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육아를 혼자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동육아'에 대한 수요가 생기는 것이다. 그러면서 등장한 것이 '공동육아나눔터'다. 각 지자체 육아종합지원센터는 공동육아나눔터를 운영하며 공동육아 공간과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공동육아나눔터는 보육전문가가 상주하고 있어 부모가 언제든지 도움을 요청할 수 있고,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부모나 친구 부모들에게 돌봄을 받을 수 있다.

[제작 김덕훈]

[제작 김덕훈]

지난 10년간 출산율이 급락하면서 대표적인 '시설육아'로 꼽히는 어린이집은 크게 줄어든 반면, 공동육아나눔터는 지속적으로 늘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전국 어린이집은 총 4만2천527개소였으나 2022년 현재 3만1천507개소로, 1만1천여개소(26%)가 줄었다. 같은 기간 공동육아나눔터는직접 돌봄 23개소에서 387개소로 증가했다.

하지만 공동육아나눔터가 품앗이 육아를 해야 하는 맞벌이 부부, 워킹맘 등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 부회장은 "어린이집이 줄고 공동육아나눔터가 증가하는 현상은 부모들이 공동육아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하지만 공동육아나눔터로 부모들의 양육 부담을 덜어주기엔 그 숫자가 턱없이 적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인구보건복지협회의가 2021년 4월 16~21일 초등학교 3학년 이하(만0~9세)의 자녀를 양육 중인 직장 여성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코로나19와 위킹맘의 양육실태'에 따르면, '긴급상황 시 돌봄을 요청할 수 있는 곳'으로 69.3%가 조부모·친인척을 꼽았으며, 3.5%만이 공적돌봄체계(육아종합지원센터, 돌봄교실 등)라고 답했다.

이러한 돌봄 시설 부족은 출산율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2019년 보건사회연구원이 만 19~49세 성인 2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아이 돌봄 시설 및 서비스 불만족을 '출산을 하지 않는 이유'로 꼽은 기혼자는 8.3%로 나타났다. 또 '자녀 양육으로 인해 경제활동에 제약을 받는다'고 답한 기혼 여성은 93.9%에 달했고, 기혼 여성의 35.3%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돌봄 서비스와 인프라 확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기혼자들은 자녀가 영유아기일 때 양육 지원이 가장 필요하다(64.9%)고 답했다.

[최영미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영미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공동육아나눔터는 그 숫자뿐만 아니라 위치도 문제다. 경남 창원시에서 이웃들과 공동육아 모임을 만들어 자녀를 키우고 있는 최영미(42) 씨는 "공동육아를 원하는 부모들은 많지만 공동육아나눔터가 지역에 한두 개 정도뿐이라 접근성이 매우 떨어진다"며 "저출산, 맞벌이 부부의 돌봄 공백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동육아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웃과 육아 공동체를 형성하는 환경을 조성하려면 가까운 아파트 단지 주민끼리 공동육아 커뮤니티와 공간이라는 구심점을 만들어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문화를 확대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동육아를 국가 예산과 공무원의 책임만으로 해결하는 '사업'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나타났다고 본다.

정성훈 교수는 "담당 공무원 입장에서는 충분치 않은 예산으로 최대한 많은 공동육아나눔터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부모가 영유아 자녀를 데리고 다니기 좋은 위치인지, 양육자와 아이들이 함께 모여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공간인지 등에 대한 평가는 뒷전이 된다"며 "그러다 보니 접근성이 좋지 않은 외곽에 공동육아나눔터가 생겼고, 영유아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 이용하기가 어렵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광역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파트 단지 내에 공동육아나눔터를 설치할 수 있도록 여성가족부와 국토교통부를 설득했다. 결국 2020년 아이돌봄지원법과 건축법 시행령이 바뀌었고, 인천시는 아파트 내부에 공동육아나눔터를 설치하고 있다. 2012년 1개소였던 인천시 공동육아나눔터는 2022년 5월 기준 45개소로 늘었다. 인천시는 이를 2023년까지 100개소로 늘릴 계획이다.

김보영 한양여대 아동보육과 교수는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팬데믹 상황에서 어린아이들이 지속적으로 타인과 소통하고 사회성을 기를 수 있도록 온라인 등을 이용한 공동육아를 개발해야 한다"며 "공동육아나눔터에서 형성한 관계를 다양한 방식으로 지속하면서 자녀뿐만 아니라 양육자들도 언제든 소통하며 서로 문제를 해결해주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바람직한 공동육아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제언했다.

fortuna@yna.co.kr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CuVMKmx9qSA

[# 글 싣는 순서]

① "'함께 키움' 덕분에 둘째·셋째도 낳았어요"

② 코로나 돌봄 공백 "함께 했기에 메울 수 있었다"

③ 워킹맘도 육아 품앗이로 코로나 견뎌냈다

④ '직접 돌봄' 원해도 현실적인 선택은 '어린이집'

⑤ '돌봄공동체' 지원 사업, 성공·실패를 가른 이유(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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